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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 무작정 집을 나섰다. 오후 시간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다녀 올 생각으로 노고산으로 향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천년 고찰 흥국사 경내에 주차하고 해우소 들른 다음 사찰 건물 사이를 통과해 산행을 시작한다.
절 뒤쪽에는 쉼터가 있는데 삼각산이 한 눈에 들러온다, ‘북한산 전망대’라는 표지판이 있다. 거기서 조금 오르면 흥국사 둘레1, 2길이 나온다. 표지만에는 ‘울퉁불퉁 조신조심길’이라 쓰여 있다. 상행에서 처음보는 글이라 정겹다.

둘레길을 따라 돌지 않고 치고 올라간다. 한참 오르다 보니 사유지가 훼손된다며 출입금지 표시가 있다. 돌아갈 수 없어 올라가고 있는데 묘지가 보인다. 지각변동에 의해 산이 만들어지는 데 인간의 노동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산이 어떻게 개인 사유지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세상을 떠난 자의 무덤이 산 자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을까?
조금 더 오르니 능선을 따라 오르는 주 등산로와 만난다. 등산객 한 둘씩 지나다닌다. 송전탑이 서 있는 삼거리에서 조금 쉬어간다. 흘린 땀방울을 식혀주는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다시 출발하는 데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린다. 삼각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아예 접이식 막걸리 상까지 차려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후 3시가 넘어가는 시간 2km 남짓 남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는데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부부가 하산하고 있다. 온 가족이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한다. 정겨운 모습이라 보기에 좋다. 30여 년 전 콧잔등에 땀방울 송골송골 맺힌 채 엄마 아빠 따라 산에 갔던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난다.
여러 차례 올랐지만 노고산 정상에서 동쪽 편으로 북한•도봉산 장엄한 능선과 서쪽 편으로 석양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한강 하류의 물줄기를 바라볼 때마다 속이 확 트인다. 수억만 년을 말없이 깎이고 버티며 흘러내리는 산수(山水)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얼마나 번잡한가?
등산로 따라 하산하다가 흥국사 방향으로 내려온다. 경내는 조용하다. 절의 유래와 함께 이 곳이 고양지역의 ‘독립운동 유적지’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그 옆으로 졸졸 약수물 소리가 들리길래 가보니 ‘감로수’라! 한 모금 마시고 물병 가득 채워 담아 귀가한다.
(523회, 노고산, 2024.9.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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