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
등록일 : 20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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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26일-3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김정은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통일 안 돼"   
연합뉴스TV  사진캡쳐(2023.12.31)

   

         글 싣는 순서 
    1. 적대관계 전환은 새로운 출발의 전환점
     2. 적대관계 전환 배경
          ㅡ 조선의 적대관계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했는가?
    3. 민족과 민족모순은 실존하는 것
    4. 자주ㆍ민주ㆍ통일 강령의 현실성​
​         ㅡ [사람과 세상]의 노선전환을 중심으로
    5. 강령적 수준의 토론, 전략적 수준의 논의로 우리운동을 전진시키고 새 사회를 만들자

  * 두번에 걸쳐 나눠서 싣습니다. 

 

1. 적대관계 전환은 새로운 출발의 전환점​

2023년 12월 30일 열린 제8기 9차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조선이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2년 반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 선언이 단순히 대북적대와 침략책동을 노골화 했던 윤석열 정권과의 관계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던 것은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 통일’, ‘체제 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조선의 통일전략 전반에 대한 총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북남 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절박한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는 발표에서도 표명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평화공존과 경제ㆍ인적교류 협력 재개 주장에 대해 2025년 7월 28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에서도 조선은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싸늘하게 표현한 것도 이 결정이 일시적이고 전술적인 결정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조선의 이러한 발표는 통일운동 진영에도 영향을 미쳐 이후 3자 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이 기존 단체를 해산하고 새로운 단체를 띄우기도 하였고, 이와 관련한 무수한 평가를 내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와 관련해서 입장이 분분하고 혼란스럽다. 

 

특히 적대관계로의 전환 선언 이후 통일의 한 축이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기 때문에 진보진영도 통일을 포기하고 대신 두 국가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든가 통일관련 부서, 단체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적대관계로의 전환 선언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이 격변적 사태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며 한국사회의 변혁문제와 관련된 강령적 문제까지 논의가 전면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점이다. 사태에 대한 해석은 실천을 위한 것인바, 우리는 이 정세적 변화를 과학적ㆍ역사적 관점으로 인식하고 우리 운동의 지체를 파악하여 이 사회를 변화ㆍ변혁하는 전략ㆍ전망을 새롭게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적대관계로의 전환 선언 이후 자주ㆍ민주ㆍ통일(자민통) 노선이 여전히 유효한 변혁전략인지, 폐기해야 하는 노선인지 다시 새로운 수준에서 제출해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2. 적대관계 전환 배경

ㅡ 조선의 적대관계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했는가?​

여전히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됐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은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완패한 북한이 남북 간에 문을 열어놓고 소통하면 김씨 정권이 위험하다고 생각한것같다”며 “그래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북한 주민들에게 남조선은 이제 완전히 외국이고 남쪽 족속들은 같이 어울릴 수도 없는 이민족이니 관심을 끊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두 국가론 말하는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아냐” 46개 단체 참여…두 국가론에 반대하는 '원코리아 범국민연대' 출범, 조선일보, 2026.02.04.)

극우신문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언론도 사태를 이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은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를 원하는 남한과 상대하는 것은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은 흡수통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노력으로도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남한에 대해서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며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일’과 멀어지는 남과 북···‘적대적 두 국가’라는 주장은 왜 나왔나?”, 경향신문, 2025.10.07.)

 

한반도 정세는 분단 80년 역사상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분기점은 북한이 주창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공식화입니다...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과거 분단 시절 동독과 서독이 겪었던 분단 논리와 매우 유사하면서도 중대한 차이점을 지닙니다. 체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동독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습니다.

민족을 혈통이 아닌 ‘계급’의 문제로 규정하며, 서독을 ‘자본주의 부르주아 민족’, 자신들을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 민족’으로 분리·규정했습니다. 급기야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독일 민족의 통일”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서독을 철저한 외국으로 취급했습니다. 이는 현재 북한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한 것과 판박이처럼 닮았습니다...

