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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성과급 투쟁이 뜨거웠다. 그런데 이 논쟁의 핵심은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영업이익을 탐낸다"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삼성의 영업이익은 애초에 누가 만들었는가. 그것은 지금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국민이 쌓은 토대 위에 세워진 삼성
JTBC 오대영 앵커는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와 연구개발 등으로 지난 10년간 감면받은 세금은 무려 42조 8125억 원이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법을 고쳐가며 막대한 세제 혜택을 몰아줬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인프라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됐다. 교육 시스템이 길러낸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공정을 설계하고 운영했다. 도로와 전력망, 물류 체계가 공장을 떠받쳤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는 삼성 자본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그 공동 건설자다. 42조 원의 세금 감면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다. 그것은 삼성이 냈어야 할 세금을 국민이 대신 부담한 것이며, 그만큼 영업이익을 인위적으로 키운 구조적 보조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질문을 외면할 수 없다.
국민 공동의 기여로 만들어진 영업이익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금기를 깬 질문 — 영업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업이익은 언제나 자본의 성역이었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허용됐지만, 영업이익의 소유권을 묻는 것은 금기에 가까웠다. 노동자가 싸울 수 있는 영역은 철저히 임금의 테두리 안으로 제한됐다. 얼마를 더 받을 것인가. 생계비를 확보할 것인가. 그 틀 밖으로 나가는 순간, "경영권 침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삼성 투쟁은 바로 그 금기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깼다.
오대영 앵커가 짚은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세금도 떼기 전의 영업이익을, 500만 주주들조차 함부로 손대지 않은 그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먼저 떼어 달라는 요구."
세금 납부 이전의 돈, 주주도 손대지 않는 돈, 국민의 세금 감면으로 부풀려진 돈. 노동자들은 바로 그 영업이익의 소유권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물었다. 이것이 단순한 성과급 싸움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42조 원을 기여한 국민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고, 그 돈으로 부풀려진 영업이익을 달라는 노동자만 사회가 욕심쟁이로 만들어야 하는가? 오히려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왜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국민의 세금으로 부풀려진 이 초과이익을 전 국민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 약속하지 않았는가 하고 말이다.
노동자의 요구, 그 너머의 본질
삼성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미 높은 임금을 받는 정규직이 욕심을 부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비판은 질문의 방향 자체를 흐린다.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분배 요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라인을 운영한 주체는 누구인가.
공장을 짓고 유지·보수하며 기술을 축적한 존재는 누구인가.
그렇게 만들어진 영업이익의 소유권은 왜 자본에게만 있는가.
주류 경제학은 영업이익을 '경영자의 판단과 투자 위험의 보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장 기계는 스스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동화 시스템조차 수십 년간 노동자들이 축적한 기술과 집단적 노동의 결과물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오직 살아 있는 노동이다. 자본은 노동자의 살아있는 노동이 창출한 잉여가치를, 생산수단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적으로 점유한다.
이번 삼성 투쟁은 바로 이 지점에 균열을 냈다.
노동자들은 성과급 논쟁을 통해 "영업이익은 누구의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생산은 사회적으로, 소유는 사적으로
삼성 반도체 한 개가 생산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이 거쳐 가는가.
| 참여 주체 | 역할 |
| 연구개발 노동자 | 공정 설계, 기술 개발 |
| 생산직 노동자 | 제조라인 운영 및 품질 관리 |
| 하청·외주 노동자 | 위험 공정, 시설 유지보수 |
| 물류·건설 노동자 | 인프라 구축 및 공급망 운영 |
| 국가·국민 | 교육, 전력, 도로, 42조 원의 세제 혜택 |
이 모든 집단적 노동과 사회적 기여가 결합되어 하나의 반도체가 탄생한다. 그러나 최종 영업이익은 삼성 자본에 집중된다.
생산은 철저히 사회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소유는 극소수에게 사적으로 독점된다.
이것이 이번 삼성 투쟁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이다.
노동자를 넘어, 국민에게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밀고 나가야 한다.
성과급 논쟁의 프레임은 "삼성 정규직 노동자 대 자본"이었다. 그러나 실제 대립 구도는 훨씬 넓다. 삼성의 영업이익은 삼성 정규직만의 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속에서 생산을 떠받쳤고, 국민 전체의 세금과 인프라가 그 토대를 제공했다.
그렇다면 영업이익의 귀속 문제는 노동자와 자본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 전체와 자본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42조 원이 넘는 세금 감면, 국가가 구축한 산업 인프라, 공공 교육이 길러낸 인재들. 이 모든 공적 기여에 상응하는 사회적 환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노동자를 탓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물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키운 기업의 영업이익이 왜 소수 자본에게만 집중되는지를....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성과는 임금 인상 여부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감히 꺼내지 못했던 질문을 마침내 세상 앞에 던졌다는 사실이다.
"이 영업이익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은 삼성 공장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과 인프라로 키워진 모든 대기업을 향한 질문이며,
사회적 부의 생산과 소유를 둘러싼 우리 사회 전체의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제 우리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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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계남(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해고자)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