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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국면의 핵심 과제는 노동자계급의 주도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시기에 민주당의 꽁무니만 따라다니지 않고 진보 변혁진영의 독자성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스스로 정치세력화의 의지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여기에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우파로부터 오는 걸림돌이다. 진보당이 민주당과의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면서, 민주노총 또한 한국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대중조직으로서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한 마땅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총선 시기 진보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참여하여 3석을 가진 ‘원내정당’의 성과를 거둔 이후, 이 같은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우선 이들이 민주당과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진보 변혁진영의 독자성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이번 윤석열 쿠데타가 촉발시킨 ‘제2의 촛불항쟁’은 다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진보당의 이 같은 편향은 그들이 표방하고 있는 엔엘적 ‘자주노선’이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의회주의에 경도된 기회주의노선으로 변질된 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 속의 ‘민족자본가’를 그리면서, 그 정치적 화신으로서 ‘민주당’을 상정하고 그들을 통일전선의 대상으로 억지로 짜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것은 한국 진보 변혁진영의 독자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민주당에 대한 ‘꽁무니주의’로 귀결된다. 그들은 반재벌 투쟁을 홀시하고 현장에서는 은근히 계급협조주의를 유포하고 있으며, ‘자주 정부’ 수립이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자주정부'는 어떠한 권력이며, 그것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는지가 애매하다. 진보 변혁세력이 주체가 되어 세운 정권이 아님에도 자주정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정부가 반미노선을 명확히 천명하고,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 철수 요구를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까? 민주당 정권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민주당 정권은 여러 차례 현실에서 그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주정부’ 수립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포함하는 ‘反수구보수전선’에 진보당이 경도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주장해온 자주노선을 왜곡시키는 것이며 기회주의로 타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당은 하루빨리 제정신을 차리고 진정한 의미의 ‘자주노선’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노총 또한 비로소 계급적 대중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좌측으로부터 오는 ‘정치세력화’의 장애물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 진보 변혁진영 내 일부 좌파세력은 지난 4.10 총선에서 진보당이 민주당 주도의 위성정당에 참여한 행위를 '배신'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명분으로 내심 새로운 정당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3당은 별도의 모임을 가져왔는데, 현재 그들 계열이 집행 권력을 장악한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화섬식품노조 등을 기반으로 제3의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면서 좌·우파를 다시 정립시키겠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독자정당 창당 계획, 특히 노동자계급 정당 건설을 당면한 진보 변혁진영의 통일적 행동과 대립시킨다는 점이다. 지금은 수구보수세력의 쿠데타 시도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비상시국’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분쇄하고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동과 배신행위를 견제하면서 ‘제2의 촛불항쟁’이 다시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1의 급선무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 내에서 우파와 결별하고 그들을 ‘고립’시킨다는 명분으로 분파주의적 길을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다시금 ‘제2의 촛불항쟁’을 좌절시킬 경우, 다시 말해서 다가올 조기 대선에서 진보 변혁진영이 ‘단일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그들의 독자정당 건설 계획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통해서 윤석열 쿠데타에 관한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투쟁을 함께 벌여나가고, 진보 변혁진영 전체가 한국사회대개혁 요구를 만들어 대선 투쟁을 함께 치루고, 그 힘으로 ‘진보 단일정당’을 세우고 그것에 기초해서 2026년 지방선거를 치루어야 한다. 이 일정까지를 같이 한 후, 그리고 다시 전체 진보 변혁진영이 단일한 힘으로 최소한 원내 10~20석의 교두보를 확보한 연후라야, 각 정파는 독자적인 자신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수 있는 밑천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이 한국적 현실이며, 지난 4.10 총선은 분열과 각자 도생의 참담한 결과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ㅡ 조기 대선 국면에 대비해 ‘독자후보’를 빨리 세우자
현재 탄핵 국면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곧이어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실질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 준비에 착수하고 있다. 윤석열은 이제 누가 봐도 ‘가망없다’고 판단된다. 공수처가 이미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권한대행 최상목은 헌법재판관 2인을 새로 임명하여 탄핵 재판의 요건을 기본적으로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윤석열이 유튜브를 통해서 극우 지지자들을 동원하려고 시도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대세에는 별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국민의힘 역시 마땅한 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후보’이다. 모든 것이 이 후보를 에워싸고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이 후보가 유권자의 표를 다투게 된다. 특정 정치세력은 이 후보를 통해서 자파의 정강·정책을 발표하고 자당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또 후보가 있어야만 선거 캠프를 꾸릴 수 있고, 지지자와 동맹 세력을 규합할 수 있으며, 유세를 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후보를 선정하는 일은 대선을 치르는 데 있어 1차 관문이며, 누구를 세우느냐에 따라서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 이어 펼쳐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진보진영이 독자후보를 세울 수 있는지는, 그간 수행해온 윤석열 퇴진 투쟁의 성과 가운데서 진보진영 몫을 온존히 챙길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조기 대선 이후의 정치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진보정당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운동의 발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진보진영의 후보 선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2가지이며, 그것은 시기와 인물이다.