현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남한의 영향력 차단과 적대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독보다 훨씬 극단적입니다."("실용적 평화체제 구축으로 넘어야 할 '적대적 두 국가'",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2026.06.03)

 

 진보진영 내부 일부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과 북조선 지배엘리트 집단은 왜 80년 가까이 이어져온 민족과 통일 이데올로기를 폐기하고, 일관되게 이러한 조치를 하는 걸까? 우선은 기존의 대남전략이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문화된 전략을 현실화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북조선 현 체제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남한을 ‘동포’가 아닌 ‘완전한 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 논리를 봉쇄하고, “우리 방식대로 살겠다”는 독자적 생존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홍명교 | 플랫폼c 활동가, “한반도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2026년 5월 2일)

 

체제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조선이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조선이 적대국가로 전환 선언을 하여 적대적 두 국가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사실과 정반대의 황당한 분석이고 원인과 결과, 현상과 본질을 뒤바꾸는 것이다.

 

조선의 적대관계로의 전환 선언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적대관계로 전환된 것이 아니다. “적대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도 인과관계가 틀렸다. 강화된 적대성은 그것이 목적이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선언은 적대화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엄중하게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체제경쟁에서 밀린 조선이 흡수통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했다면, 해방 이후부터 분단을 반대하고 민족대단결 기치 하에 통일방안을 줄기차게 제창해온 조선은 그동안은 체제경쟁에서 승리할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단 말인가? 이는 역으로 통일지향적 운동을 친북이라며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던 한국은 체제경쟁에서 자신감이 없어서 그랬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통일논의를 외세에 의해 생긴 분단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경쟁에서 승리하고 상대방을 짓밟아 무너뜨려 흡수해야 하는 상대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이들 언론들은 하나 같이 부르주아 체제의 흡수통일ㆍ정권교체 발상을 그대로 북에 투영해서 북의 그 동안의 통일논의를 상대방을 흡수할지 여부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도 적대관계 선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단적 인식, 대결적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 “기존의 대남전략이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홍명교, 같은 글)에 조선이 기존의 통일전략을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된 근본원인이 분단체제에 있으며 이와 연관된 미국과 한국의 대북적대 정책, 흡수통일 전략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를 재구성”하고 “상시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도 없게 된다. 이는 비역사적인 태도이며 결국 동아시아의 평화 재구성과 상시적 평화체제를 구축(驅逐)하게 될 뿐이다.

 

더욱이 “‘적대적 두 국가론’과 그에 따른 ‘민족 지우기’는 기존의 민족 담론이 더 이상 한반도 평화의 실효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하면서 “남한 사회의 이주민 인구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단일민족’ 서사는 유효하지도 지지할만하지도 않다. 그런 점에서 ‘두 국가론’에 맞서 ‘민족통일’ 담론을 옹호하는 것은 반전평화운동의 대응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족개념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없는 것이고 역사적으로 실존하고 더 깊어지는 민족문제 해결과 자주통일 운동에 기권하고 폐기하는 청산주의로 빠지게 될 뿐이다.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는 조선의 주장은 흡수통일을 경계, 반대하기 위해 나온 발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흡수통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차단하고자 적대관계로 전환 선언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조선이 주장해온 연방제 통일방안은 상호체제를 존중하는 속에서 1민족, 1국가, 2제도에 기초한 형태를 지향한다. 조선은 어느 한 체제로 흡수통일을 하는 것이라면 전쟁이나 정권교체를 기도해서 하는 통일이라고 반대하는 것인데, 한국이 여전히 무력을 동원한 전쟁이나 정권교체를 노리며 흡수통일만을 고집하기에 민족적 특수성에 바탕을 둔 통일방안이 현실성이 없어졌다고 보아서 기존 통일방안을 포기하고 두 적대 국가 선언을 한 것이었다.

 

조선이 적대적 두 국가선언을 한 것은 “선제타격론”, “북한 주적론”, “참수작전”, “즉강끝”을 외치며 대북적대를 노골화하고 한미군사훈련 등 침략책동을 일삼는 윤석열 정권 하에서지만 이미 문재인 정권 하에서 판문점공동연락사무소 파괴로 이를 공개적으로 예고해왔다. 2020년 6월 16일 개성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소를 북이 폭파한 것은 적대관계로의 전환을 알리는 전조,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죄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BBC 뉴스 코리아, “북한,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최근 남북 긴장고조 이유는?”, 2020년 6월 16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6월 13일 당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같은 기사)이라며 폭파를 경고한 바 있다.

