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등록일 : 2024.05.24
5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2024 세계노동절 대회가 열렸다.jpg
5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2024 세계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이 글은 5월 23일(목) 오전 10시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본부(준)]가 주최한 <2024년 윤석열정권퇴진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저자가 발표한 발제문이다.  2회에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주]

 

1.

퇴진 투쟁 관련해서 우리 진보 진영에는 실현해야 할 두 가지 당면과제가 있습니다. 먼저 하나는 당연하게 윤석열 정권을 실질적으로 퇴진시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박근혜 퇴진 투쟁의 근본한계를 극복해내는 것입니다. 첫 번째 당면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당연하게도 정권 퇴진투쟁에 동의하는 모든 개인, 세력들을 다 하나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노동빈 기층 대중조직의 독자적 투쟁은 이러한 공동투쟁의 전제입니다.) 

 

그런데 이 명제는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에 대한 이견,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주지하듯 그것은 민주당에 대한 태도로부터 비롯됩니다. 이 문제는 앞서 제기했듯, 박근혜 퇴진 투쟁의 근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관 돼 있습니다.

 

2.

정치성향에 상관없이, 과거불문하고 정권퇴진 투쟁체는 특정한 목표에 동의하는 모든 개인들, 세력들이 결집하는 한시적, 또는 보다 장기적으로도 될 수 있는 공동투쟁체입니다. 이를 통일전선체, 공동전선체 등 다양하게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정치성향에 상관없이, 과거불문이라는 원칙은 공동전선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요구와 필요, 목표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는 시기에 독일 공산주의자들이 칼 리프크네히트, 로자 룩셈부르크를 참살하고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혁명을 압살하며 자본주의의 마지막 대들보 역할을 했던 사민당에 대해 네 차례나 반파쇼 통일전선 참가 호소를 했던 역사적 사례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윤석열 정권의 성격이 파시즘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있지만, 그 여부와 상관없이 퇴진 투쟁체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원칙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모든 개인들, 세력들을 다 결집시켜야 한다는 명제와 퇴진투쟁이 박근혜 퇴진투쟁의 근본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반드시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통일적으로 결합시켜야 합니다. 

 

아군이나 동조자들을 최대한 모으고, 중립자들을 우리쪽으로 견인하고, 견인이 안 된다 할지라도 저쪽으로 보내지 말고 중립자로 유지시키고 적들을 최대한 포위, 고립시키는 것이 전략ㆍ전술의 기본입니다.

 

정권퇴진 투쟁이 성공하려면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개인들, 대중조직들, 정치세력들을 다 포괄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투쟁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민주당이나 최근에는 조국참여당과 그 지지자들도 이 투쟁에 동의한다면 같이 해야 합니다. 모든 투쟁이 다 그렇지만 투쟁의 목표를 위해 최대한 투쟁 폭을 넓혀야 합니다.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의 과거 이력, 정치적 성격이 퇴진투쟁의 폭을 최대한 넓히는데 제한이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23년 6월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발족 및 윤석열정권 퇴진 7.15 범국민대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농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반민중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jpg
2023년 6월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 발족식이 있었다

 

3.

여기서 첫 번째 명제와 두 번째 명제가 서로 충돌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듯, 과거 박근혜 퇴진 투쟁 촛불투쟁이 4.19 이후 최초로 정권을 퇴진시켰습니다. 그러나 퇴진투쟁 이후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촛불혁명 정부라 자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촛불의 과제를 "배반"하고 반노동, 반민족, 반민주, 반민생 정권이 되고 대중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게 되고, 급기야는 자신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권력을 넘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집권 초기 7, 80프로의 압도적 국민적 지지와 총선에서 180석의 압도적 1당이라는 유리한 상황 속에서 문재인 정권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입니다.

 

이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의지부족과 역량의 문제도 있지만  실제로는 근본 정치적 한계 때문입니다. 적폐(積弊)는 문자 그대로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 이 사회의 역사적ㆍ구조적 모순을 말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이 역사적ㆍ구조적 모순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그 모순에 기대고 활용하기도 하면서 이 모순을 혁파한다고 했습니다.

