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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 5월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임기 내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투쟁의 결과로서 부르주아지가 사회보장과 사회보험의 발달을 부득이하게 실시하고, 노동능력 상실자, 고령자 등의 부양을 위한 기금(정부관장기금 및 민간기금)의 형성을 통하여 양보하게 된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이러한 기금은 형식상 일부분만이 기업가 및 국가재정의 자금 부담을 통해 이루어지게 될 뿐, 대부분은 근로자의 임금으로부터 공제된 불입금에 의하여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기금의 수급 자격은 노동급부와 재직연한에 의하여 규정되지 않고, 기금에 불입한 액수와 불입기간에 의하여 결정되고 있다. 형식상 기업가가 불입하는 부분(몇몇 나라에서는 국가부담분)도 노동자로부터 수탈한 잉여생산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필요생산물의 일부분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 기금 자체는 보험회사와 은행에서 운영되고, 잉여가치를 낳는 추가원으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자본주의하에서 사회보장기금과 사회보험기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생존에 관한 근로자의 근심의 모든 하중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실업, 노동능력 상실, 노령기 도래 등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자본주의하의 근로자를 채찍질하는 무서운 고통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이른바 ‘13월차의 급료’, 상여금, 가족수당 등의 급여들은, 기본임금을 ‘감액’시키기 위한 구실로서, 또는 각각의 근로자 그룹을 독점자본에 의해 매수하기 위하여(‘사상적 온건’이란 것이 그러한 급부를 받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본가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레닌은, 영국의 ‘구세군’ 또는 각양각색의 자선단체, 종교단체에 의한 무료봉사의 제공을 부르조아적 위선의 매우 흔한 자선곡예로서 특징지었으며, 선진노동자들은 항상 그것을 모멸해왔다.(정치경제학 교과서 Ⅱ-2, NA.짜골로프 외 지음, 윤소영편해설, 새길)


ㅡ 초록동색의 연금개악 소사(小史) 


기만적이게도 국민연금 ‘개혁’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노후 생활보장이라는 국민연금 제도의 도입 취지에 비춰 볼 때 현재의 움직임은 명백한 연금개악이다. 그것도 노골적이고 파렴치하며 약탈적인 개악이다. 이것이 반민중적인 연금개악인 것은 국민연금 보장의 수혜자들인 근로민중 다수에게 “재정 건전성”이라는 명목으로 연금액을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심각하게 개악되어 왔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이른바 ‘영수회담’을 앞두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개혁들은 민주당 협조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당분간 정쟁을 유발하는 일들은 서로 멈춰야 한다. 이 대표는 다수당 대표로 국정 운영에 연대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사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첫 만남, 이제 협치는 불가피하다, 조선일보, 2024.04.2.)며 협치를 주장해 왔는데 연금개악에 있어서는 양당이 통치의 동반자로서 선명성을 과시하며 반민중적인 연금개악에 혈안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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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국회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대표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2024.4.22)
 

현재 연금개악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이 주도하고 있고 민주당이 협조하고 있는데, 이 연금개악사를 주도해 왔던 세력들은 민주당 정권들이고 심지어 일부 진보정당에서도 부분적으로 여기에 동참해 왔다. 다만 개악의 정도, 수준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1987년 6월의 민중항쟁과 7, 8, 9노동자대투쟁 이듬해인 1988년에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는데 당시 보험료율(내는 돈)은 3%, 연금이 생애 평균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다. 그런데 1993년 김영삼 정권 들어서는 6%로, 1998년 김대중 정권 시절 이른바 1차 연금 개혁에서는 보험료율을 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60%로 낮췄으며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총체적 수준으로 개악을 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7년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유시민은 “국민연금, 적게 내고 많이 받아…부도덕한 제도”([국민연금 논란]④ 유시민은 왜 40%로 소득대체율 낮췄을까, 이신영 기자, 조선일보, 2015.05.21.)라고 공세를 취하며 60%에서 40%로 지급액을 대폭 낮추는 연금개악에 앞장섰다. 2008년 당시 노인 70%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에 상당하는 기초노령연금 금액(8만4000원) 도입이라는 전진적인 부분도 있었으나, 이를 덮고도 남을 정도의 연금개악이 있었던 것이다. 2007년 2월 시민단체들이 유시민에게 국민연금 개악에 앞장섰다며 ‘최악의 복지부장관상’을 주기도 한 것에 비춰, 조선일보가 유시민을 두고두고 칭찬하는 건 다 이 때문이다.  