 

2018년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과 조미 정상회담 개최로 정점에 달한 “선대선”의 관계가 2019년 2월 27일~28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며 결렬된 이후 파탄 상황으로 치달았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 이후인 2019년 3월 22일 북은 남북 간 연락과 상호민간교류를 위해 설치됐던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였다. 

 

이에 대해 북은 “미국의 승인과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당국이 어떻게 무슨 힘으로 중재자 역할,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같은 기사)라고 비난을 가했다.

 

결국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는 직접적으로는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 즉 지금도 그렇지만 탈북자들의 저열하고 도발적 내용의 대북 전단 살포와 이를 “표현의 자유”라며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런데 폭파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북전단 살포와 이의 방조만이 아니다. 그것은 조미 정상회담의 파탄이라는 외부적 조건과 함께, 그러한 불리한 외부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선언의 정신에 맞게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관점에 입각해서 민족문제를 주체적으로 돌파해가려는 노력과 의지 없이 미국 눈치나 보며 중재자니 운전자니 얼빠진 소리나 해대며 이 파탄 국면을 수수방관하고 대처할 줄 모르는 외세 추종적인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정세는 주어지기도 하지만, 만들어가기도 한다 ― “걸림돌”을 제거하고 주체적으로 정세를 개척해 나가자, 노동자정치신문, 2024년 6월 20일)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으로 민족통일 기운 최대로 높아졌다. 이 선언은 민족자결의 원칙  하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대북적대를 지속하려는 미국의 군부 군산복합체, 그리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의해 서로 단계적으로 비핵화와 침략위협을 줄여나가기 보다는 리비아식 방식에 의해 북의 일방적인 양보와 항복을 바라는 세력들은 인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민수산업에 대한 제한적 제재 완화와 단계적 비핵화를 교환하자는 북을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조미 간 하노이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조미 관계는 파탄을 맞게 되었다.

 

결국 북은 이제 더 이상 제재 완화 수준으로는 비핵화 논의는 없다며 핵무력 완성과 자력경제 완성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한미'동맹'의 틀에 철저하게 포박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그 동안 남북합의를 하나도 이행하지 못했다. “미국의 승인과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 당국”이라는 북의 평가는 임동현ㆍ정세현 등 민주당 역대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들의 성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합니다.(“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 2025년 12월 15일)

 

한미 간 관계는 남북 간 합의를 진척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도리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중재자, 운전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남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는 통로인 한미워킹그룹이었다.

 

당시 한미워킹그룹은 남북관계의 속도와 범위를 ‘조율’한다는 명분 아래 남북협력 전반에 개입하며, 남북합의 이행을 제약하는 실질적인 통제기구로 작동했다. 참가자들은 대북정책 조율 협의체 역시 미국의 제재·압박 기조를 기준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을 관리·조정하는 구조로 설계될 경우, 제2의 한미워킹그룹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제2의 한미워킹그룹' 구상을 중단하라” - 한미 ‘대북정책 조율 협의체’ 반대 긴급 기자회견, 경실련 정치입법팀,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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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카드뉴스   2020.08.14

 

심지어 한미는 2019년 전반·후반기에 각각 ‘동맹 19-1’훈련과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4월엔 2주 동안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최첨단의 미국산 무기 수입을 통해 전쟁준비에 골몰함으로써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1조)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어겼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청와대는 국방 예산 확충을 통해 신형 무기 도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군은 이미 F-35A 스텔스전투기(40대·7조3400억 원)를 비롯해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4대·1조1000억 원)를 도입 중이다. 지난해에는 차기 해상초계기로 P-8 포세이돈(6대·1조9000억 원)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 세 가지만 해도 10조 원이 넘는 물량이다.

