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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양

이번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오랜 시간 노동자들은 법 개정을 위해 끈질기게 싸워왔고, 특히 지난해 윤석열 정권의 12.3 내란사태에 맞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앞장서 몸으로 막아낸 투쟁이 이번 변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 결과, 제2의 촛불혁명(빛의 혁명)으로 힘을 얻고 등장한 자유주의적 민주당 정부 역시 노동자와 민중의 열망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진정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법률 개정의 성과 역시 노동자들이 앞으로 투쟁의 무기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만이 그 진정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이번 법 개정만으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 최종적인 법 제정과정이 남아 있고, 그 후 집행과정에서도 재벌과 검찰, 사법부가 법률 해석을 둘러싸고 온갖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언제든 윤석열과 같은 권력자가 나서서 재벌에 불리한 법을 무력화하거나 개악을 시도할 위험 또한 상존한다.
이번 노조법 2조 개정안의 핵심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이다. 즉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이는 원청(재벌)과 하청, 특수고용·플랫폼 등 다양한 간접고용 구조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재벌과 원청 자본은 이 책임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
첫째, 계약 구조의 복잡화와 다단계 하청 확대를 통해 형식상 ‘지배·결정권’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 업무를 위임하고, 실질적인 근로조건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관리 지침을 모호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또한 하청 단계를 늘리거나, 용역·파견·도급 등 다양한 형태로 쪼개 책임 소재를 흐리고, 실질적 지배관계 입증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둘째, 근로조건 결정의 ‘간접성’을 강조해 법률상 ‘지배·결정’ 기준을 피해가려 할 것이다. 예컨대, ‘권고’나 ‘가이드라인’ 형태로만 하청에 지시하거나, 임금·근무시간·작업환경 등 핵심 사항을 하청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처럼 서류상으로 꾸미는 방식이 있다.
셋째, 법적 분쟁 시 ‘실질적 지배’ 입증을 방해하기 위해 문서·자료 비공개, 증거인멸, 증언 방해 등을 통해 노동자가 원청의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입증하기 어렵게 만들고, 법률 해석을 둘러싼 소송을 남발해 ‘사용자성’의 기준을 최대한 좁게 해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넷째, 새로운 간접고용·플랫폼 구조를 개발해 플랫폼 중개업체를 ‘단순 중개자’로 포장하거나, AI·앱 기반 자동화로 ‘관리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사용자 책임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다섯째, 정부·사법부 로비 및 입법 개악 시도를 통해서 노동법 해석·집행을 지연시키거나, 불리한 판례가 나오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권 교체 시 법률 개정·후퇴를 요구하는 등 불편한 법률을 뒤집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이렇듯 재벌과 원청 자본은 ‘실질적 지배·결정권’의 입증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와 경영방식을 끊임없이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법은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물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재벌공화국이며, 이재용 삼성 회장이 수많은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등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재벌체제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재벌 중심 체제는 비정규직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구조적 원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의 성과를 토대로 노동자 스스로가 비정규직 제도와 그 근원인 재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낼 힘을 길러야만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을 넘어 모든 노동자의 단결된 역량만이 한국 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평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노동자의 단결 투쟁만이 진정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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