 

박근혜정권은 지난 2015년에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보험료를 소득 7%에서 9% 인상,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추고 연금 수급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개악하는가하면 당시부터 5년간 연금액을 동결하는 총체적 수준의 공무원연금 개악을 했다. 당시 문재인이 당대표로 있던 새정치민주연합도 이 전면 개악에 동의했다. 10만 명이 넘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양대노총 공무원노조들의 공동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야합의로 자행된 공무원연금 개악에 앞장섬으로써 자본진영의 찬사를 받은 박근혜 정권은 이를 통해 오늘날 시도되고 있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연금제도 개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금개악도 이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앞으로 이 인상안이 관철되면 단계적으로 추가로 인상하자는 암묵적인 공동 목표도 있다. 심지어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연금전문가로 불리는 이조차도 “최종 목표를 제안하고 이번 개혁이 1단계 조치임을 알려야 한다. 이번에 합의한 보험료율 13%도 종착지로 가는 중간 단계로 자리매김하면, 이것이 미봉책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베이스캠프로 이해될 수 있다”(정부는 자신의 연금개혁안을 내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경향신문, 2024.05.22.)며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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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사진=폴리뉴스 캡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9%인 보험료를 13%로 인상하는 대신에 소득대체율 45%안에서 양보해서 국민의힘의 제시안인 44%를 수용할 테니 이번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 개혁을 마무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이참에 모수개혁(국민연금 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하)을 넘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까지 한꺼번에 개악하고 이 논란을 통해 연금의 시장화로 나아가고자 한다. 

 

연금개혁 공론화가 이뤄지는 지금, 보수언론, 학자들은 국민연금이 미래세대에게 막대한 적자를 넘긴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없는 보험료 대폭 인상 주장을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연금행동은 전했다. 보수 언론과 학자들이 꾀하는 것은 결국 연금 민영화라며, 국민연금을 내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고조하여 재벌과 자본이 운영하는 연금상품으로 국민들 유인하고, 후세대 부담을 구실삼아 국가의 국민연금마저 낸 만큼 받는 사적연금 원리로 바꾸어, 제도를 통째로 민영화하려는 검은 속내다라고 설명했다.('기금 고갈' 공포론 협박하며 연금 민영화 검은 속내··· 안심하고 은퇴할 권리, 국민연금 강화하라,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 2024.04.18.)

 

그런데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힘과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이거 자체를 하려고 하면 엄청난 실력과 내공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 저는 그런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와 실력과 추진력이 저는 담보돼 있지 않다고 봐요.”(김태현의 정치쇼, 박성준 "尹 정권, 이 실력으로 연금 구조개혁까지 다 할 수 있겠나?", SBS 뉴스, 2024.05.27.)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처럼 연금전반의 개악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윤석열 정권은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이 없다며 오직 자신들만이 그것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의 파렴치한 정상배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재정안정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연금고갈론”이라는 협박을 들이대면서 국민들의 노후 생계 보장을 지속적으로 강탈해 왔다. 

 

평생을 생산과 서비스에 복무함으로써 이 사회의 유지, 발전에 성실하게 복무해 왔던 이 땅의 노동자 민중 대다수의 노년의 삶은 병고, 고독고, 빈고 등으로 인해 박탈감을 느끼고 고통 받아왔다. 그런데도 노년의 마지막 생계수단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은 끊임없는 개악 추세로 가고 있고 노년의 연금이 마치 그 사회 청년들의 노고를 빼앗아가는 강탈행위라며 연금수급자들에게 극단적 모멸감을 주면서 개악을 도덕적, 정책적으로 정당화해 왔다. 연금 수급자들이 “후세대의 착취자”라는 조선일보의 규정은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은폐하고 세대 간을 착취자/피착취자로 갈라치기 해서 연금수급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을 줄이고 이윤을 늘리려는 자본의 교활한 술책이다. 