​여기에 향후 3년 동안 도입될 신형 무기로는 전차와 병력 등 적 지상 표적 600여 개를 250km 밖에서 동시 추적하는 지상감시정찰기(조인트스타스)가 최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군은 약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3년까지 지상감시정찰기 4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 발사용 SM-3 요격미사일과 대잠수함 작전용 MH-60R 해상작전헬기, 적 레이더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EA-18G 전자전기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밖에 F-35A 스텔스기와 아파치 공격헬기, 조기경보기의 추가 도입까지 추진될 경우 향후 한국이 구매할 미국 무기는 1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한국, 무기구입 큰 고객”… 文대통령 3개년 구매계획 밝혀, 동아일보, 2019-09-25)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남북 체제 보장과 평화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무기 구매 3개년 계획을 밝힌 것은 북한에 비난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8월 우리 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등 최신 무기 도입과 관련해 '첨단살인장비의 지속적인 반입은 남북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정면 부정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같은 기사)

 

극우 신문 동아일보조차도 우려할 정도로 이러한 도발은 9.19군사합의를 체결하고 남북이 평화로운 관계를 모색한다는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은 '자주국방'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산 최첨단 무기를 수입했으나 전시작전권통제는 이재명 정권 들어와서도 여전히 환수는 오리무중이고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 1조 389억 원에 더해 1,350여 억원을 더하는 것으로 그 인상폭이 가히 역대급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권의 대미종속의 심화와 남북관계 파탄 위에서 윤석열은 미국의 대북전쟁 기도, 아시아판 나토의 돌격대를 자처하며 "선제타격론", "북한주적론", 대북전단 발송, 대북비방 방송, 역대급의 한미연합훈련에서 마침내 무인기 침투로 북으로 하여금 적대화된 남북관계 선언을 하게 했다.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는 북의 평가는 이러한 현실에서 나왔다.

3. 민족과 민족모순은 실존하는 것​

현대사에서 민족모순은 45년 해방 이후 민중의 자주권력을 미군정이 파탄내면서 생겨났다. 미국은 이남에 친미 꼭두각시 정부를 세움으로써 신식민지배의 기초를 마련하고 반공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1948년 제주4.3과 동포학살 반대를 내걸었던 여순의 항쟁을 필두로 일어난 단정ㆍ단선 반대, 외국군 철수, 자주통일 요구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전국적 민중항쟁을 무참하게 학살로 진압했다. 한국전쟁은 6.25전쟁이 아니라 이러한 요구와 외세의 식민지배 요구가 충돌해 가장 극단적 전쟁이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1960년 4월 혁명은 단순하게 미국식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투쟁이 아니었다. 민중의 빈곤과 생존권 요구와 함께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라는 구호에서 보듯, 자주통일 요구와 학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요구로 대구ㆍ경북, 제주 4.3, 여순 등 항쟁역사를 잇는 전국적인 민주항쟁이었다. 미국은 수백만 학살에도 꺼지지 않고 한국에서 다시 타오르는 자주통일과 변혁 열망을 박정희 군사쿠데타로 짓밟고 반공 친미숭배 백색테러국가로 만들었다. 

 

미국은 1980년 오월광주항쟁 이후 다시 이러한 역사적인 반미 통일ㆍ군사파쇼 반대 투쟁이 격렬해지자 직선제를 마지못해 수용하고 노태우로 군사정권을 연장하는 것으로 한국통치 형태를 전환했다. 3당 합당으로 군부통치는 막을 내렸으나 이는 친미정권의 연장이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 두 차례의 정권퇴진투쟁 이후 들어선 문재인, 현재의 이재명 정권까지 양당체제 하에서 미국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친미숭배ㆍ흡수통일을 추구하는 양대 정권에서 미국 패권의 지속성, 영속성을 보장받으려 했다.

 

남북관계의 적대관계로의 전환과 두 국가론이 제기되는 현실은 민족모순이 사라졌다는 근거가 아니라 반대로 민족모순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급기야 최악의 형태로 폭발해버린 상황을 보여준다.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전환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민족모순을 부정ㆍ경시한다면 심화되는 민족모순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ㆍ경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 변혁전략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다. 

 

민족 없이 민족모순이 생겨날 수는 없다. 적대화된 남북관계, 두 국가관계 선언으로 남과 북은 더 이상 같은 민족이 아니게 된 것인가? 앞에서도 실제 독일의 사례를 들어 사회주의 민족, 자본주의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하나의 민족 개념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동독의 울브리히트 제 1서기는 1970년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독일 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주장은 허구이며,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 그리고 독점재벌과 노동자 사이에 하나의 민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응수하며 동독을 사회주의 독일 민족(sozialistischer deutscher Nationalstaat)이라고 주장하였다. 

