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전면탄압에 맞서 결사 항전을 펼쳐야
안길성 (노동운동가)
등록일 : 2023.02.02

금속노조.jpg

금속노조가  2022년 9월 7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51일 파업투쟁 합의에 따른 고용보장 이행, 470억 원 손배가압류 철회 투쟁문화제’를 열고 있다. 변백선


3. 합법주의 관성에 빠진 민주노총 지도부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파업과 화물연대투쟁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노총을 총지도부로 삼는 한국의 노동운동 진영은 그 대오가 전반적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합법주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려하지 않고 구속을 두려워하기에, 주변으로부터 진정한 투쟁의지가 결여 되어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그간 민주노총과 그 산하조직들이 보여준 전술을 보면 대부분 시기집중, 시한부 총파업, 국회청원, 서명운동, 단식농성 등 합법적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그간 민주노총의 맥없는 투쟁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하나 둘씩 쌓여가고 있다. 우리는 이것들을 곰곰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단식농성과 서명운동, ILO 제소로 이룰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노동운동이 총력을 집중했다고 하는 중대기업처벌법 제정도 누더기가 되다 못해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되었다. 총연맹은 언제부터인가 국회 앞에서 농성하거나 단식하는 등 지도부들이 희생하는 투쟁을 해왔는데, 이미 관성이 되었다. …지금 총연맹과 산별노조 연맹들의 지도력은 땅에 떨어져 있다. 비조합원은 말할 것도 없고 조합원들조차 상급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 관심이 없다. 탁상위의 투쟁계획, 상급만의 결의는 또다시 4 시간이나 하루 시한부 파업이나 만들어낼 것이다. 정권도, 자본도 전혀 겁을 내지 않는 계획, 생산에 전혀 차질을 주지 않는 종이호랑이 파업계획이다. 진짜 투쟁을 만들어 내려면 제대로 된 상징투쟁으로 깃발을 세워라. 그런 다음 현장을 조직하며 단위노조 대표들의 결의를 만들어라. 당장 싸울 수밖에 없는 노조들을 중심으로 투쟁의 주력을 확고히 세운 뒤에 동력을 더하라”. (일명 ‘철의노동자’, “민주노총 조합원의 마지막 발언”,  00텔방에 게제된 글,)

 

민주노총이 지난 해 하반기 역점을 두고 조직했던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참여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투쟁 지도자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조 지회장은 ‘오체투지’에 나서면서 이렇게 절규하였다.

 

“저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음 투쟁을 준비할 것입니다.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힘없이 읍소하듯 부탁하는 태도로는 우리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밥을 굶는다고 땅바닥에 몸을 누인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내가 못 먹을 밥이면 침이라도 뱉는 배짱이 필요합니다. 구걸하지 맙시다. 이미 기대는 사라졌습니다. 밥풀이라도 어디하나 떨어질까 기대하지 맙시다. 이미 기대도 사라졌습니다. 제가 본 중앙은 이미 중심을 잃었습니다. 눈에 핏발선 분노와 저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
다시는 이런 신파 같은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별의 마음으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동지들과 함께 제대로 된 한걸음을 나아가기 위해 비정규직 이제 그만 동지들과 함께 오체투지에 동참합니다.” (김형수, “세상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넘쳐 납니다.”, 2022.12.26.) 

 

민주노총의 나약한 모습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엔 구조조정의 광풍이 불고 있는데,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들은 다행히 500일을 훨씬 넘는 파업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회사와의 교섭을 타결 한 뒤 일터로 돌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투쟁을 지원한 사파기금(‘사회적 파업투쟁기금’의 약칭)과 함께한 파업평가 토론회 자리에서, 파업에 아주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한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말을 했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으로서, 나는 우리가 파업을 시작하면 민주노총이 파업의 지도부가 될 줄 알았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파업 매뉴얼 정도는 준비돼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은 그냥 '연대세력'중 하나였다… 우리가 매달 낸 조합비는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파기금 대표 권영숙, 00텔방에 게제 한 글에서)

 

민주노총이 ‘파업 지도부’가 아닌 그냥 ‘연대세력’ 중의 하나라니, 너무도 핵심을 찌르는 말이 아닌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금처럼 몸을 사려서는 절대 앞으로 닥칠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의 광풍을 막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심 염두에 둔 내년 총선에서의 ‘정치세력화’ 계획 또한 그냥 그림의 떡에 불과하게 된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4. 한상균 지도부의 ‘지속적 투쟁배치’ 전술에서 배우자!

