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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연맹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임원선거가 한창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총연맹 건물 외벽에서는 양규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조직국장이 61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건물 앞 천막에서는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해고자 함계남 전 조직국장이 74일째 농성 중이다. 두 사람은 단식까지 마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11월 한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농성이 장기화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겠다며 지도부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 앞에서 규정과 절차를 이유로 해결을 미루는 것이 민주노총이 지켜야 할 원칙인가.
공개질의조차 후보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선거관리위원회
민주노총·한국노총 사회적 해고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10월 30일 민주노총 총연맹 임원선거 기호 1~4번 후보조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임원선거 기호 1~2번 후보조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 내용은 ▲두 동지의 긴급구제와 농성 해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동조합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보호 ▲함계남 해고자의 일터 회복 ▲양규서 조직국장의 징계 해결 ▲장기 해고노동자 대책 마련 등 6개 항목이다.
공대위는 한파가 다가오는 가운데 생명을 건 농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후보들에게 선거 기간 중이라도 대화와 해결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답변 시한은 11월 3일 오후 6시까지였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 선거와 무관하고 중선관위 업무의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 선본에 발송하는 등 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질의가 홈페이지의 후보자 질문방에 게시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대위가 확인한 결과 게시물을 본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했고, 한 후보자 측에 확인했을 때도 질문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홈페이지 게시만으로 후보자들에게 질문이 전달됐다고 볼 수 있는가.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놓고 후보들의 입장과 해결 의지를 확인하려는 공개질의가 선거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외면당한 것은 아닌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라면,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에 관한 질문을 후보들에게 전달하는 일까지 차단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선거 관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해복특위 전 위원장도 양경수 집행부의 민주성에 의문 제기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해복특위) 전 이형철 위원장 역시 양경수 집행부의 지난 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문에서 해복특위 운영과 해소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와 책임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사업을 진행하고 교부금 관련 서명과 회계감사까지 이뤄졌음에도, 이후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서 진상조사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해복특위 폐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가 제기한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 의견 존중과 조직 내부의 민주적 토론이 제대로 보장됐는가.
둘째, 해고노동자의 복직 투쟁을 위해 설치된 해복특위의 운영과 해소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와 책임성이 지켜졌는가.
셋째, 지난 6년간의 운영에 대한 평가와 책임 있는 설명 없이 다시 3년의 임기를 맡겠다는 것이 정당한가.
그는 양경수 집행부에 대한 평가를 최하로 제시하면서 유권자인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창립정신인 민주성·투쟁성·연대성이 지난 6년 동안 어떻게 지켜졌는지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고노동자의 복직과 권리 회복을 위해 설치한 특별위원회조차 민주적 절차와 책임성 논란 속에 폐지됐다면, 민주노총은 그 과정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조직의 의사결정은 지도부의 판단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 등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의 권한과 결정도 존중돼야 한다.
노동자에게는 규정, 후보자에게는 예외인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은 규정과 책임의 형평성이다.
함계남 해고자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징계, 해고 문제를 겪었다. 산재가 세 차례 승인됐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문제까지 겹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할 제도적 보호마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사자의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도부 후보들의 출마에는 어떤 규정과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가.
양경수 후보는 민주노총 위원장 3선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노총 역사상 위원장 연임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3선 도전은 조직 내부에서 중요한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연임을 명시적으로 제한하거나 허용하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출마의 근거와 조직적 정당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특정 지도부가 장기간 권력을 유지하는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와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보장되는 조직이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이 한국 민주주의에 남긴 역사적 교훈 역시 권력의 장기집권을 견제하는 제도와 원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민주노총이라고 해서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엄길용 후보의 출마 자격 문제도 짚어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 정년은 60세이며, 엄길용 후보는 1966년생이다. 2026년 현재 60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현행 정년 규정은 후보자 자격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정년과 임원 출마 자격의 관계를 규정한 근거는 무엇인가. 후보자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원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양경수 후보에게 묻는다.
"노동자의 목숨이 걸린 고공농성은 규정이 없어 풀 수 없다면서, 민주노총 역사상 전례가 없고 명확한 연임 규정도 없는 3선 출마는 어떤 근거로 가능한가?"
엄길용 후보에게도 묻는다.
"민주노총 내부 정년이 60세인데, 1966년생인 후보의 출마는 어떤 규정과 근거로 가능한가?"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는 문제에는 규정의 유무만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면서, 지도부 후보의 출마 문제에는 규정의 해석과 적용을 달리한다면 조합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규정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규정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 역시 지도부의 책임이다.
민주노총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해고노동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투쟁해 온 조직이다. 그러나 산재가 세 차례 승인된 노동자를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배제하고, 결국 해고에까지 이르게 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농성이 장기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창립정신인 민주성·투쟁성·연대성은 구호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해고와 징계, 노동권 침해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양경수·엄길용 후보를 비롯한 모든 후보에게 요구한다. 출마의 정당성을 말하기 전에 두 동지의 생명을 건 농성부터 해결하라. 함계남 해고자의 일터 회복과 양규서 조직국장의 징계 문제에 책임 있게 답하라. 후보자들은 공개질의에 답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규정은 노동자를 내쫓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이를 외면한다면, 그 어떤 명분으로도 민주성·투쟁성·연대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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