동독에서 민족문제에 대한 전격적인 방향 전환은 1970년으로 볼 수 있고, 이를 야기한 결정적 계기는 1969년 10월에 출범한 브란트(Willy Brandt) 서독 총리가 1969년 10월 28일 시정연설에서 주장한 “독일민족의 통합 유지(den Zusammenhalt der deutschen Nation zu wahren)” 노선 정책이었다. 동 연설에서 브란트 총리는 동독에 대한 국제법적인 승인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비록 독일 영토 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서로 외국은 아니다.

상호관계는 ‘단지 특별한 관계(besonderer Art)’이다”라고 하며 서독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할슈타인 독트린(Hallstein Doktrin)에 의한 단독대표권을 폐기하였다. 이는 “사실상”의 1민족 2국가를 인정하면서 동독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1970년 1월 14일 연방하원의 “민족 상황에 관한 보고(Bericht zur Lage der Nation)”에서도 민족의 단일성(Einheit der Nation) 유지를 재차 강조하였다. 브란트 총리는 “민족이라는 개념에는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의지가 통합되어 있다”라고 하면서 “동독 (1968년) 헌법에서조차 동독 자신을 독일 민족의 일부라고 하고 있다”라고 언급하였다. 

이에 대한 동독의 대응은 1970년 초 2민족론(Zwei-Nationen-These)이었다. 울브리히트 제1 서기는 1970년 1월 19일의 국제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독일 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주장은 허구이며,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 그리고 억만장자와 노동계급 사이에는 민족적 통일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응수하면서 동독을 사회주의 독일민족국가(sozialistischer deutscher Nationalstaat)라고 주장하였다...

새로운 민족개념의 공식적 프로파간다는 그사이 울브리히트를 권력에서 밀어내고 새로운 당서기장(1971.5.)이 된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에 의해 1971년 6월의 제8차 당대회에서 시작되었다. 호네커는 당대회 경위보고서에서 “민족문제에 관해서는 역사가 결정할 것”이라고 짧게 언급하면서, “부르주아 민족이 존속하고 있고 민족문제가 부르주아와 노동자 대중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계급모순을 통해 결정되는 서독과 달리 동독에서는 사회주의 독일국가, 사회주의 민족이 발전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봉기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북한연구》, 28권 1호(2025),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우리 분단과 통일 문제의 맥락에서 동서독의 두 국가 성립, 갈등 그리고 통일처럼 자주 논의되는 나라는 없다. 오스트리아,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의 진원지였던 독일의 주변부에 있는 나라로서 이혼과 재결합의 복잡한 과정을 겪었지만, 안정된 결말을 보았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됐지만, 강대국에 의한 분단으로 이어지면서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경험한 한반도의 운명을 나치 독일의 패망 후 독일 땅에 성립된 두 국가의 운명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동안 서독은 남한, 동독은 북한이라는 전제로부터 얼마나 많은 오류를 낳았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마찬가지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다. 동독이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독일 민족’이라는 개념을 털어내고 ‘사회주의 독일국가, 사회주의 민족’이라고 규정한 것에 빗대어 북도 이제 비슷한 논거로 민족 개념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있다.

동서독을 막론하고 독일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안고 있는 원죄적인 무게 때문에 오랫동안 민족 문제 공론화를 주저했다. 일제와 미제와의 투쟁을 자기 정체성의 뿌리로 보는 북이 하루아침에 민족 개념을 버리고 동독처럼 ‘두 국가, 두 민족’으로 돌아섰다는 성급한 주장은 동독과 북한 사회주의의 성립 배경의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20~2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3차 회의에서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면서 “적대국과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완전한 집착과 집념의 표현일 뿐이며 그렇게 고집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 발언도 두 개 국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두 민족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적대적 두 국가론", 경향신문, 2025.10.14)

 

