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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정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는 있지만 “경제와 민생에 중단은 없어야 한다"면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무쟁점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경제 분야 입법 과제 중 여야가 함께 공통으로 법안을 발의한 것은 23개인데, 12개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허용이 들어 있는 <반도체특별법>과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중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은 노동계에서 일명 ‘노동지옥법’으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29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만장일치로 상임위를 통과시켰지만, 그 후 선거 일정에 밀려 잠시 보류해둔 상태다. 이 법안은 노동시간,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상 최저 노동조건 보호, 노동자 생명·안전 확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상 사용자의 의무에 대해 광범위한 적용 제외를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특정 지역 내 노동·환경에 대한 치외법권을 용인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노동자들의 많은 권리가 일시에 무력화될 것이 우려된다. 후안무치한 재벌과 자본은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 하에서도 노동악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왜 가만있나? 이에 맞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해야 하지 않나? 이는 우리 노동자에게 가장 시급하고 또 “경제와 민생에 중단”이 없게 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할 법안이다. 올해 이미 두 차례나 국회에서 통과되었음에도,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에 막혀 모두 좌절되었다. 이제 ‘거부권 왕’ 윤석열이 탄핵되어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또 그 직무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윤석열의 내란 동조 혐의때문에 만약 야당이 강력하게 법안 통과를 요구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듯 지금이야말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키기에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이 법안의 통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원청의 초과착취를 제한하고 비정규직의 남용 및 확산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한국 사회 진보의 새로운 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고 거리에 나오면 자칫 윤석열 탄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초점을 분산시킬까? 정반대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북돋우고 활성화시킬 때만이 현 정세는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받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노동자들이 공장 담장 안에만 갇혀 윤석열과 내란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벌에 무관심할 때, 현 정세는 더 이상 사회대개혁을 향해 나아갈 동력을 얻지 못한다.
노동자들이 현 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적극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내란 가담자 엄중 처벌과 국민의힘 해체 임무를 일반 시민과 학생들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직접 나설 때만이 수구보수세력의 반동 쿠데타 음모 또한 확실하게 분쇄할 수 있으며, 민주당의 불철저성과 기회주의가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그럴때만이 비로소 그들의 동요를 막을 수 있으며, 노동자계급· 민중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도록 강제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혹시라도 앞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으니,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고 설득할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민주당은 그때 가면 야당(국민의힘) 핑계를 대면서 자기들은 ‘일방 국회’를 끌고 갈 수 없다면서 차일피일 미룰 것이기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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