첫째, 진보진영의 독자 후보를 가급적 조기에 내세워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대략 3~4개월 정도의 촉박한 대선 일정에 비추어 볼 때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더 이상 과거처럼 후보 조정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쓸 여유가 없기에, 이번에는 여기에다 시간과 정력을 너무 낭비해서는 안 된다. 내부적으로 빨리 후보를 선정하고, 다음에는 대중적인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설령 나중에 최종적으로 단일후보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이번에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 먼저 바람을 일으키고 기선을 제압한 자가 내부 경선을 하더라도 유리하다. 이런 대선 후보가 대중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또 일정한 추종세력과 지지세를 형성할 경우 ‘기정사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인물 선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다음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이미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각인된 인물이어야 한다. 대선 후보는 전국적인 유명세가 필요한데, 앞으로 3~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짧은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2) 민주당과 분명한 차별성을 긋는 후보여야만 한다. 지난 1차 촛불 항쟁의 실패 경험, 그리고 이번 윤석열 퇴진 투쟁에서 제기된 한국사회대개혁의 과제를 생각할 때 이점은 중요하다. (3)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라야 한다.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 무권리한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이익을 골고루 대변할 수 있어야 하고, 비타협적인 투쟁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 민주당과 차별성을 분명히 할 수 있고, 광범위한 현장 노동자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계급투표’를 실현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노동자계급이 먼저 확고한 중심을 잡으면 그 주변에 농민, 자영업자, 도시빈민, 학생 등 광범위한 서민 계층을 결집시킬 수가 있게 된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 강력한 노동자적 이미지를 가진 후보는 여타 민중들에게도 힘과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민주대 독재가 아닌, 지난 1차 촛불항쟁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고 당면한 경제 파국과 자영업자 몰락, 가계부채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을 대중들은 간절히 고대한다. 이러할 때 '재벌 공기업화'와 '한미동맹 철폐'와 같은 근본적인 개혁강령을 내걸고 박력있게 추진할 수 있는 후보를 대중은 원하기에, 지난 4.10 총선 때의 조국 후보를 뛰어넘는 강성 이미지를 가진 후보를 진보 변혁진영은 내세워야만 한다.
이러한 기준에 입각해서 보면 떠오르는 후보가 한 명 있다. 그것은 한상균 동지이다. 그는 민주당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 후보이며, 향후 진보 변혁진영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꿋꿋하게 밀고나갈 인물이다. 그는 결코 민주당의 뒷 꽁무니를 따라다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아무리 진보진영의 세력이 왜소할지라도 그걸 이유로 원칙과 명분을 버리고 민주당의 품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출소 후 ‘권리찾기유니온’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그는 그간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하였다. 그에 앞서 대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쌍용차 ‘77일간의 옥쇄파업’을 통해서 잘 알려져 있으며,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함으로써 한국 노동운동을 대표했던 경력이 있다. 나아가서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 ‘박근혜 퇴진투쟁’을 촉발하고 주도했던 인물이기에 전 사회적인 유명세 또한 갖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별반 흠잡을 데 없는 행보를 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그의 신선함은 선거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후보를 앞세워 조기 대선 국면의 기선을 제압한다면, 지금 시기 진보 변혁진영을 단결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며, 더 나아가 예상되는 민주당의 독주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진보 변혁진영 전체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먼저 '범좌파' 내에서라도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범좌파 진영에서 본다면 한상균 동지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 현재로선 정의당의 권영국 당 대표가 유력하다. 하지만 그로선 아직 경력이나 이미지, 지도력에 있어 한상균에 미치지 못한다. 단병호 동지는 나이가 너무 많다. 노동당의 이갑용 동지만 동의한다면 충분히 한상균 동지를 조기에 독자후보로 추대할 수 있다.
이렇듯 진보 진영의 일정한 동의를 기반으로 ‘한상균 추대 모임’을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바람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이나 총선때처럼 별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층 정파 간 후보 조정을 위해 시간을 너무 끌 여유가 기본적으로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물론 한상균 동지 이외 다른 마땅한 동지가 있다면 그를 추대해 자발적인 움직임을 밑으로부터 만들어가는 것도 좋다. 어쨌거나 지금은 밀실 협상에만 갇혀서는 촉박한 정치 일정을 따라갈 수 없으며, 다소 행동이 앞서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진보진영 내 후보 간의 경합을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수는 있다. 이렇듯 분명하게 진보진영의 독자후보가 부각되었음에도, 만약 어느 한 분파가 그것을 무시하고 민주당과의 연대를 시도할 경우, 그들은 노동진영과 진보진영 전체로부터 ‘분열주의자’ 내지 ‘민주당 추종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으며, 향후 고립되고 몰락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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