 

2015년 한상균 지도부가 채택했던 소위 ‘지속적 투쟁 배치’ 전술은 우리가 한 번 진지하게 연구해볼 만 한 가치가 있다. 어떻든 간에 한상균 지도부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불러온 촛불항쟁을 일으키는데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상균 지도부의 ‘지속적 투쟁 배치’ 전술은 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예컨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가 가능했던 것도 지속적인 투쟁의 배치를 통해 만들어진 ‘투쟁에 대한 상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지속적 투쟁배치를 통해 내외적으로 주는 메시지’, 이것이야말로 2015년 당시 한상균 집행부가 채택한 전술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민주노총처럼 ‘총연맹’ 형식으로 산하 산별/연맹 조직에 대한 지배력이 느슨할 때 이 같은 방식은 상당히 유효할 수 있다. 당시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불만이 축적되고 있는 정세와 결합할 경우, 이처럼 과감하고 파상적인 공격은 민주노총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대중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선봉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지금은 ‘살인적 고물가’가 말해 주듯 2015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가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2015년 박근혜 정권의 대대적인 노동탄압에 맞선 한상균 지도부가 채택했던 ‘지속적 투쟁배치’ 전술은 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유효성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분명하고 흔들림 없는 투쟁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의 파상적 전면 탄압에 맞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당시에도 ‘뻥’ 파업이 잦았던 탓에 처음에는 지도부가 정말 끝까지 투쟁을 할 결심이 있는지에 대해 산하 가맹 조직이나 현장에서는 의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예컨대 “정말 할 수 있느냐?” “구속을 각오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이 현장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연맹 차원에서 손배, 고소, 고발당한 조합원들에 대한 지원기금 ‘100억원 모금’을 결의함으로써 그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일관성 있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배치하였는데, 이를 통해서 차츰 대내외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예컨대 ▲4.18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 ▲4.24 선제 총파업 돌입 ▲지속적인 파상 파업 진행 ▲5월1일 노동절 투쟁 ▲6월 장그래 대행진  ‘장그래 대행진’은 민주노총이 2015년 주최한 ‘최저임금 1만 원, 월 2백9만 원!’, ‘모든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지급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차별 없는 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을 순회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캠페인을 벌인 행사를 일컫는다.


 ▲7.15 총파업 투쟁 ▲8.28 집중행동/1만 선봉대투쟁 ▲9.23 총파업 투쟁 등 상반기 내내 각종 투쟁이 꼬리를 물고 이루어 졌다. 이 같은 연속적인 투쟁 배치를 통해 방어적인 ‘저지투쟁’에서 공세적인 ‘쟁취투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11.14 민중총궐기 ▲12.16 총파업 투쟁으로 한 단계 승화시킬 수 있었다.


이 같은 ‘지속적인 투쟁배치’ 전술은 적들에게는 민주노총의 단호한 투쟁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함부로 침탈을 못하도록 경고함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지도부가 단순히 ‘뻥파업’이나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으로 결사투쟁 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그리하여 일단 이 같은 신뢰가 형성되자, 그렇지 않아도 정권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위기의식과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여 있던 차에, 현장 단위 역시도 완강한 투쟁을 벌이게 되었으며, 지도부가 배치하는 투쟁 계획을 신뢰하면서 총파업 또한 강력한 탄력을 받게 되었다.


둘째, 민주노총 전체 체계의 본격 가동을 위한 준비시간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투쟁하면서 준비를 갖춘다’는 원리를 구현한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대중파업론>에서 “전체 프롤레타리아트가 아직 강력한 조직과 충분한 재정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총파업을 벌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이미 충분히 잘 조직되어 있을 때에는 총파업이 필요 없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총파업을 결정할 때 노동자들이 겪는 일종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당시 이미 63만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한국노총과는 양대 산맥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10여개가 넘는 산하 연맹과 산별조직이 각자 자기 이해를 지니고 있고, 또한 전체는 협의적 관계로 묶여 있어 다소 느슨한 조직형태를 취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조직들을 하나의 단일한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가동시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설령 정권의 ‘전면적 노동탄압’이라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서라도, 실제 전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예열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상균 지도부가 지속적이고 일관된 투쟁배치 전술을 사용함으로써, 이  거대 협의체 조직이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조건을 조금씩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당시 민주노총은 처음 1~2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 한 후 ‘사업장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주체형성’에 주력했다. 3~4월 초까지 조합원 교육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본격적인 총파업 조직화에 착수하였다. 이후 4월 하순 선제적인 ‘4.24 총파업’을 감행함으로써 말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며, 이 분위기를 5월 1일 노동절투쟁 때까지 이어지도록 하였다. 


