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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성 (노동운동가)
등록일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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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오토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하나뿐이라면, 굳이 누가 대표인지 투표할 필요도 없다. 그 노조가 곧 교섭 당사자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상식이다. 노조가 둘 이상일 때 "누가 교섭 테이블에 앉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이고, 그래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는 지위가 존재한다. 하나뿐이면 정할 것도, 대표할 것도 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정반대로 말한다. "유일노조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 (대법원 2017.10.31. 선고 2016두36956)

 

노조가 하나뿐이니 당연히 대표노조가 되는 게 아니라, '대표노조'라는 지위 자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얼핏 언어유희 같지만, 이 해석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면 언어유희가 아니다. 동희오토 사안이 정확히 그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1. 대법원의 논리 — "대표할 대상이 없으면 대표도 없다"


대법원의 논리는 정교하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를 전제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복수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노동조합으로 확정되고 그중에서 다시 모든 교섭요구노동조합을 대표할 노동조합이 선정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정하여 설계된 체계"

 

그리고 이어서 결정적인 한 문장이 나온다.

 

"해당 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만한 여지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경우에는 이러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해질 뿐만 아니라 달리 그 고유한 의의를 찾기도 어렵게 된다."

 

"대표할 다른 노조가 없는데 무슨 대표인가." 법리는 명쾌하다. 유일노조는 '대표노조가 될 필요가 없는' 것이지, '교섭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유일노조는 우회로 없이 그 자체로 사용자와 교섭할 당사자다. 여기까지는 상식과 법리가 어긋나지 않는다.

 

2. 기막힌 반전 — '지위 없음'이 '당사자 자격 없음'으로 둔갑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사건처리 실무가이드'는 이렇게 안내한다. 원청교섭에 불응한 원청이 노동위 결정을 불복·불이행해 하청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경우, "노동조합이 조정 기간 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지위를 갖지 못하면 당사자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행정지도를 내릴 것."

 

이 문장에 유일노조를 대입해 보자.

▪유일노조는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법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대법원).
▪실무가이드는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가 없으면 당사자 요건 미충족이라 한다.
▪따라서 유일노조는 어떤 경우에도 당사자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결론: 조정중지 → 단체행동권 봉쇄.

 

법적으로 획득이 불가능한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차단하는 구조다. 금속노조가 "애초에 법적으로 획득 불가능한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에게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한 이유다.

 

3. 더 기막힌 것 — 사용자가 만든 결과로 노조를 벌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적용한다 해도,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지 못한 원인은 동희오토 사측이 교섭요구사실공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섭요구사실공고는 교섭 개시의 첫 단추다.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면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금속노조는 이 공고를 하라고 충남지노위(6.25)와 중노위(8.13)에서 두 번이나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동희오토는 공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노조는 '대표노조 지위 없음' 상태에 놓였고, 실무가이드는 그 상태를 이유로 노조를 벌하려(교섭권 불인정) 한다. 금속노조의 지적대로, 이는 의무불이행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묻지 않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노동위 시정명령을 계속 무시해도 된다", "쟁의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무기로 교섭거부전략을 써도 된다"고 사용자에게 허락하는 셈이다.

 

4. 동희오토가 걸어온 길 — 4번의 결정과 7번의 불참


동희오토 사측의 행보는 이론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있다.

▪4월 9일 충남지노위: 교섭단위 분리 + 사용자성 인정
▪6월 17일 중노위: 재심 초심유지
▪6월 25일 충남지노위: 교섭요구사실공고 시정 인용
▪8월 13일 중노위: 재심 초심유지

 

네 차례 결정 전부 무시됐다. 동희오토 사측은 오히려 행정소송을 제기하고(8.10) 집행정지를 신청했다(8.14). 그리고 7월 27일부터 8월 27일까지 7차례 교섭 요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거부 사유는 늘 비슷하다. '사용자성 없음', '중노위 재심 예정', '법원 소송 예정', '소송 진행 중'.

 

금속노조는 결국 9월 3일 충남지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9월 14일 1차 조정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9월 28일로 연기됐다.

 

결론: 그래서 이 사연이 기막힌 이유

 

정리하면 이렇다.

▪상식: 노조가 하나면 그 노조가 교섭 당사자다.
▪대법원: 유일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 — 그러나 교섭 당사자임은 변함없다.
▪실무가이드: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없으면 당사자 요건 미충족이다.
▪결과: 유일노조는 영원히 요건을 충족할 수 없고, 단체행동권이 봉쇄된다.
▪원인 제공자: 사용자의 공고 의무 불이행. 그런데 책임은 노조가 진다.

 

법리가 틀렸다기보다, 복수노조를 전제로 만든 잣대를 유일노조에 들이대는 순간 제도가 자기모순에 빠진다는 것이 이 사연의 핵심이다. 유일노조에게 '대표'를 요구하는 것은, 대표할 대상이 없는 자에게 대표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빼앗는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스스로 제시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2026.02)」은 동희오토의 행위를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매뉴얼 안에 있다. 문제는 그 답을 적용할 의지뿐이다. 9월 28일 충남지노위의 2차 조정회의가 이 기막힌 사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현장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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