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울산함성 편집위
등록일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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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이 감수하고 있는 대미 경제 협상의 결과는 '굴욕'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남의 나라 경제부흥을 위해서 매년 200억 달러씩, 무려 10년 동안 총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국부를 갖다 바치게 된다. 이 엄청난 희생의 한가운데서, 민중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내심 쾌재를 부르며 ‘콩고물’을 챙길 생각만 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한국의 재벌들이다.

 

그들은 이 굴욕적인 상황을 기회 삼아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서로 앞다투어 약속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눈곱만큼도 인색하던 그들이, 미국에는 무려 1,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진해서,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공언한다. 이들은 과연 한국 기업이 맞나? 

 

1. 어느 나라 기업인가? 국내 노동 착취와 대미 퍼주기

 

한국 내에서 재벌들의 고용 행태는 참혹하다. 그들은 정규직 고용을 극도로 꺼리고, 대부분  임시직인 촉탁직 등 비정규직을 대거 채용한다. 이는 고용 안정성을 파괴하고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위다. 또한 하청업체를 후려쳐서 노동자들의 임금 단가를 낮추고, 그들의 희생 위에서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더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들여와 국내 노동시장의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무자비한 비용 절감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산업 현장의 참사로 이어진다. 산업 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여 노동자들이 끼여 죽고, 떨어져 죽고,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어간다. 2024년 한 해에만 중대재해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의 생명은 재벌들에게 있어 그저 ‘처리해야 할 비용’에 불과하다. 고공농성 수백 일을 해도, 철창에 몸을 가두고 몇 달씩 농성해도, 물가 인상에도 훨씬 못 미치는 쥐꼬리만한 임금 인상액을 제시하며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존재들이 바로 한국의 재벌들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재벌들의 태도는 한국에서와는 180도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에 인색하지만, 미국에 진출할 때는 몇 배나 비싼 임금을 지급하고 현지 노동자들을 수천 명, 수만 명씩 대거 고용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약속한다. 실제로 2025년 8월 기준 미국 제조업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29.03달러(약 40,642원)로, 한국 중소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의 시급(약 14,250원)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높았다.

 

특히 한국 재벌들이 대거 투자를 약속한 미국 조선업의 경우, 기술직(예: 해양 엔지니어)은 시간당 평균 50.80달러(약 70,500원)를 받으며, 견습생 조차도 시급 22달러(약 30,000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반면 한국 조선업에서 하청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2025년 기준 최저임금 수준인 10,030원이거나 그보다 약간 높은 10,7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원청 정규직의 경우도 경력과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연봉 6,635만 원(시급 약 31,899원) 수준으로 미국 기술직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켜 숙련공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교육 투자까지 아끼지 않는 한국 재벌들이, 정작 한국 내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수하는 현실은 큰 대조를 이룬다. 

 

한국의 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과 중대재해를 안겨주고,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는 고임금과 숙련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 기형적 구조는 무엇을 의미하나? 이는 재벌들이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해보다는 자신들의 생존과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라는 사적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요구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수백억 달러씩 척척 내놓으며 투자를 약속하는 한국 재벌들은, 이미 국적을 상실한 초국적 자본일 뿐이다.

 

2. 특혜로 성장하고도 국익을 외면

 

한국 재벌들이 스스로 힘만으로 성장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희생 위에서 지금의 거대한 몸집을 만들었다. 재벌들은 한국에서 세금 면제, 특별지원금, 저금리 대출, 그리고 독과점적 지위라는 온갖 특혜를 누리며 성장했다. 국민의 세금과 국가의 정책적 배려가 없었다면,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특혜는 그간 ‘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정당화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그 혜택을 받은 본국, 대한민국을 외면하고 있다. 국내 경제를 일으키고 노동자와 민중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국내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굳이 제조업 기반이 거의 무너진 미국의 반도체, 조선업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다. 이는 국내 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오직 자신들의 생존과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재벌들의 투자 행태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사회화’ 구조이다. 대미 투자 과정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득은 당연히 재벌들이 챙기지만, 만약 사업이 실패해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그 손실은 한국 정부의 국책은행 보증을 통해 국민에게 전가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11월 2일 정부 부처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약 1,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조선 투자 중 상당 부분이 선박 선수금 환급보증(RG) 등 금융 보증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RG란 조선사가 선주와 계약을 맺은 뒤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가 미리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책임지는 제도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RG 발급 등 금융 지원에 나서는데, 국내 조선업계 전체 RG 발급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54억 달러 수준임에 비해,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는 이보다 10배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이에 따라서 당연히 염려되는 것은 건전성 관리 등 리스크 부담이다. 실제로 미국 조선업계는  국방 프로젝트조차 수년씩 밀릴 정도로 인력·기술·기자재 인프라가 붕괴한 상태다. “미국 금융기관이 기피하는 RG 발급까지 국내 금융기관에 떠넘기려 한다면 결국 그 위험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이데일리, 2025.11.02.자)

 

이처럼 재벌들의 대규모 해외투자에서 수익은 사적으로 챙기면서, 투자 실패의 위험은 국가와 민중이 부담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민중의 세금과 신용을 담보로 자신들의 해외투자를 보장받는 파렴치한 행위일 뿐이다. 이제 한국 재벌들은 국가의 보호막 속에서 이윤만 취하고, 손실은 민중에게 전가하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구조를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이들 재벌은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모체조차 거덜 내고 말 것이다.

 

3. 재벌을 공기업화하여 민중의 기업으로 환원하라!

 

재벌체제는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얼마간 국가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노동 착취와 국부 유출을 통해서 국가의 발목을 잡는 '적폐'가 되었다.

 

재벌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권력과 언론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제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그들의 사적 이익이 공적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구조 속에서, 공정한 경쟁과 분배는 기대할 수 없다.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며 하청에 하청구조를 갖고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행위는, 결국 내수 경제의 침체와 양극화 심화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한국의 기간 산업을 이끌어 온 재벌 기업들의 자산은 단순히 특정 집안의 사유 재산이 아니다. 이는 수십 년간 대한민국 민중의 땀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노동자들의 희생이 축적된 ‘국가적 자산’이다. 이 귀중한 자산이 특정 소수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 노동자를 착취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낭비이자 범죄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기적인 재벌들의 행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놓아두면 그들은 대한민국을 거덜 내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와 노동자의 생존권, 그리고 국부의 보존을 위해서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 해답은 명확하다. 바로 재벌을 전체 사회의 공공 자산으로 환원하고, 공기업화하는 것이다. 재벌 기업들을 공기업화함으로써, 그들이 쌓아 올린 기술력과 생산력을 특정 소수 집안의 이익이 아닌, 전체 민중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화된 기업은 국가 정책에 따라 국내 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공기업은 이윤극대화가 아닌 공공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중대재해를 근절하도록 할 것이다. 공기업은 민중의 감시와 통제 아래 투명하게 운영되어, 이익의 사유화와 위험의 사회화라는 부도덕한 구조를 근절시킬 것이다.

 

재벌은 더 이상 대한민국 경제의 ‘성공 신화’가 아닌 ‘발목을 잡는 족쇄’로 이미 변질했다. 이 족쇄를 끊어내고, 그들을 진정한 전체 민중의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벌 공기업화는 대한민국이 굴욕적인 대외 경제 협상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경제주권을 확립하고, 모든 민중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남아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결단을 내릴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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