 

연금개악의 선봉장이었던 유시민은 이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부모 세대에겐 아무것도 안 해 주고, 자식 세대에겐 내가 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고, 그렇게 하면서 지금 의사 결정하는 나이에 있으면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나중에 부담해야 할 그 법을 지금 만든다고요?”라며 “우리 아버지 엄마는 팽개치고 가고, 우리 새끼들한테서 보험료 뜯어내서 내가 연금 받는다? 이건 굉장히 부도덕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건(국민연금은) 불효연금이라 생각했다.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는 이기적인 연금제도라고 본다”고 말한다.(조선일보, 같은 기사)

 

‘불효 연금’을 주장한 유시민이 복지부장관 임명후 국회를 첫 방문해 연금제도특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2006.2.13.).jpg
불효 연금’을 주장한 유시민이 복지부장관 임명후 국회를 첫 방문해 연금제도특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2006.2.13.)

 

 

유시민은 사회보장제도를 부도덕하다고 말한다. 이는 노동자의 복지 보장을 도덕적 해이나 쓸데없는 행위로 보는 야만적인 멜더스주의의 일종이다. 

 

“지금 하루에 18페니를 버는 사람이 부자들의 기부에 의해서 갑자기 5실링을 얻는다고 하자. 아마 그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며, 매일 저녁 식사에는 고기 한 덩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결론이다. ……하루에 18페니 대신 5실링을 받으면 모든 사람은 자신이 비교적 부자이며 많은 시간의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환상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생산적 산업에 강력하고도 즉각적인 억제가 될 것이며, 얼마 안가서 그 국가가 가난해질 뿐만 아니라 하층 계층 사람들은 하루에 18페니를 받을 때 보다 더욱더 궁핍하게 될 것이다.”(E.K.헌트, <경제사상사>, 풀빛, 127쪽, 멜더스의 “인구론” 초판 중에서 인용)

 

부자들의 기부는 부자들 개인들의 도덕적 양심도 있겠지만 빈곤과 불평등에서 폭발하는 민중의 폭동을 막고 체제를 안정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종교의 자선도 이와 유사하다. 국가나 자본도 마찬가지다. 기부나 자선을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행한 것이다. 폭력으로 얼룩진 구빈법의 역사가 바로 그렇다. 

 

사회복지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결실이자 국가나 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양보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제도도 마찬가지다. 자본과 자본가 이데올로기들의 입장에서는 이 사회보장을 전면 없애자니 폭동이 일어나 사회의 안정성이 훼손될 것 같고 사회보장을 확장하자니 자신의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때문에 틈만 나면 사회보장을 축소하려 한다. 

 

2022년 기준으로 청년 노동자 10명 중 4명이 근속 평균이 1년이 되지 못하고 정규직조차도 25.2개월밖에 되지 않는 불안정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에 빠진 노동자들을 도덕적 해이자로 취급하고, 더 나아가 일종의 범죄라로 간주하면서 이른바 “나이롱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실업급여 지급 인정 조건을 강화하고 반복 수급자의 수급액 최대 50%까지 감액하려 하고 있다. 

 

유시민은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보편적 복지의 문제를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의 몫을 강탈해가는 “부도덕한” 제도의 문제로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 세대의 과거의 사회의 발전과 생산 기여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정당한 인정과 생존보장의 문제를 일방적인 시혜와 특혜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열시켜서 정규직 임금양보를 주장하고, 궁극적으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로 노동자의 삶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이로써 자본의 이윤을 추구하는 작금의 공세와 마찬가지로 세대 분열을 통해 이윤을 늘리려고 하는 비열하고 악랄한 의도에 다름 아니다.  

 

5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신전대협·한국대학생포럼 연금개혁 관련 공동 성명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jpg
국회 소통관에서 신전대협·한국대학생포럼 연금개혁 관련 공동 성명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2024. 5. 28)

 

 

연금고갈론은 연금 수급자들의 정당한 사회보장을 사회에 빌붙어 사는 버러지 정도로 취급하는 악선전을 하고, 연금이 고갈되게 되면 마치 사회의 파국이 올 것 같은 공포감을 조성하여 연금개악을 하기 위한 겁박이자 공포 조성이다. 이 악랄한 공포 조성 프로파간다 앞에 서면 누구나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고 울화통이 터지더라도 이 사회의 존속을 위해 양보를 감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 철두철미 공세 앞에 서면 노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연금 보장 요구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고 오직 어느 정도 후퇴 수준을 정할 것인가 하는 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러나 연금고갈론은 철저한 사기다. 자본가들이나 자본가언론들도 연금고갈론을 과도하게 내세움으로써 연금지급 자체를 거부하는 흐름이 확산되자,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우려는 절대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실제 연금 지급 방식을 현재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고갈 문제는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도 상당부분 해소된다. 

