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
오피니언
-
국제소식
-
오피니언
-
전국노동
-
전국노동
-
전국노동
-
전국노동
나는 지금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74일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양규서 동지는 민주노총 총연맹 건물 10층 외벽에서 61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농성 속에서 건강은 무너지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농성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 엄청난 투쟁 현장을 보고 "민주노총에서 해고라니…"라며 놀라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응원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민주노총에서 노동자가 해고됐다는 사실을 시민들조차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ㅡ 규정과 권한을 내세우며 외면하는 농성 노동자의 요구
우리의 요구에 민주노총은 규정이 없고, 권한이 없으며, 내부 의사결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급기야 중구청은 도로법 위반을 이유로 11월 11일 오후 6시까지 천막과 집회 물품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서까지 보냈다. 민주노총의 책임 있는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가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우리는 민주노총이 해고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최소한의 명분을 갖고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합의안을 제시했다.
첫째, 민주노총 또는 공공운수노조가 함계남을 채용하되 다음 날 사직하는 비공개 특약을 둔다. 정상적인 고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징적 타협안이다.
둘째, 공공운수노조가 양규서 동지에게 11월 14일부터 6개월간 유급휴가를 부여한다.
셋째, 경향신문이 양규서와 함계남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한다.
넷째, 세 가지 사항이 모두 이행되면 농성을 해제한다.
다섯째, 이번 농성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여섯째, 민주노총 포함 모든 5인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과도한 요구인가? 노동조합이라면 충분히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내용 아닌가?
그러나 민주노총은 채용은 내부 의사결정과 이견 때문에 어렵고, 유급휴가는 규정에 없으며, 경향신문의 고소 취하는 권한 밖이라고 답했다. 고소 취하를 요청해 볼 수 있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규정은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를 외면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규정에 없는 문제라면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민주노총의 책임이다.
ㅡ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선거에서 드러난 민주주의의 모순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민주노총 선거 과정에서도 벌어졌다.
10월 31일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타 후보자의 실명과 사진·영상 사용을 금지하는 방침을 공지했다. 선거공보물과 개인홍보물에서 다른 후보자의 실명과 사진·영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미 사용한 경우 수정하도록 한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규칙은 필요하다. 그러나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후보자의 이름을 거론하고 과거의 행적과 책임을 묻는 것은 조합원의 정당한 권리다.
실제로 이 방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중앙선관위는 후보자 비판 자체는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최초 방침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을 위축시킬 수 있었다는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대중 후보는 장기집권과 총통제 구상을 비판했고,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에 맞서 민주적 노조들은 권력에 동조한 한국노총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역사는 권력과 지도부를 비판하고 책임을 묻는 투쟁의 역사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농성 노동자의 요구에는 규정을 내세우고,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검증에는 제한을 가하려 했다. 이것이 민주노총이 지켜야 할 민주주의인가?
또 다른 문제는 공공운수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벌어졌다.
우리 공대위는 공공운수노조 임원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에게 공개질의를 보내 답변을 요청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에서 발생한 함계남의 집단괴롭힘과 사직 종용, 부당해고 문제에 대해 노조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후보자들의 입장을 묻기 위해서였다.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의 답변을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 선거와 무관하고, 중선관위 업무의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각 선본에 공개질의를 전달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나는 묻고 싶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집단괴롭힘과 부당해고 문제가 어떻게 공공운수노조 임원선거와 무관한가? 노조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후보자들에게 묻는 것이 왜 선거와 무관한가?
공대위가 요구한 것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후보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 조합원들이 판단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후보자들에게 질문조차 전달하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것인가?
민주노총은 110만 조합원의 조직이다. 특정 지도부의 소유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것도 아니다. 조합원은 지도부를 비판하고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책임을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ㅡ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민주노총, 317만 노동자의 권리는 외면하는가
나는 6년간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왔다. 산재 3번 승인을 받았음에도 집단괴롭힘은 계속됐고, 사직을 종용받았다. 결국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산재 승인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출발점이 되기는커녕, 문제 제기 이후에도 집단적인 외면과 징계가 이어졌다.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민주노총에서 노조 간부가 해고된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총이 말하는 노동존중이고 전태일 정신인가?
이 문제는 함계남 한 사람의 해고로 끝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약 317만 명에 이른다.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배제되는 현실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용자에게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자기 조직부터 실천해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 책임을 외면한다면, 317만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겠는가?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것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법과 권리를 실천하라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정신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기 조직부터 실천해야 한다.
ㅡ 민주노총부터 노동자의 편에 서라
규정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권한이 없으면 책임 있는 당사자와 교섭하면 된다. 내부 이견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논의하면 된다. 그것이 노동조합이고 민주주의다.
민주노총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농성하는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검증을 위축시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를 외면하는 조직이 민주노총인가?
나는 민주노총이 다시 노동자의 편에 서기를 요구한다. 양규서 동지의 고공농성을 끝내고, 함계남의 해고 문제를 해결하라. 민주노총 중앙선관위는 후보자 비판 제한 방침의 문제를 돌아보고, 공공운수노조 중앙선관위는 함계남∙양규서 문제에 대한 공개질의 전달 거부의 이유를 조합원 앞에 설명하라. 민주노총부터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해고된 함계남을 원직복직시켜라.
노동자에게 투쟁하라고 말하기 전에 민주노총 스스로 투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부터 돌아보라.
·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민주노총에서 노조 간부 해고라니! 함계남을 지금 당장 원직복직시켜라!
·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라 했다! 민주노총부터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 전태일 정신 짓밟는 민주노총은 각성하라!
※ 울산함성은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립언론으로서, 건강한 비판과 성실한 소통을 통한 노동운동의 혁신과 발전을 지향합니다. 본 기고문의 내용은 울산함성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울산함성은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언제나 이견이나 반론, 당사자의 해명을 적극 환영합니다. 제보메일:ulsannodong@gmail.com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농성자에게는 규정, 후보자에게는 침묵인가…민주노총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산재 승인에도 해고…산하 조직의 노동자도 지키지 못하는 민주노총, 5인 미만 317만 노동자의 권리는?
함계남(공공운수 의료연대 서울지부 해고자)
2026.11.05
규정 없다며 농성 해결 외면한 양경수·엄길용, 출마 자격은 있는가
양규서 고공농성 61일·함계남 천막농성 74일…민주노총 선거에서 검증해야 할 민주성·투쟁성·연대성
문귀영(노동운동가)
2026.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