독일과 남북의 민족문제는 그 출발과 역사성이 전연 다르다. 독일에서 민족형성은 봉건제의 몰락과 현대 자본주의의 대두와 함께 시작되었다. 1871년 프로이센 중심으로 통일될 때까지 독일은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였고 300개 이상의 공국과 개별 국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독일의 민족주의는 자본주의 형성기에 진보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나찌에 의해 배타적이고 인종주의적으로 반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독일 파시즘이 무너지고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개 연합이 독일을 분할 점령하면서 독일전체의 사회주의를 막는다는 속내도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독일의 재무장과 나찌의 부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분단이 되었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안고 있는 원죄적인 무게 때문에 오랫동안 민족 문제 공론화를 주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우리 민족형성은 일찍이 단일한 중앙집권적 통일국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로부터 외부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더욱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민족주의도 저항적 민족주의로 민족해방투쟁의 일환으로 형성되었다. 분단도 식민지배의 연장과 반공 전초기지를 형성하기 위해 제국주의에 의해 되었고 이에 맞서 싸우는 통일이념은 반제국주의적이고 진보적 민족주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민족은 각 나라마다 형성 시기와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만 순수 개념의 산물이 아니다. 민족은 실존하는 것이다. 실존하는 민족을 바탕으로 민족개념이 나왔다. 민족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스탈린에 의해서 나왔다.

 

민족이란 언어, 지역, 경제생활 그리고 문화의 공통성에 표현되는 심리 상태 등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발생하였으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공고한 공동체이다.

(《맑스주의와 민족문제》)

 

이 정의에 의하면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도 아니고, 공동경제생활, 지역, 언어 등 역사와 분리되어 제기되는 신비적인 “운명의 공동체”도 아니다. 스탈린의 정의는 상당부분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수성을 가진 우리 민족과 민족문제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일제의 식민지배가 우리민족을 형성시켰다는 식민이론으로 왜곡되고, 분단으로 “지역, 경제생활”이 인위적으로 나눠진 우리는 같은 민족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족, 조선민족 두 개의 민족이 되게 된다.

 

이러한 민족이론으로서는 단일한 지역적 통일성을 가지지 못한 수백만 해외동포는 민족 구성원이 아니고 통일운동의 한 주체도 될 수 없다. 

 

조선이 스탈린의 정의를 인정하면서 “주체적으로” 내린 민족의 정의는 “한 민족의 민족의 형성 시기는 민족 마다 다르지만 매개 민족은 피줄과 언어지역과 문화생활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력사적으로 형성되고 공고화된 사회적 집단이며 여러 계급, 계층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민족주의에 관한 주체의 이론〉, 《김정일선집》 15권, 256쪽)이다.

 

여기서 동독의 사회주의 민족, 자본주의 민족으로 분류를 전면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같은 민족 안에도 여러 계급, 계층으로 나눠져 있는 것처럼, 민족과 계급은 서로 다른 범주인데 민족을 계급의 기준으로 분류한 것은 오류이다. 조선에서 언어적 통일성과 혈연적 통일성을 가장 중요한 민족의 요소로 강조한다.

 

피줄의 공통성은 동일한 조상을 가지고 력사적으로 오랜 기간 사회 생활을 함께 하여 온 것으로 하여 이루어진 민족 성원들의 공통적징표이다. 이것은 씨족, 종족의 징표와 달리 순수 혈연관계, 생물학적 요인만의 공통성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의 공통성이기도 하다. 민족은 인종과도 다른 사회적 집단이다. 인종은 피부색을 비롯한 유전적, 생물학적징표의 공통성에 기초한 사람들의 집단이다.(같은 글)

 

이 민족정의 중 피줄의 공통성은 인종을 기초로 출발한다 하더라도 사회적ㆍ역사적 요인의 공통성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어느 모로 보나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객관적으로 강력하게 실존하는 하나의 민족이 외세에 의해 갈라지면서 분단모순이 생겼다. 민족관계의 파탄 선언으로 실존하는 민족이 사라질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이 파탄선언은 오히려 하나의 민족이 분단되어 나타난 질곡과 모순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지 민족과 민족모순이 사라졌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적대적 두 국가관계는 객관적으로 실존하는 민족의 부정이 아니라 민족‘관계’의 파탄이다. 가령 형제‘관계’의 파탄을 두고 이들은 애초부터 형제가 아니었다든가 이제 더 이상 형제가 아니란 주장이 성립될 수 있는가? 그러나 형제라는 실존이 형제애를 자동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형제애가 거세되고 유산상속을 가지고 골육상쟁이 벌어지면 피를 나눈 형제관계도 남보다도 못한 적대관계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동족관계의 거세는 실존하는 동족ㆍ단일한 민족애, 민족성, 민족우애를 부정하는 민족'관계'의 파탄인 것이다.

