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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딮시크(Deep seek)의 창시자인 량원펑(梁文锋)이 정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과학기술 도약은 단순한 경제 성장 이상이다. 이는 국가의 체계적인 계획과 사회적 포용 정책이 결합된 결과로써,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라는 성공적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ㅡ 사회적 약자 포용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

 

중국의 과학기술 부상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오랜 기간 꾸준히 추진해온 빈곤 퇴치 정책과 공교육 정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중국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의 출신을 살펴보면, 그들 대부분이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빈곤 퇴치 정책을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닌, 농촌과 저소득층의 사회적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모든 아이에게 의무교육을 보장하며, "천재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예를 들어, 농촌 지역에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도시와 농촌 간 정보 격차를 줄였으며, 소외된 계층을 현대화 과정에 편입시킨 점은 자본 중심 발전 모델의 대안으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이는 한국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무상교육 확대와도 맥을 같이한다.

 

과학기술 인재의 출현은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사건이다. 뛰어난 과학자는 외진 산골에서도 나올 수 있고, 정반대로 학업 부진아는 엘리트 가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어떤 아이에게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모든 아이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재를 양성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천재가 묻히는 일은 막아야 한다.

 

중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면적인 교육 중시 정책을 펼쳤다. 예컨대, 중국의 지역과 기층 정부는 취학 연령의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 이를 노숙자 문제보다도 더 심각하게 간주한다. 이는 모든 아동이 성장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인재가 될 가능성을 지닌다는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의 교육 수준이 아직 이상적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하층민 아동의 교육 부재를 방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접근법은 과학기술 인재풀(pool)을 확대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ㅡ "공교육 강화"로 신자유주의적 교육 시장화 거부

 

"모든 아이에게 기회를"이라는 원칙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있어 매우 결정적이다. 중국의 교육 정책은 "공공성 회복"을 통해서 과학기술 혁명을 이끌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5G 기반 원격 수업과 같이 국가 주도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교육 격차를 해소했다. 2021년에는 사교육 금지 법안을 만들어 에듀테크 기업(교육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의 과도한 영리 추구를 규제하고, 교육의 상품화에 반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는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장기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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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G기반 원격수업

 

또한  AI 기반 튜터 시스템*을 도입해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의 방과 후 교육을 확대했다. 교육부 주도로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표준화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고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이는 농촌 지역 학교의 교육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산업 수요에 맞춘 직업 교육 콘텐츠를 플랫폼에 탑재해 청년층의 기술 역량 강화에도 활용하고 있다.

 

* AI기반 튜터 시스템은 인공지능 device(장치)를 학습에 적용하여 원어민 영어 교사가 직접 지도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인공지능 영어 학습 시스템 을 말한다.

 

ㅡ 노동자 중심 성장 모델의 함의

 

중국은 "고품질 노동자"라는 개념을 통해 단순한 기술 숙련도를 넘어서 노동자의 주체적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가 기술 주권의 주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한국 노동계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최근 기술 경쟁의 촛점이 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를 들자면, 중국은 연간 2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기업·대학이 협력해도 연간 1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이 이렇듯 필요한 산업인력을 신속하게 자체 공급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직업훈련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중국은 대학과 연구기관을 연계한 실무 중심 교육과정과 산업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훈련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또한 정부 주도 인력양성 프로젝트를 통해서 반도체 설계·제조 분야의 숙련된 엔지니어와 기술자를 양성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서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트와 노동자 간 이분법을 거부하고, 현장 중심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공동화’와 대비되는데, 미국은 엘리트들이 실천 현장에서 분리되어 일선 데이터를 얻지 못함에 따라 창의적 구상이 발표 자료(PPT)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점차 열세에 처하고 있다.

 

한 국가에 충분한 고숙련 노동자가 있으면 엘리트 부족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숙련 노동자 중에서도 엘리트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인데, 반대로 고숙련 노동자가 부족할 경우에는 엘리트조차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키기가 어려워 결국 국가를 떠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조선업 등 일각에서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로 숙련 노동자를 대체하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숙련 노동자 대오는 한번 소실되면 다시 그것을 복구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조선업의 사례가 그것을 입증한다.

 

ㅡ 기술 주권은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중국의 사례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단순히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국가 주도의 계획적 투자와 사회적 포용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공교육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초·중등학교에 AI와 빅데이터를 필수과목으로 도입해 계층 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기술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종사자들에게 연 120시간 유급 학습 휴가를 보장하는 등 지속적인 재교육의 권리를 법제화해야 한다.

 

셋째, 지역균형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광주·전남에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꾀해야 한다.

 

결국, 인간이 제1의 생산력이다. 비록 과학기술이 현대사회의 핵심 생산력이라 할지라도, 이 또한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국민이 과학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숙련 노동자를 키우지 못한다면,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국가의 자립성을 약화시킨다.

 

한국은 지금 "복지와 기술의 선순환 모델"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때이다. 과학기술 정책을 계급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노동자의 중심성을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혁신과 기술 주권을 실현해야 한다. 기술은 단순한 경제적 도구가 아니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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