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비판
등록일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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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추동하는  브릭스 5개국(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공)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박민희씨는 6월 30일자 <프리고진이 폭로한 ‘다극체제’의 실상> 칼럼을 통해 사실상 미국의 단일패권을 옹호하고 나섰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그너 용병집단의 반란을 빌려 쓴 이 칼럼에서, 그녀는 먼저 푸틴을 ”암살과 전쟁, 핵 위협, 가짜뉴스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통치“를 해온 독재자로 묘사했다. 극소수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푸틴 정권은 이로부터 배제된 대다수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구소련 국가들을 ‘속국화’하려는 시도를 되풀이해왔다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과연 내부 반란자의 한마디 폭로가 지금까지 밝혀진 나토 확장과 압박이라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나 부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100살을 맞은 저명한 미국 외교의 대부인 키신저와 대소 냉전 전략인 ‘봉쇄(containment)’를 기획한 케넌 마저 일찍이 미국과 나토의 확장이 결국은 오늘날과 같은 전쟁의 비극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녀가 이 글에서 진정으로 비판하려고 하는 대상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다. 지금까지 쓴 그녀의 어떤 글도 칼끝은 반드시 ‘중국’을 향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글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푸틴과 ‘무제한의 협력’으로 ‘미국 패권에 맞서는 다극체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곤혹스럽게 했다“라며 그녀는 자연스럽게 화살을 중국으로 돌렸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그녀 글의 일관된 지향과 미국의 세계전략은 완전히 일치한다. 비록 러시아가 잠시의 위협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미국 패권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과 서구 진영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가면서, 끝없이 국력을 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이야말로 미국과 전 세계 자본가계급에게는 진정한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으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그 발전을 가로막고 붕괴시키려고 안달하는 이유다. 

 

그녀 역시도 정확히 이 길을 가고 있다. 그녀의 동기야 어떻든, 중국을 자신의 패권에 대한 최대의 위협적 존재로 인식하는 미국과, 국내에선 반동 보수세력의 나팔수인 ‘조선일보’의 목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녀는 이 칼럼에서 모처럼 물을 만난 고기처럼 중국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하는 동안,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은 조용했고 중국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 ‘중국인민해방군이 지금처럼 당의 군대여야 하는가’라는 논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개인들끼리의 대화방에선 검열을 피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하다가는 중국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대만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수근거림이 이어졌다.

 

이 인용문을 보면 우리는 그녀가 중국의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중국 내 일부 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세우면서도, 마치 그것을 중국 인민 대다수 의지인 양 묘사한다. 이점은 그녀의 글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필법이다. 이는 객관 보도를 생명으로 삼는 언론이 금기해야 할 사항이다. 언론의 왜곡 보도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아니라, ‘지극히 부분적 사실로 마치 전체를 대변하는 뜻한’ 보도 방식도 지칭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위 인용문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이 지금처럼 당의 군대여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단번에 국가권력의 근본 문제를 파고든다. 그런데 도대체 중국 내에서 이런 류의 논쟁은 어느 정도나 존재할까? 그녀의 눈에는 ”곳곳에 띄었다“라고 하는데 이들 세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아마도 그녀가 말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서구를 추종하는 극히 일부의 지식인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한국에 있는 그녀가 이들 반정부 성향의 지식인과 그들의 현재 활동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중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그녀가 즐겨 인용하는 체제 비판적 인사들의 언행 자체도 지금까지 그녀가 말해 온 바와는 달리 중국의 ‘언론자유’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입증해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글에서 그녀는 브릭스가 추진하는 ‘다극체제’까지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지금 시기 미국 ‘단일패권’을 위협하는 국제질서의 새로운 추세인데, 논쟁은 마침내 ‘G2 경쟁’이라는 협소한 범주를 넘어서 ‘단극체제냐 다극체제’냐 라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게 되었다. 이점은 분명 그녀의 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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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자, 그렇다면 그녀가 어떻게 다극체제를 공격하고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옹호하는지를 감상토록 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여온 한국 ‘진보 진영’도 이번 사건을 중요한 성찰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러시아의 주장에 동조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다극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초보 정치인(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하여 결과적으로 전쟁이 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가 물러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푸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원천무효” “전쟁 책임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엘리트에게 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은 미국의 날조” 등의 주장을 해왔다. 티베트를 방문하고 온 민주당 의원들의 ‘인권 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발언은 큰 반발을 불렀다.

 

그녀는 이번 ‘바그너 용병 반란’ 사건을 계기로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작심한 것 같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이라는 성격 규정이다. 둘째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국에 대한 공격이다. 셋째 이들 두 나라를 포함한 브릭스가 추진하고 있는 다극체제에 대한 공격이다.

 

그런데 그녀는 여기서 다소 과분하게 민주당의 외교까지 문제 삼는다. 감히 중국을 감싸려 하다니! 민주당도 이 순간 그녀의 눈에는 ‘불순한’ 존재로 비춰진 모양이다. 이쯤 되면 그녀는 완전히 윤석열, 조선일보 패거리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평화주의자인 척하는 그녀는 지금까지 미국의 단일패권 하에서 자행된 수많은 인도주의적 사건에 대해선 줄곧 침묵해 왔다. 그녀(그리고 한겨레신문)는 그동안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지에서의 양민학살과 재난에 대해선 더없이 관대하다.

 

좁은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풍랑을 만나 한꺼번에 수십명씩 바다에 수장되거나, 혹은 냉동차에 갇혀 짐승처럼 얼어 죽은 불법 이민자의 행렬은 그녀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한 평화주의자이며 인도주의자의 모습인가? 박민희와 한겨레는 평화에 대한 옹호자이기보다는 그것을 위장한 친미 세력이며, 조중동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한미동맹의 굳건한 수호자임을 보여준다. 

 

그녀는 아래와 같은 교활한 ‘양비론’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구차해 보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일변도’ 외교로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반중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위태로운 외교를 해온 것은 분명하다. 검찰을 내세워 폭주하면서도 민주·자유의 ‘가치 외교’를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가치 외교’에 대한 비판이 ‘무가치 외교’로 흘러서는 안 된다. 진보가 ‘균형 있는 가치외교’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 여론의 동의를 받아야 변화의 희망이 생긴다. 

 

결국 ‘가치외교’의 틀을 넘지 말라는 것인데, 그녀가 말하는 ‘균형있는 가치외교’란 도대체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의 ‘가치외교’는 사실상 미국의 ‘가치외교’를 그대로 추종한 것일 뿐이다. 그런 그에 대한 비판에 대해 “‘무가치외교’로 흘러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하는 것은, 결국 대장인 미국 바이든 정부와 이를 추종하는 한국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를 옹호하는 셈이 된다. 


이것은 ‘민주냐 독재냐’라는 유치한 도식에 입각해 미국의 단일패권을 옹호하고, 자본주의의 틀을 넘지 말라고 진보진영에 보내는 한겨레 논설위원 박민희의 주제넘은 ‘경고’일 뿐이고, 한겨레신문이 미국과 서구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가짜 진보신문’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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