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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행진(1968 뉴욕)


최근 SNS에 올라온 한 물리학자의 단상은 20세기 유럽의 사회운동과 오늘날 한국 정치, 그리고 평범한 노동자의 소박한 꿈을 교차시키며 진보정치의 본질을 묻는다. 정승일(서민동 79 물리학과) 씨의 글 <복지국가와 68혁명 - 구좌파와 신좌파- 그리고 이재명과 권영국, 천현우>는, 베를린 유학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서구와 한국 사회운동의 변천, 그리고 현장 노동자들의 삶과 정치적 요구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ㅡ “배부른 돼지”가 된 노동자 계급?
정승일 씨는 1990년대 중반 베를린 유학 시절, 민속박물관에서 본 한 그림을 회상한다. 맥주배가 불룩 나온 독일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알프스를 넘어 휴가를 떠나는 풍경. 그림의 제목은 “배부른 돼지가 된 노동자 계급”쯤으로, 1970년대 서구 사회에서 노동계급이 복지국가의 수혜로 ‘속물화’되어 자본주의 체제에 안주하게 됐다는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었다.

 

정 씨는 1968년을 전후해 서구 대도시에서 일어난 대학생 주도의 사회운동, 즉 68혁명이 마르쿠제, 에리히 프롬, 사르트르 등 당대 지식인들의 저작에서 사상적 기반을 찾았음을 지적한다. 마르쿠제의 『1차원적 인간』은 서구 노동계급이 물질적 풍요에 안주해 더 이상 변혁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고, 프랑스의 앙드레 고르즈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ㅡ 복지국가와 구좌파의 “성공”
이처럼 노동계급이 ‘배부른 돼지’가 된 데에는 구좌파의 꿈이 상당 부분 실현된 결과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2차대전 이후 서유럽과 미국에서는 노동권, 인권, 시민권, 사회권이 크게 신장됐고, 실질임금이 오르고 노동시간이 줄었다. 복지국가의 발전으로 빈부격차가 줄고, 전쟁이 끝난 지 20여 년 만에 ‘대부분이 이만하면 잘 먹고 잘사는’ 사회가 도래했다. 물론 이는 자본주의와의 타협 속에서 이뤄진 변화였고, 부유층과 대기업은 높은 세금과 노동권 강화에 불만을 품게 됐다.

 

정 씨는 주 4.5일제(주 35시간 근무)가 최근 한국 대선 TV토론에서 이슈가 된 것과 달리, 독일에서는 이미 1980년부터 정착되기 시작했다고 짚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제도적 진보를 이끈 것은 신좌파가 아니라 구좌파, 즉 노동운동과 전통적 좌파였다는 점이다. 신좌파는 오히려 복지국가와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 계급을 속물화하는’ 기제로 보며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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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한국의 1980년대, 그리고 신좌파의 등장
정승일 씨는 1980년대 한국을 ‘구좌파가 판치는 진보의 시대’로 회고한다. 당시 한국 사회는 군부독재, 저임금, 장시간 노동, 만연한 가난 속에서 “누구나 등 따시고 배부른 세상”을 꿈꿨다. 마르쿠제 같은 신좌파 이론이 현실에 맞지 않았던 이유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말은, 실제 배고픔을 겪어본 이들에겐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세계화와 시장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한국에도 신좌파가 확산됐다. 베를린 유학 당시 주변에는 포스트모던, 신좌파 철학을 공부하는 유학생이 많았고, 귀국 후 보니 진보-좌파 지식인 사회는 이미 신좌파와 시민운동 사상이 주류가 되어 있었다. 노동운동은 예외였지만, 그 외의 진보 담론은 구좌파의 전통적 계급투쟁에서 멀어진 듯했다.

 

ㅡ “소박한 꿈”과 오늘의 정치
정 씨는 울산, 부산, 거제의 조선소 등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꿈이 “결혼해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여름이면 가족과 캠핑이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용접공 출신 작가 천현우가 이런 소박한 꿈을 신문 칼럼에 썼다가 ‘가부장주의’라며 비판받은 일화를 들며, “이들의 소박한 꿈을 함부로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여전히 수많은 서민과 청년들은 연애할 시간조차 부족하고, 안정된 주거와 육아 환경이 보장되지 않아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정 씨는 TV토론에서 권영국 후보가 보여준 모습에서 1980년대 민주노조 운동의 ‘구좌파’ 정신이 부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재명 후보 역시 “정치인은 국민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 도구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정 씨는 이재명, 권영국, 조국, 김재연, 용혜인, 한창민 등 모든 정치인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처럼 서민의 소박한 꿈을 실현하는 도구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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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노동운동

 

ㅡ 좌파의 미래, 그리고 서민의 꿈
정승일 씨의 글은 복지국가의 성취와 그 한계, 구좌파와 신좌파의 차이, 그리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평범한 노동자의 꿈을 교차하며, 진보정치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를 꿈꾸는 것이 잘못인가? 아니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본령이 아닌가?

 

글의 마지막, “정치인은 국민의 꿈을 이루는 도구”라는 선언은, 복지국가와 68혁명, 그리고 구좌파와 신좌파를 넘어 오늘날의 정치가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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