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ㅡ 노조법 개정의 문턱에서 터져 나온 현대차  하청 노동자들의 외침
안길성 (노동운동가)
등록일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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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캡처)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 제정을 앞둔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성과급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원청인 현대차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2월 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와 전주·군산 부품사 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진짜 사장"이라며 성과급 인상을 요구했다.(관련기사: 울산함성,  http://www.ulham.net/national/43755)

 

이들이 원청인 현대차를 찾아간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차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급으로 약속한 기본급 450% 수준을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요구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과금 수준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된 하청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자신들이 속한 하청업체 경영진을 찾아가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대차를 '진짜 사장'으로 지칭하면서 성과급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현대차와 협력업체 간의 실질적 관계를 정확히 꿰뚫는 표현이다.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도급 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현대차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원-하청' 관계라는 것을 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본 측에서는 이번 요구가 한화오션 사례의 확산을 의미한다며 긴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원·하청 성과급 차별을 없애기로 결단하면서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자동차·철강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ㅡ 현대차 '적기생산체계'와 위장 하도급의 실체

 

현대차 측은 정상적 도급 관계이기 때문에 협력업체와의 직접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협력업체 간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대차의 생산 방식인 적기생산체계(JIT, Just-In-Time)를 살펴봐야 한다.

 

적기생산체계는 도요타가 개발한 생산 방식으로,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공급받아 재고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차는 이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해왔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이면에는 협력업체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적기생산체계가 작동하려면 협력업체는 현대차의 생산 계획에 완전히 종속되어야 한다. 현대차가 어떤 차종을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하면, 협력업체는 그에 맞춰 부품을 생산해야 한다. 생산 시기, 수량, 품질 기준 모두 현대차가 정한다. 협력업체는 현대차의 생산 계획 변경에 즉각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인력과 설비를 항상 대기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대차는 협력업체의 공장 운영 전반을 통제한다. 현대차의 품질 관리 인력이 협력업체 공장에 상주하며 생산 과정을 감독한다. 협력업체가 다른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도 현대차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협력업체의 투자 계획, 설비 도입, 기술 개발까지 현대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력 관리 측면에서도 현대차의 통제는 절대적이다. 협력업체는 현대차의 생산 계획에 맞춰 인력을 채용하고 배치해야 한다. 현대차의 생산량이 늘어나면 협력업체도 인력을 늘려야 하고, 줄어들면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 작업 강도, 심지어 휴가까지 현대차의 생산 일정에 맞춰 조정된다.

 

자금 측면에서도 현대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협력업체의 매출은 대부분 현대차에 의존하고 있으며, 부품 단가는 현대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현대차가 원가 절감을 요구하면 협력업체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의 수익성은 현대차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며, 현대차의 실적이 좋아도 협력업체에 그 과실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다.

 

이러한 실태를 볼 때, 현대차와 협력업체 간의 관계는 형식적으로는 도급 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하청' 관계, 더 정확히 말하면 위장 하도급에 불과하다. 독립된 사업자 간의 대등한 거래 관계가 아니라, 원청인 현대차 재벌이 하청 부품사의 생산 계획, 공장 운영, 인력, 자금 전반을 통제하는 종속적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성과급 문제에 있어서도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 나서 하청 부품사와의 교섭에 응해야 한다. 현대차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기록적인 이익을 내는 동안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성과금이 절반으로 삭감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이다. 현대차가 협력업체의 생산 계획부터 인력 운영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성과 배분에서만 "우리는 별개의 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중 잣대다.

 

ㅡ 공정 외주화의 자업자득, 현대차 재벌이 감내해야 할 문제

 

현대차는 협력업체가 8,500개에 달한다며 모든 협력업체와 직접 교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대차 스스로가 만든 문제다. 현대차가 8,500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리게 된 것은 저임금 착취를 노리면서 끊임없이 진행한 '공정 외주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재벌 기업들은 노동운동의 성장에 대응하여 공정 외주화를 적극 추진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쪼개어 협력업체로 넘긴 것이다. 본래 현대차 공장 내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수행하던 작업들이 협력업체로 이전되었고, 협력업체는 다시 2차, 3차 협력업체로 작업을 넘겼다.

 

이러한 공정 외주화의 목적은 명확했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여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조합의 조직화를 어렵게 만들며, 경기 변동에 따른 고용 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핵심 공정만 직접 수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외주화하면서, 수만 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했다.

 

그 결과가 바로 8,500개의 협력업체다. 현대차가 스스로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면 관리할 수 있었을 노동자들을, 수천 개의 협력업체로 쪼개어 놓은 것이다. 이제 와서 협력업체가 너무 많아 직접 교섭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공정 외주화의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차는 공정 외주화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절반 이하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현대차의 생산 계획에 맞춰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왔다. 현대차가 기록적인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 덕분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8,500개 협력업체와의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는 곤경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현대차 스스로가 저임금 착취를 노리고 공정을 외주화하여 협력업체를 양산했기 때문에, 이제 그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노동자 탓을 할 수 없으며, 현대차 재벌 스스로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명확하다. 현대차가 외주화한 공정을 다시 내부화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생산 계획에 종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을 형식적으로만 협력업체 소속으로 두는 것은 위장 하도급이며, 이는 노동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실질적으로 사용자라면, 법적으로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ㅡ 노조법 2·3조 개정, 단결된 힘으로 원청 교섭 쟁취해야

 

노조법 2·3조 개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들도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오랫동안 위장 하도급 구조 속에서 권리를 박탈당해온 하청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빛이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재계는 원청 교섭의 범위를 최대한 제한하려 할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재벌 기업들은 형식 논리를 동원하여 자신들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이미 자본가들은 한화오션 사례의 확산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단결된 힘'으로 실질적인 원청 교섭을 쟁취해야 한다. 현대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원청 본사 앞에서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개별 협력업체 단위로는 원청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지만, 수천 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연대하면 원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산별노조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전주·군산 부품사 지회가 함께 행동한 것처럼, 지역과 업종을 넘어선 연대가 필요하다. 원청이 협력업체를 쪼개어 노동자들을 분할 지배하려는 전략에 맞서, 노동자들은 단결로 대응해야 한다.

 

현대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는 단순한 성과급 인상 요구가 아니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위장 하도급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현대차가 '진짜 사장'이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형식과 실질이 괴리된 한국의 하도급 구조를 정확히 꿰뚫는다.

 

현대차는 더 이상 형식 논리로 도망칠 수 없다. 적기생산체계를 통해 협력업체의 생산 계획, 공장 운영, 인력, 자금 전반을 통제하면서, 성과 배분에서만 별개의 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중 잣대다.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8,500개 협력업체와의 교섭이 부담스럽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정을 내부화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된다. 그것이 위장 하도급을 청산하고 노동 존중 사회로 가는 길이다.

 

노동자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계기로 단결된 힘으로 실질적인 원청 교섭을 쟁취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길에 힘차게 나서야 한다. 현대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모든 업종으로 확산되어,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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