 

국내외 재벌의 기업, 공장, 신용 지배, 노동악법을 그대로 둔 채, 실제로는 이것들의 소유자들을 보호, 비호하면서 노동존중을 외쳤습니다. 그 결과 자본과 언론들의 일방적 공세에 굴복하여 “줬다 다시 뺏는다”는 반발이 나올 정도로 첫해 약간의 최저임금 인상이 무력화 되고,  소득주도 성장은커녕 실질임금 삭감과 불평등이 심화됐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마중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약속과 달리, 일부 사업장의 '중규직'이라는 저임금 영속적 비정규직이라는 구정물과 함께 비정규직 확대 추세는 멈추지 않고 죽음의 외주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택가격의 가파른 또는 전반적인 상승도 근본 원인은 현 인류와 미래 세대가 공유할 지구를 개인들이 사적으로 독점하고 이 토지독점이 지대를 부르며, 주택이 거주 목적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사고 팔리는 상품의 교환가치로 되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입니다. 

 

이 체제에서는 도농복합체가 아니라 불균등한 발전으로 농촌과 지방도시는 점차 폐허, 공동화가 되는 반면에 도시로 인구와 행정, 생산, 상업건물, 교통시설이 집중되고 투기적인 위락시설이 집중 건설되면서 토지가가 급등하는 등의 이유로 생겨납니다. 여기에 정책적으로 주택가 인상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재건축, 신도시 건설 정책 남발과 주택가 인상을 열망하는 토지ㆍ주택소유자들의 적극적 호응,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한 주택보유세, 거래세의 완화, 금리인하 정책 또한 토지ㆍ주택가격 상승에 한 몫을 합니다. 

 

문재인 정권이 주택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 폭등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은 이처럼 구조적인 원인과 정책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오늘날 민족ㆍ동족관계의 파탄과 적대관계로의 전환은 직접적으로는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이 초래한 결과지만, 이 파탄의 원인제공자는 문재인 정권이었습니다. 열화와 같은 전 민족적 지지 속에 제 손으로 합의한 4.27판문점 선언과 10.4평양공동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결과, 이 파탄 위에서 오늘날 남북 적대와 전쟁일보 직전의 사태가 초래됐습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 합의한 남북 정상.jpg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 합의한 남북 정상

 

문재인 정권은 이 사회의 역사적 모순인 분단을 낳은 원흉인 미제의 지배와 한미전쟁 동맹, 미일한 동맹에 기대어, 미국 눈치나 보다가 남북관계 파탄을 초래했습니다. 국가보안법 전면 철폐는 고사하고 7조조차 폐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간첩조작극을 버젓이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맑스가 혁명의 가장 큰 교훈인 기존 국가 관료기구, 폭력기구를 분쇄하지 않고 그대로 인수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진보정치 세력에게 정확히 해당하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집권이 이 사회 변화, 변혁의 수단, 계기는 될 수 있지만 전부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볼 때 민주당의 근본한계는 문재인을 대신하여 누가 됐든 변하지 않을 것이 필연적입니다. 민주당 이재명이 차기 권력을 잡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역사적ㆍ구조적 모순이 버티고 있는 한,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소확행(小確幸) 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밖에 없습니다. 이 조차도 이러한 모순에 제약당해 불확실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제에 종속당한 처지를 벗어날 수 없기에, 2006년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감행하면서 군대까지 동원하여 '이전 반대' 대추리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무차별 폭행했던 한 때의 반미 인권운동가 노무현의 작태와, 사드철거 공약을 어기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추가 배치하는 문재인과 “이미 배치된 사드는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이재명이 달라질 것이 없는 건 필연적입니다.

 

이재명의 인식대로라면 이미 배치된 미군도, 이미 제정된 국가보안법도, 정리해고제도 파견제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구조적ㆍ역사적 모순으로 민주당과 그 정치모리배들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들입니다.