곧이어 5~6월 최저임금제 협상 시기엔 ‘정액 1만원 목표’ 쟁취를 제시하고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을 별도로 조직하여 이들을 투쟁 주체로 내세웠다. 다시 말해서 ‘최저임금제 협상’ 이라는 노동계 전체의 이슈를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저지투쟁과 결합함으로써, 총파업을 위한 투쟁대오를 더 한층 강화하였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 같은 민주노총을 가동하는 방식은 1996-97년 노개투 총파업을 성공시킬 때도 비슷하였다. 당시에도 거의 1년여에 걸친 준비과정과 예열이 필요하였는데, 일단 이렇게 해서 가동되기 시작한 민주노총은 웬만한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거대한 투쟁체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김영삼 정권에 대한 일격을 가함으로써 기고만장한 그를 굴복하도록 만들었다.


한상균 지도부는 계속해서 상반기 성과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9월 총파업을 배치함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투쟁 대오가 흔들리지 않게끔 하였다. 마침내 이 같은 분위기를 11.14 민중대회를 계기로 전체 민중과의 연대투쟁으로 한 단계 승화 발전시킴으로써, 이후 박근혜 퇴진으로 이어지는 촛불항쟁을 가능토록 하였으며, 그 같은 분위기 속에서 12.16에 다시 한 번 총파업을 결행함으로써 박근혜 정권에 결정타를 가하였다. 


이처럼 2015년 한상균 지도부의 당시 일관된 투쟁계획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민주노총 집행부가 수립한 2023년 투쟁계획은 매우 허술하고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식적 ‘행사박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겉으로만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느낌을 줄뿐 진정한 투쟁의지를 엿볼 수 없다. 심지어는 윤석열 정권과 정면충돌을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기회주의적 분위기까지 느끼게 한다. 


셋째, ‘계획으로서의 전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 개념이야말로 한상균 지도부 전술 전체를 총괄하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영주 동지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 

“한상균 ‘지속적 투쟁배치’ 전술 관련하여 핵심은 2015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2017년까지의 3년간의 사업계획 흐름을 제출하였다는 겁니다. 2015년 계획도 11월 민중총궐기까지의 사업계획이 상세히 제출되어 있었구요.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그건 민중총궐기로 정점을 찍은 이후여야 하고, 투쟁 후 박근혜 정권의 탄압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집행부는 무조건 3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이라는 것이다.(이영주, 2023.1.12.)

 

이러한 ‘계획된 전술’은 앞서 소개한 ‘지속적 투쟁 배치’가 아무렇게나 투쟁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계획’ 이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우리는 처음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 분쇄에서 후반부 ‘정권퇴진’에 이르기까지 지도부의 일관된 투쟁의지가 깃들여 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한상균 지도부의 전술을  ‘지속적 투쟁 배치’ 전술로 부르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계획으로서의 전술’이라고 할 경우, 앞서 보았듯이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업계획서’도 나름의 ‘계획’을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계획’ 간의 차별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들 계획의 성격을 구분 짓는데 있어 지도부의 진정한 ‘투쟁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지금 시기 이 점은 특별히 강조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5. 특별히 금속노조에 대한 당부 

 

금속노조는 민주노총를 떠받치는 가장 핵심 부대이기에 다른 산하 조직보다 특별한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금속노조 역시 지금 갖고 있는 문제는 큰 틀에서 보자면 현 민주노총 지도부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금속노조는 비록 산별조직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실제로는 산별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산하 조직의 투쟁지도에 있어서도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시기 집중’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해 여름 대우조선 하청지회 투쟁 때 금속노조가 보여준 것은, 전투를 실제 책임지는 지휘부가 아니라 ‘연대조직’ 수준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이러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 정국에서 특별히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주의를 요한다.


