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허영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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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11월 9일 서울 도심에서 10만 여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오늘은 전태일 열사 54주기이다. 지난 11월 9일 민주노총은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 슬로건은 ‘윤석열정권 퇴진’이었다. 그러나 전국노동자대회는 사상 유래없이 오후 4시에 열려 경찰의 일방적 통제 속에서 서둘러 끝내고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 촛불집회에 자리를 깔아주는 것으로 끝났다. 전태일정신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정권퇴진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라면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열사정신을 망각하고, 투쟁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19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노조가 건설되었고 1988년부터 노조연대체인 지역•업종별 조직이 건설됐다. 1988년 10월 6일 전국노동법개정투쟁본부(전국투본)가 결성됐고, 전국투본 주최로 11월 12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전태일열사정신계승 노동악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대회가 끝난 후 혈서로 쓴 “노동해방” 현수막을 들고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1989년, 1990년에는 당국의 불허와 경찰의 봉쇄 속 대학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지난 37년간 매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지만 올해 같은 전국노동자대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태일열사 기일은 11월 13일, 민주노총 창립일은 11월 11일(농어민의 날과 같음)이다. 전국노동자대회는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기일 이전 일요일에 열렸다. 11월 13일이 일요일인 경우는 전태일열사 기일과 전국노동자대회가 겹쳤다. 그래서 전야제를 마친 후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날 지역에서 올라와 전야제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아침 일찍 마석모란공원 전태일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대회로 시작되었지만 1995년 민주노총 건설 이후에는 창립기념일을 겸해 열렸다. 민주노총 창립행사를 신자유주의 보수정치세력과 함께 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전태일열사 정신을 계승하여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이루고 노동해방을 쟁취하는 계급적 단결체이다. 비록 의회주의를 통한 노동자정치 실험이었지만 2000년 1월 30일에 창당해 2011년 12월 5일 해산한 민주노동당은 그 이후 여러 정당과 정치세력으로 분화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조짐을 보이더니 올 2024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 편승해 의회에 진출하는 노동정치의 파탄을 보여주었다.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소속 조합원이 정치방침을 어기고 위성정당을 통해 배지를 달았는데도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번 전국노동자대회는 윤석열정권 퇴진(민주당은 ‘탄핵’)을 빌미로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장소, 같은 마음, 같은 무대”에서 행사를 치렀다. 

 

전태일열사 정신 계승이라면 ‘노동해방’이나 ‘체제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본의 노동착취와 수탈을 폭로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어야 했다. 그런데 노동자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민영화, FTA, 국책은행•기간산업•공기업 해외투기자본에 매각, 비정규직악법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왔으며,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권의 재벌부자감세조치를 방조해 왔고, 바로 직전에는 국민의힘과 야합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과 실질적으로 공동집회를 개최한 셈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권력(대통령)놀음 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과 ‘탄핵’을 말하기 전에 그 단어가 자신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2024.11.13.수, 전태일열사 54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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