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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양
ㅡ 천문학적 이자부담, 서민경제 압박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빌려쓴 돈에 대해 지불한 이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61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는 4년 전인 2021년 상반기(27조8천억원)에 비해 34조원가량 급증한 수치로, 증가율이 무려 122.0%에 달한다(한겨레, 2025.11.11.자 보도)
이러한 이자부담 급증의 직접적 원인은 금리인상이다. 2021년 상반기 0.50%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2023년 1월 3.50%까지 인상됐다. 비록 올해 5월부터 2.50%로 인하됐지만, 기준금리가 2.0%포인트 오르는 동안 가계와 기업이 내는 이자액은 2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대출자산 규모 자체의 증가도 주요 요인이다. 국내 전체 은행의 총대출금은 지난 6월 말 2,438조원으로, 4년 전에 비해 511조7천억원(26.5%)이나 증가했다. 이 중 기업자금이 1,407조6천억원(57.7%), 가계자금이 993조5천억원(40.7%)을 차지하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756조원(31.0%)에 이른다.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으로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도 2021년 상반기 5조4천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6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은행의 이자순수익(이자수익-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21조 5천억원에서 29조7천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금리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은행이며, 최대 피해자는 대출을 받은 서민과 중소기업인 셈이다.
ㅡ 대부자본의 기생, 실물경제를 좀먹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금리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기생적인 '대부자본'에 잠식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금융부문은 본래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보조장치로 작용해야 하지만, 현재는 실물경제의 구매력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변질되고 있다.
연간 120조원이 넘는 이자부담은 실물경제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금융자본으로 이전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직원 임금을 삭감하고, 가계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는 내수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성장률 하락과 고용악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적 금융'이라는 구호와 달리 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대출(31.0%)이라는 점이다. 이는 금융자본이 생산적 투자보다는 자산가격 상승에 편승한 투기적 대출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들의 일상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실물경제'와 기생적 '자산소득-금융'이 지배하는 '비실물경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ㅡ 거품경제의 구조적 원인: 통화팽창과 자산버블
이러한 대부자본의 팽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전세계 자본주의가 경제위기의 탈출구로 선택한 '양적완화'와 지나친 통화발행에서 비롯됐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찍어냈고, 이는 실질적인 실물재화의 증가 없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 증가'로 이어졌다.
거품경제란 자산의 시장가격이 투기에 의해 내재가치보다 과대평가된 상태를 의미한다.
198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가 대표적 사례인데, 당시 일본은 저금리와 통화팽창으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가 1990년대 초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0%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주가와 집값만 치솟는 현상, 빚투(신용융자)와 갭투자가 다시 성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거품경제의 징후다. 문제는 이렇게 팽창한 통화가 실물경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자산가격만 부풀렸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금리인상은 이러한 거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였지만, 역설적으로 은행의 이자수익만 급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자산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대출을 받아 자산을 구입한 서민들만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ㅡ 불가피한 귀결: 서민층의 빈곤화
이러한 거품경제와 대부자본 지배의 최종 귀결점은 서민층의 빈곤화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고용을 증가시켜 저소득층의 노동소득을 일정 높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산가격을 상승시켜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양면성을 갖는다. 문제는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격차가 급속히 벌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과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가격상승으로 막대한 자산소득을 얻는 반면, 자산 없이 노동소득에만 의존하는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가난해진다. 더욱이 주거비용 상승으로 실질구매력은 더욱 악화된다.
여기에 천문학적 이자부담이 더해지면서 서민경제는 이중고를 겪는다. 집을 사기 위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의 이자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다. 연간 60조원이 넘는 이자는 결국 서민과 중소기업의 주머니에서 은행과 금융자본가의 주머니로 이전되는 소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 하락과 소득불평등 심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실업과 빈곤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 양극화는 시장경제 팽창을 위해 감수해야 할 사회적 선택으로 정당화되고 있으며, 이는 결코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라 할 수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은행이 투기적 대출보다는 생산적 투자와 서민금융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시중 주요 은행의 소유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연기금을 동원한 과감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자본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이를 재원으로 서민층의 이자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연간 60조원이 넘는 이자부담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대부자본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거품경제의 최종 피해자는 언제나 노동자와 서민이다.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없다면, 한국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그 이상의 경제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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