 

다른 연금선진국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민연금의 운용방식을 현재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꿔서 세금 등으로 연금 재원을 조달하면 된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운용방식은 적립방식과 부과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적립방식은 보험료를 거둬서 일정 기간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미리 쌓아놓고 그 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과방식은 해마다 그 해 필요한 연금 재원을 당대의 젊은 세대한테서 세금이나 보험료로 거둬서 노년 세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오래전 연금제도를 도입한 많은 연금 선진국도 과거 제도 초기에는 우리나라처럼 상당 수준의 기금을 쌓아뒀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 급속한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적립기금이 거의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 국가가 연금을 계속 줄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연금 재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2023연금개혁] 기금 소진되면 국민연금 정말 못받을까, 연합뉴스, 2023-01-27)

 

연금고갈론 협박과 달리 지금까지 연금이 고갈되어 연금지급을 전면 중단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첫째, 기금 고갈로 연금을 주지 않은 나라는 역사에 없다.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을까? 기금 없이 연금을 지급할 수 있고 대부분 국가가 이렇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나라가 망했던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9.1%, 재정 파탄을 겪은 그리스도 GDP의 15% 정도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연금지급에 필요한 돈 100%를 적립하고 이 기금으로 연금을 주는 나라는 칠레와 싱가포르 딱 두 나라뿐이다. 아주 예외적이다...


연금의 100%를 받다가 2057년 이후부터 갑자기 65%가 삭감된 35%짜리 연금을 받는다? 다른 말로 2060년에 1900만명에 달하는 노인들의 연금이 갑자기 65%가 삭감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비가 급감하고,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재원을 어떻게든 마련해 약속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즉, 기금 고갈로 연금을 못 받은 일은 역사상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것이다. 단, 부과방식으로의 이행은 필연적이나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오는 대규모의 연금적자가 우리 사회가 감당 가능한 규모인지, 감당 가능하다면 이를 어떻게 세대 간에 합리적으로 분담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둘째, 2030 세대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2057년 기금 고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확히는 기금을 고갈시킬 수가 없다. 이유는 역설적으로 막대한 국민연금 기금 때문이다. 기존 추계에 의하면 2035년에 연금기금은 GDP의 48.2%로 최고치를 기록한다. 하지만 투자수익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2021년에 이미 GDP의 47%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되며 2035년에는 GDP의 50%를 훨씬 넘게 적립될 것이 분명해졌다. 최근 3년 간의 막대한 투자수익으로 기금 고갈이 몇 년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기금을 많이 쌓아두면 좋으나 풀기 어려운 딜레마가 발생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에 투자된 천문학적인 자산을 연금지급을 위해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제·사회적 충격이 나타날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왜냐면] 기금고갈론이 ‘공포마케팅’인 세 가지 이유, 국민연금 개혁 연쇄기고 _2, 김연명 |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겨레,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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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처럼 연금고갈은 연금지급이 중단된다는 의미보다는 연금으로 막대한 자본을 조달했던 자본가들에게 손해와 충격이 갈 수 있는 문제다.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액은 채권시장의 13.3%,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10%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웬만한 재벌기업 주식의 10%를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다.


연금급여는 주식과 채권으로 못 주니 연금을 주려면 기금을 매각하여 현금화해야 한다(이를 유동화라 한다). 2057년 기금 고갈은 2040년을 전후하여 GDP의 50% 넘게 적립된 주식, 채권, 부동산 자산이 17년 만에 완전히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고, 만기채권을 연장하지 않고 원금을 회수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상상조차 힘들다. 이 때문에 국외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유동화 과정에서 환율리스크 등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같은 기사)

 

지난 2023년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수익이 126조원에 달하고 기금 순자산은 1,035조 8천억 원이며, 2022년 대비 약 145조 원이 증가하였다. 국민연금의 투자는 기업에게 막대한 자본을 공급해 주고 연금의 관리자인 국가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국가와 자본과 정치 모리배들이 합작하여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계속 살찌우고자 연금고갈론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이미 굶주린 국민들을 끝 간 데 없이 쥐어짜내려고  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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