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 ㅡ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과 근본적 해법을 묻는다
등록일 :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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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울산시청 앞에서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여 또 한 번의 추모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주최한 ‘2025년 울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기자회견 현장. 이 자리에서 공개된 통계는 참담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울산지역에서만 23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 20건이 18개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그 중심에는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등 한국 재벌체제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있었다.

 

울산함성 등 지역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24년 11월 울산공장 복합환경챔버실에서 차량 테스트 중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사망하는 참사를 냈다. 이 사고의 원인은 명확했다. 밀폐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간에서 작업 프로그램 조차 수립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보건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재해 장소가 밀폐공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이와 같은 중대재해는 2023년, 2021년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했지만,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결국 또다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사태는 비단 울산,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산업현장 곳곳에서, 매년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중대재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기업의 일시적 실수나 일부 관리자들의 무책임 때문일까? 아니면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의 미비나 집행력 부족 때문일까? 물론 이런 요인들도 작용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한국 사회의 ‘재벌체제’와 이를 비호하는 ‘국가권력’의 구조적 결합에 있다.

 

한국의 재벌체제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생산비 절감, 공정 단축,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생산현장의 안전과 노동자의 생명은 늘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기업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 재하청, 외주업체에 떠넘기고, 하청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다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도 대기업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와 사법기관은 솜방망이 처벌이나 늑장 수사, 봐주기로 일관한다.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실제로는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무늬만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재벌체제, 그리고 이를 비호하고 규제하지 않는 국가권력—바로 이것이 한국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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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법률 개정이나 처벌 강화로 해결될 수 없다. 대기업과 재벌의 소유·경영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산업재해의 책임을 개별 기업이나 관리자, 심지어 현장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벌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재벌 대기업을 공기업화하여 사회적 통제하에 두는 것,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권력 자체를 민주적으로 개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권력이 더 이상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적 권력으로 바뀌지 않는 한, ‘산업재해 없는 세상’은 요원하다.

 

이웃 나라 사회주의 중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최근 산업재해가 가장 빈번하고 위험한 탄광 부문에 최첨단 AI와 로봇 기술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들은 탄광 현장의 자동화와 원격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인간 노동자를 가장 위험한 작업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임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탄광 사고와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 강력한 법 집행, 그리고 무엇보다 ‘이윤’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적 기조가 결합된 결과다. 한국처럼 민간 재벌이 이윤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구조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변화다.

 

한국 사회가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재벌체제의 해체와 대기업의 공기업화, 국가권력의 민주적 개조ㅡ이것이야말로 노동자와 시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더 이상 미봉책이나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은 결코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사회적 의지와 실천이 결합될 때 현실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단지 기업의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며, 무엇보다 국가와 권력의 책임이다. 노동자의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세상, 그것은 재벌체제와 국가권력의 근본적 개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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