 

미군철수와 한미동맹과 불평등 조약의 파기 없이는 파탄난 남북관계는 복원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함께 친미, 반북, 반노동계급적 정치세력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이 노동존중, 남북관계 개선을 걸고 반노동 반민족적 작태를 벌인다면, 국민의힘은 노골적으로 노조 적대시, 대북 적대시를 공공연하게 내걸고 반노동, 반민족 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입니다. 음험한 사기꾼과 조포한 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이 두 세력은 국내외 재벌을 대변하지만, 그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문제는 양당의 지지세력입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지배 권력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지만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부르주아와 노동계급까지도 지지세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 파시즘의 권력기반이 한동안 공고했던 이유도 베르사이유 강화조약으로 인한 손상당한 민족감정, 실업, 초인플레이션, 생활고 등을 해결하겠다고 선전하여 처음에는 소부르주아와 노동자계급 후진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국힘의 지자들은 대체로 보수적이거나 심지어는 극우적입니다. 조중동이 국힘을 적극 지지합니다. 반면 민주당 지자들은 지역기반과 함께 소부르주아 세력과 지식인들, 노동자계급 상당수를 광범위한 지지세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부르주아가 민주당의 지지기반이라는 점은,  그들이 소자산가라는 직업적 특성도 있지만 주로 노동자와 소자산가 사이를 넘나드는 이들의 처지상의 불안정성, 동요성, 진보적 인식과 보수적 인식을 오가는 의식의 문제 등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이 민주당의 지지언론입니다.

 

55개 시군구에서 온 촛불행동 대표단이 20일 오후 3시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6차 촛불대행진(4월 전국집중촛불)',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4.jpg
55개 시군구에서 온 촛불행동 대표단이  지난  4월20일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6차 촛불대행진(4월 전국집중촛불)'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의 지지세력들은 한국사회의 지적,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반북, 반중, 반러 친미적 경향도 일정 정도 있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대체로 남북화해와 협력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에 비판적이며, 노동자투쟁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범민주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들 중에는 이 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세력이 분열되어 있고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민주당을 대체할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낫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불신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박논쟁'은 민주당 자체가 근본적으로 수박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물교체만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나, 민주당이 자신들의 열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을 불신하고 민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총선에서 조국과 조국혁신당에 대한 관심과 열풍 역시, 자산계급 정당인 이 정치세력의 근본한계는 논외로 할 때, 이 정권을 퇴진시키고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1848년 부르주아 2월 혁명 이후 6월 봉기에 나섰던 노동자계급이 패배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부르주아를 지지세력으로 만들지 못하고 적진영으로 넘어가는 걸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는 최저임금 투쟁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도 노동자들과 중소상공인들이 은행, 건물주, 자본가들에 맞서 '을들끼리' 동맹하지 못하고 소상공인들이 자본의 편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5.

노동자계급 내부의 단결이 관건적이기는 하지만, 노동자계급만으로는 당면 투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 승리도 거둘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들과 같이 반윤석열 투쟁을 하면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게 되고 운동의 독자성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들어 광범위한 투쟁 전선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에 대한 대중 다수의 지지는 이미 주어진 현실입니다. 심지어 민주노총, 전농, 빈민대중조직 회원들 대다수의 민주당 지지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주어진 현실입니다. 물론 광범위한 정권퇴진 투쟁체를 꾸리는데 있어서도 민주당의 근본적인 정치적 한계를 이미 봤듯이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과 자주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런데 의회주의로부터 정치적 독립성과 자주성이 의회와 절연하고 정세와 상관없이 선거에 기권ㆍ불참하는 것이 아니듯,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 자주성과 독립성이 민주당과 선 긋고, 민주당 지지자들을 민주당의 영향 아래 방치하면서 일방 폭로하고 선전하는 것만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6차 촛불대행진(4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4.4.20.jpg
 

 

어떤 활동가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정치의식을 가졌다고 해서, 여전히 의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한테 아무런 매개 없이 의회주의 반대를 외칠 수는 없습니다. 