첫째,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단사투쟁과 긴밀히 결합함으로써 밑으로부터의 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곳저곳 산발적 투쟁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한 군데 중요 지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다. 지난 2020-21년 한국게이트 투쟁은 그를 위한 좋은 기회였지만 금속노조는 그것을 놓쳤다. 올해엔 아마도 한국와이퍼 투쟁이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222명 조합원들은 이미 직장폐쇄를 한 덴소자본에 맞서서 끝까지 싸울 결심을 했다. 이 투쟁의 승리를 위해선 금속노조가 주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한국와이퍼 투쟁이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다름 아닌 원청 현대자동차 재벌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현대차지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한국와이퍼 투쟁은 모기업인 덴소가 외자기업(일본계)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복잡성이 더 해진다. 덴소는 의도적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먼저 한국와이퍼의 이윤을 외부로 빼돌려 경영을 부실화 시켰다. 그 후 그것을 빌미로 한국와이퍼 청산절차를 밟고 현대차 1차 벤더인 ‘DY오토’로 공급선을 옮기려는 책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경영부실을 이유로 한 청산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한국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저자세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기업과 의견을 조율해서 내부적으로 합의를 하면 된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해서 금속노조가 외자기업인 모기업 덴소를 상대로 직접 실력행사를 하는 것 역시도 지금의 금속노조 실력에 비추어 볼 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한계가 명확한 국회 앞 단식농성과 같이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 왔다. 


이럴 때 만약 덴소의 납품회사(원청)인 현대차그룹이 나서만 준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과 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부장이 작년 12월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일 때 덴소측 관계자가 찾아와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현대차를 상대로 투쟁하지 말 것 ▲언론에 알리지 말 것 ▲단식 중지가 그것이다. 이점만 보더라도 완성사인 현대차의 덴소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재벌은 덴소와 ‘노조파괴’에 있어 사실상 공범 관계에 있다. 따라서 현대차지부가 움직여 주어야만 하는데, 현재의 안현호 집행부는 겉으로만 연대를 표시할 뿐 좀처럼 적극 나설 기미는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상부조직인 금속노조가 현대차지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다방면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 내 다른 현장 제조직들이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연대투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집행부를 견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올 하반기 집행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현 집행부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를 활용해 현장 제조직들로 하여금 이 같은 비판적 행동에 적극 참여토록 해야 한다. 


둘째,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선 총노동 대 총자본의 계급 전선을 구축함에 있어, 금속노조는 대공장 전략사업장의 동참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대우조선 하청지회 투쟁 때도 목격하였듯이, 금속노조의 총파업 일정을 앞두고 현대차 지부가 사측과 임금협상을 갑작스럽게 타결 짓는 바람에 총파업에 큰 구멍이 뚫렸다. 아래 금속노조 회의록 자료는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이 전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고 정부의 공권력 투입 협박으로 긴박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던 7월 17-18일, 현대차지부는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투표를 진행했다.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차지부가 일시적으로라도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미루고 대우조선하청 파업 투쟁을 엄호했어야 했다.”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51일 파업투쟁 평가(안)”, 금속노조 제33차 회의자료(2022.12.13.), p118. 인용문 중 굵은 글씨체 강조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이 같은 이적행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현대차지부와 사측이 타결한 2022년 임금교섭 합의안에 대해 금속노조는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이는 관례상 매우 드문 일로 금속노조 지도부의 분노가 어느 정도 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96-97 노동법개정투쟁에서 투쟁대열의 선두를 지켜온 현대차나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 노조들이 요즘 들어 투쟁 대오에서 슬금슬금 이탈하는 현상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이런 행위를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 위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한국 노동운동의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들 대공장 기업지부들의 경우 대부분 개량주의적인 현장정파 세력에 의해 집행부가 장악되어 있어, 비정규직 문제나 하청부품사 문제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자신 사업장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따라서 노동진영 전체의 압력을 형성함으로써 이들이 총노동 대 총자본 전선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총전선이 무너지게 되면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혁이 ‘연공제’ 임금형태를 폐지하고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 다음은 바로 자신들이 타켓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끝)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오피니언

한국 제물삼아 패권사수에 나서겠다는 미국  

김준래(울산함성 편집장)

2023.02.21

오피니언

3대 복합위기와 우리의 과제

정성희(소통&혁신 연구소 소장) 

2023.02.19

오피니언

현대차지부, 총노동 투쟁전선에서 자기역할 다하자 !

강봉진 (울산함성 편집위원, 현대차 엔진공장 조합원)

2023.02.14

오피니언

지금은 총노동 대 총자본 전선 구축의 절호의 기회! (2회)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전면탄압에 맞서 결사 항전을 펼쳐야

안길성 (노동운동가)

2023.02.02

오피니언

지금은 총노동 대 총자본 전선 구축의 절호의 기회! (1회)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전면탄압에 맞서 결사 항전을 펼쳐야

안길성 (노동운동가)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