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피디연합회 등 언론 4단체 대표들이 10월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사회적 논의에.png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피디연합회 등 언론 4단체 대표들이 지난 10월27일  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1. 민주주의를 앞세운 민주당이 ‘검열법’을 만든다

 

2025년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1명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중국 선거개입설' 같은 조작정보의 생산·유포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검열법에 다름 아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새로 도입해 이를 불법정보와 함께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을 금지하고,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것이다. 법안에서 정의하는 허위조작정보란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며, 이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선별된 정보를 뜻한다.

 

언뜻 보면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취지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 법안의 문제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것인지, 무엇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지, '손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국가 기구와 플랫폼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진다.

 

이 법안을 추진하는 주체인 민주당의 현재 위치를 성찰할 때, 이 법안은 단순한 사회질서 유지의 수단을 넘어 민주당이 스스로 개혁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지배세력의 일원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서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외쳤던 민주당이, 이제는 '정보 통제'라는 위험한 칼을 쥐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피해자’에서 ‘통치자’로, 민주당의 보수화된 시각

 

민주당이 이처럼 강력한 통제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그들의 근본적인 정치적 위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민주당 세력은 군부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끊임없이 탄압받던 ‘피해자’이자 ‘박해받는 자’였다. 그들에게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방패이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가치였다. 권력에 비판적인 정보나 소문은 당시 지배세력에게는 '허위 조작 정보'로 규정되어 탄압의 빌미가 되었기에, 그들은 권력의 정보 통제 시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민주당은 다르다. 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정권을 창출하고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등, 권력의 맛을 본 통치세력의 일원이 되었다. 그들의 시각은 이제 '어떻게 권력으로부터 민중을 보호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로 이동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보수화'는 그들이 스스로 지배세력의 일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그들은 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가진 양날의 위험성에 대해 둔감하거나, 심지어 애써 눈감으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법률이 자신들의 정권 운영에 방해가 되는 비판적 여론이나 정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법안의 핵심 문제점은 앞서 지적했듯이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 권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비판이나 내부 고발, 혹은 정당한 의혹 제기까지도 '조작'으로 낙인찍어 통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을 얻게 된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결국 국가와 플랫폼의 검열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언론을 통제했듯이, 이제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정보 통제의 길을 열고 있는 것이다.

 

3. 법의 위험성: 진보진영의 목을 조이는 부메랑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법률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노동자와 진보진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이 법의 남용을 어느 정도 자제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민주당의 실정이나 대중적 피로감으로 인해 정권이 다시 윤석열 정부와 같은 수구 보수 세력으로 넘어갔을 때, 이 법은 고스란히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탄압하는 강력한 무기로 돌변할 것이다.

 

진보진영의 운동은 언제나 기득권층과 재벌, 거대 권력에 대한 비판과 폭로를 통해 성장해 왔다. 노동 현장의 부당한 착취 구조, 재벌의 불법 행위, 권력층의 비리 등은 종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일방적인 주장'으로 치부되거나, 심지어 '허위 사실 유포'로 공격받아 왔다. 이 법이 제정되면, 노동조합의 투쟁 과정에서 나오는 사측 비리 폭로, 시민단체의 권력 감시 활동, 소수자의 인권 주장 등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허위조작정보'로 규정되어 신속하게 차단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이미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이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파견법 제정을 떠올려보자. 당시 노무현 정권은 파견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견 노동을 법적으로 인정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파견법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합법화하고 확산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재벌들은 파견법을 십분 활용하여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했고,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거나 사내하청으로 전환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노무현 정권이 '선의'로 만든 법이, 노동자들을 더욱 심각하게 억압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역시 민주당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미래의 수구 보수 정권에게 가장 강력한 '언론 탄압 도구'를 헌납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모든 비판과 의혹 제기를 '조작'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정권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보수 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완벽하게 활용될 수 있다.

 

ㅡ 결론: 진보진영은 ‘악법’ 제정에 결단코 반대해야 한다

 

민주당은 스스로를 개혁 세력이라 칭하지만, 그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서 보여주는 행보는 점차 과거의 권위주의적 통치 세력과 닮아가고 있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민주당이 개혁자의 가면을 벗고 지배자의 도구를 쥐려 하는 명백한 증거이다.

 

진보진영은 이 법안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법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악법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와 권력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민주당의 '선의'나 '명분'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파견법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제정에 결단코 반대하고 저지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권력을 통제하는 법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민중을 보호하는 법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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