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 ㅡ 일본 군국주의 부활 조짐 앞에서 침묵하는 한국 진보진영
등록일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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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다카이치 발언에 항의하는 일본 시민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동아시아 정세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국은 외교적 항의를 넘어 군사·경제·여론전을 총동원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일본 내부에서도 전직 총리들과 주요 언론, 그리고 수많은 시민이 ‘전쟁 선동 중단’을 외치며 총리 관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전례 없는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주변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중대한 사태에 직면하여, 한국 정부와 주류 언론은 대체로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고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 관광객이 한국으로 옮겨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에 치우친 논조를 펼치기도 한다. 이는 작금의 사태가 가진 본질적인 위험성과 역사적 의미를 외면하는 지극히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다.

 

특히 평상시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경계하던 한국의 진보 진영조차 이번 ‘다카이치 총리 발언’ 사태에 직면하여 아직까지 어떤 단체도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처럼 ‘남의 집 불구경하는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중-일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이나 대만 문제를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바로 재무장을 노리는 일본 우파 보수세력이 대만 문제를 핑계로 미국의 비호 속에 자신들의 극우적 군국주의화 노선을 관철시키려는 위험한 시도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ㅡ ‘존망 위기사태’의 깃발 아래 드러난 ‘신형 군국주의’의 야심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언급한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존망 위기사태를 구성할 수 있다‘는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실언이 아니다. 이는 일본 우익이 ‘평화헌법’과 전후 체제를 벗어나 ‘전쟁 가능한 국가’로 회귀하려는 오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지극히 전략적인 도발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의 항하오위 특임연구원이 지적했듯, 다카이치의 발언은 ‘신형 군국주의’ 사조의 암류를 보여준다(울산함성, http://www.ulham.net/foreignissue/42389 참조). 이 ‘신형 군국주의’는 과거 전쟁 전의 노골적인 침략·확장과는 형식이 다르지만, 그 사상적 뿌리와 정치적 동력은 전쟁 전 군국주의와 한 뿌리다. 그들은 ‘자주적 방위’를 명분으로 삼지만, 실질적으로는 강군·무장 확장을 추구한다.

 

다카이치 발언을 ',일시적 입버릇은 안돼',라고 질타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png.jpg
다카이치 발언에 대해 '일시적 입버릇은 안돼'라고  비판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다카이치가 대만 문제를 일본의 ‘국가 존망’과 연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는 매우 악랄하다. 이는 극우세력이 외부 위협을 과장해 ‘국가 위기’ 서사를 조장하는 전형적 수법이며, 이를 통해 ‘전수방위’ 원칙을 돌파하고 군비 확장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2015년 신안보법 통과 시에도 아베 전 총리조차 ‘대만 유사시’를 존망 위기사태의 사례로 들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카이치의 이번 발언은 ‘아베 유산’보다 더 과격한, 극우 친대만파의 노선을 추종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ㅡ  ‘군사력 확장’이라는 실체적 위협

 

다카이치 총리의 위험한 발언은 이미 구체적인 군사적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 예산을 2년 앞당겨 GDP의 2%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는 단 3년 만에 방위비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일본의 급진적인 강군·무장 확대는 단순히 방어적 현대화 수준을 넘어선다. ‘반격 능력’ 명분으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공격형 무기 개발에 집중하며 적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 이는 국가 전략 사고가 ‘방어에서 공격’으로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2026년 방위비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공격형 드론, F-35 전투기 구매, 항모 개조 등 계획을 확정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이 지역 사안에서 군사 주도권과 발언권을 추구하며,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속 전환 중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는 1972년 이래 중일 관계의 기반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중일 관계를 반세기 동안 이끌어온 네 개의 정치 문서의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미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의 틀에 묶여 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극우 군국주의 노선 강화는 한반도 평화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역사적으로 일본 군국주의는 '존망 위기'를 핑계로 대외 침략을 자행했으며, '자위권 행사'를 명분 삼아 9·18 사변 등 중국 침략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와 세계에 큰 재앙을 가져왔다.

 

3.  “침묵은 동조”,  한국 진보 진영은 태도를 표명해야 

 

이러한 중대한 역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사회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주류 언론은 현 사태를 중-일 간의 외교적 신경전으로 축소하거나, 심지어 중국의 강경 대응이 주변국들의 ‘반중국’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한미일 동맹 편향적인 논조(한겨레신문, 11/21자)를 은근히 비치고 있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한겨레신문조차도 이렇듯 기껏해야 ‘군사적 긴장’을 높여선 안 된다는 원론적 주장에 그치거나, 중국의 압박이 역풍을 맞아 집단 방어 체제를 만들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한미일 동맹에 편승하는 듯한 반역사적 논조를 펼치고 있는 것은 심히 개탄할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진보 진영의 침묵이다. 일제 식민지 침탈의 아픔을 겪었고, 평화헌법 수호를 외치는 일본 시민들과 연대해 왔으며,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 온 한국 진보는 이 사태에 대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닌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일본 우파 보수세력은 대만해협의 위기를 구실로 삼아 집단적 자위권의 범위를 무한히 확대하고, 군사 대국화를 완성하려 한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결국 한국을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깊숙이 끌어들여 대리전의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일본 내부의 비판 세력, 즉 전 총리들과 언론, 그리고 ‘다카이치 총리는 전쟁을 선동하지 말라’고 외치는 일본 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극단적으로 잘못되었고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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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발언에 항의하는  일본 시민들

 

한국 진보 진영은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하는 태도로 이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첫째, 한국 진보 진영은 침묵을 깨고 즉각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일본 우익 세력의 재무장 노선이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을 규탄하고, 다카이치 총리의 위험한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일본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이재명 정부에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적 행보에 대해 명확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중국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 침략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며, 동북아 평화라는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행위이다.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는 평화헌법을 배신하고 무력 해결에 집착하며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위험한 흐름이다. 일제 식민지 침탈을 경험했던 한국 사회와, 한반도 평화 수호를 염원하는 한국 진보 진영에게는 지극히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이며,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 함께 일본 극우세력의 준동에 적극 반대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닌다. 침묵은 곧 동조이며, 동조는 곧 미래의 위협을 방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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