 

운동의 독립성과 자주성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배척하고 따로 간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전선체 속에서 공동투쟁을 하며, 반윤 전선을 확장하고 요구를 심화시키며, 이 투쟁 속에서 노동자ㆍ민중 자신의 직접적 경험으로 민주당의 근본 한계를 인식하고 정치의식ㆍ계급의식을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국민의힘이 주적이라면서 권력을 잡은 민주당 정권과의 투쟁을 회피하고, 심지어 비호에 나서면 이는 우경적 오류입니다. 이른바 조국사태 때 그 실례를 봤습니다. 그런데 가장 극우적이고 극렬하게 반동적인 국민의힘이 권력을 잡았을 때, 국힘을 주요타격방향으로 설정하지 못하고 국힘과 민주당 둘 다를 타격방향으로 잡는다면 이는 좌경적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지금 정치구도 속에서 양당체제 타파는 양당을 둘 다 동일한 타격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국힘과 그 권력을 집중타격(퇴진)하면서 민주당을 일면 견인·일면 폭로·일면타격하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정권퇴진을 실현해 내고, 민주당 지지자들을 우리 쪽으로 견인하여 이 투쟁이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개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반윤석열 퇴진 투쟁체 참여의 조건으로 반자본주의·반민주당을 내건다면 그건 반윤석열 투쟁체가 아니라 반자본주의 전선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반윤 투쟁 전선체라는 대중적 성격의 전선체가 아니라 협소한 정치투쟁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광범위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통해서 앞으로 쟁취해야 할 기조, 과제, 대중들의 정치의식 향상을 미리 주어진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며, 실제적으로 당면투쟁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정치적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투쟁의 폭을 대폭 확장시켜야 할 때에 미리 운신의 폭을 제한하여 차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퇴진운동본부(준)의 평가를 보면 “정권퇴진 투쟁에 대한 사회적ㆍ정치적 영향력을 형성하지는 못함. 아울러 반윤투쟁의 연대확장과 조직력 확대에도 뚜렷한 한계가 있었음”, “퇴진투쟁(집회)의 범국민적 역동성을 만들어내지 못함(시민들과의 정치·문화적 괴리현상도 존재하였음)”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퇴진투쟁이 확장되지 못한 이유는 민주노총과 기층 민중조직 구성원들의 참여가 부족하고, 특히 진보정당들이 이 투쟁에 참여하지 못한 문제점 등이 있습니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자발적 시민들이 광장투쟁으로 나오는데는 한계가 있음”이라는 퇴진운동본부(준) 평가처럼 총선에 몰두한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 장기적으로는 아니겠지만 당장은 투쟁이 범국민적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대중투쟁 보다는 각종 특검 요구 등 야당이 압도적 다수가 된 국회를 통해 정권을 압박하는 데  대중이 기대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대중투쟁은 다수 의석이 된 국회 내 제도권 투쟁이 극명한 한계를 보이고 총선 이후 잠시 수그러졌던 윤석열이 폭압적인 모습을 보일 때, 권력 내부의 동요와 분열이 깊어질 때 분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퇴진투쟁이 범국민적 역동성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시민들과의 괴리감을 보이는 것은, 퇴진투쟁이 기층 노농빈 대중조직과 단체들만으로 구성되었고 하나의 힘 있는 반윤석열 퇴진투쟁체를 결성해내지 못한데도 큰 이유가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현재 정권퇴진 기구는 촛불행동과 퇴진운동본부(준) 등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촛불행동은 일찌감치 정권퇴진을 내걸고 투쟁해 왔고 작년부터는 정권타도를 공개적으로 내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촛불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은 전투적인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민주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나서서 정권퇴진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 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 격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촛불행동 참가자들은 대개 친민주당, 비민주당 성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가 20일 오후 3시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6차 촛불대행진(4월 전국집중촛불)',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4.20. 이호 작가.jpg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가 2024년 4뤟20일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린  '4월 전국집중촛불',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퇴진운동본부(준) 평가서에서 제기하는 한계는 과감하게 이 두 개의 반윤석열 투쟁체를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층 노농빈 대중조직이 시민들과의 결합으로 반윤석열 퇴진투쟁을 대폭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더욱이 총선에서 제도권 국회 내의 역할이 한계에 부딪치고, 정권이 더 뒤로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으로 더 공격적으로 나오며, 거부권 행사 일변도로 나가거나 지금의 물가고처럼 민생이 계속 악화되고 경제위기가 심화되거나, 전쟁위기가 고조되든가 조-중-러동맹에 맞선다고 하다가 중-러와의 갈등이 격화되거나, 다양한 양상으로 대중투쟁이 격화될 정세가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의 퇴진투쟁체로 이 정세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해나가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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