 

조선에게 최대의 과제는 자주적인 사회주의 발전이다. 전쟁위기와 내정간섭은 조선의 사회주의 전면 발전에 최대의 걸림돌이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조선으로서도 분단모순은 현존하는 심각한 질곡이자 사회발전의 걸림돌이다. 

 

최근 한국주둔 미군사령관이 어느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아시아심장부의 단검》이라고 묘사하여 국제적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주둔 미군사령관 브런슨은 《중국인들이 중국동해안에서 바라볼 때 첫눈에 보이는것은 아시아의 심장부에 꽂힌 단검인 한국이다. 일본은 일종의 방패막이역할을 하며 중국이 중국남해로 진출하려는 야망을 저지하고 남동쪽으로 필리핀까지 진출하려는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운운하였다.... 이 모든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자기의 주요경쟁적수를 포위억제하는데 기본목적을 둔 미국의 새로운 국가방위전략에서 미한동맹이 핵심축으로 자리잡고있다는것을 명백히 실증해주고있다.

날로 더욱 대결지향적으로 진화하고있는 미한동맹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군사적긴장도수를 더욱 높이고 항시적인 불안정을 조성하는 근본요인으로 되고있으며 이는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지역나라들과 국제사회의 응당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있다.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아시아심장부의 단검》발언은 미국의 패권추구와 랭전식사고방식의 집약적발현이다”, 조선중앙통신, 6월)

 

미국의 이러한 신패권주의는 “특히 한국내에서 한국이 미중경쟁관계속에서 전략적기로에 놓여있으며 종당에 제2의 우크라이나와 같은 처지에 놓일수 있다는” 문제를 낳는다. 뿐만 아니라 “한국주둔 미군사령관의 이번 발언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을 진영대결과 신랭전의 기본전장으로 삼아온 미국이라는 평화파괴의 장본인, 세계최악의 전쟁제국의 흉상을 직관해주고있다.”

 

조선은 미국의 침략적 행태는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을 진영대결과 신랭전의 기본전장”으로 만든다고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선의 우려가 단지 중국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도리어 대조선 적대를 기본으로 하면서 대중적대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도 제국주의 침략책동과 여기에 돌격대 역할을 자처해 왔던 한국과 대결하게 되면서 자주적 사회주의 발전 추구에 장애가 생긴다. 

 

조선에서 말한 적대적 두 국가론은 민족의 부정이 아니라 동족의식이 거세되고 사사건건 정권교체와 흡수통일을 노리는 동족성이 거세된 권력에 대한 부정인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동족의식을 가지고 자주성을 추구하고 흡수통일을 반대하면 다시 민족관계를 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조선이 통일론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과연 민족모순 해결 노력을 포기했는가? 

 

조선으로서도 분단으로 인해 생긴 문제는 목구멍의 가시 같은 것이다. 적대관계 전환을 선언하고 통일을 포기했다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깊어지는 모순해결을 방치할 수는 없다.

 

조선의 대외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만을 부각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제연대의 강화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는 중국, 쿠바 등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관계 발전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면서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여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반미자주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가 있다. 이는 서방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다극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이 우리를 상대로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고 그리고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리겠다”는 것은 유사시 무력에 의한 영토완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남북이 다 파괴되는 참혹한 전쟁을 의미하는바 북으로서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 할 것이다. 

 

대신 미국과의 대결전을 통해 미국을 힘으로 굴복시켜서 미국의 침략책동을 분쇄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족의식이 거세된 한국 양당 집권세력과의 평화적 통일추구는 파기했지만, 미국과의 대결전은 분단해결을 여전히 대외관계의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적대관계를 철회하면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변화도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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