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등록일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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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서 한 여성이 국가 총선 다음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진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출처=VOA 뉴스)
 

극단적인 유대주의자, 높은 출산율과 결집력으로 정국 좌우


이스라엘 총선 결과, 전제 120석 중 네타냐후 연립정권은 53석, 반네타냐후 쪽은 48석, 2개의 아랍정당 19석을 얻었다. 기존의 네타냐후 연립정권은 67석이었지만 과반 61석을 얻지 못해 연립정권이 붕괴 당할 위기에 처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27석, 반 네타냐후의 중심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가디 아이젠코트의 야샤르당은 21석을 확보했다. 


유대민족주의를 추종하는 하레디 계열의 정당들이 병역면제 폐지에 반발하면서 연립정부 이탈을 선언하는 등 위기를 겪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이들을 설득해 의회는 정상적으로 4년의 임기를 끝내고 총선에 돌입했다. 이번 총선에서 733만여 명의 유권자가 38개 정당을 선택했다. 이들 정당 중 3.25%의 문턱을 넘은 정당만 자신의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받았다. 


이스라엘은 120석 전부를 하나의 전국구에서 정당명부 투표를 통해 전부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의회는 총리나 의회의 결정으로 해산될 수 있고,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기존 의회와 총리가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다. 진입장벽에 낮은 탓에 이스라엘 총선에서 수십 개의 정당들이 경쟁하므로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은 없다. 역대 최다 기록은 2019년 총선으로, 47개 정당이 등록했다. 


그래서 정당들은 서로 연합하여 선거에 등록하며 이번 선거에서 크게 4개의 정당연합들이 의석을 차지했다. 아이젠코트이 주도하는 야샤르당을 비롯한 반네타냐후 성향의 유대계 정당들은 대부분 우파 성향을 띠고 있다. 이 진영에서 유일한 진보정당인 민주당(The Democrats)은 6.4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8석을 차지했다.
반네타냐후 진영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부패 등의 혐의에 대한 국정조사, 정통파 유대교도의 군 복무 면제 반대 등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의 안보현안에 관해서는 강경입장을 보이는 등 네타냐후 진영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네타냐후는 장기집권과 부패혐의로 지지도가 추락해왔지만 날로 확장되는 유대교 극단주의 정당의 지지로 수상직을 유지해왔다. 이스라엘이 유대교를 중심으로 민족주의 우파로 변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통 유대교도의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전체 평균 합계출산율이 약 2.9명이지만 정통 유대교도인 즉 하레디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6.3명이다. 


정통 유대교도들은 유대교 경전인 토라의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교리에 따라 피임을 죄악시한다. 특히 이들에게 조혼과 대가족이 일반적이다. 하레디 출신들은 과거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현재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13%를 차지한다. 현재 흐름이 유지될 경우 10여 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한다. 특히 통계에 따르면 2065년경에는 이스라엘 아동의 약 50%가 하레디 자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샤스(Shas), 토라유대교연합(UTJ) 같은 하레디 정당들은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하레디 정당들이 권력을 강화시키는 과정은 높은 출산율, 유권자 수 급증, 높은 투표율, 연정의 캐스팅보트 확보 등의 순서이다. 이들은 유대교 지도자 랍비의 지시에 따라 집단적으로 투표를 한다. 이들은 연립정부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자신들의 국가보조금 혜택과 군 면제 특권을 지키고자 한다.

 

양 진영 모두 아랍계 정당들과 연정에 소극적, 재선거 가능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연립정부 구성권 지명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 등과 협의를 시작한다. 대통령은 먼저 선거결과를 보고받고 정당들이 추천한 의원 중에서 총리 후보를 정한다. 최대한 많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의원이 선택된다. 과거 전례에 비추어 이틀 동안의 협의를 통해 네타냐후와 아이젠코트 중 한 명이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제1당 대표인 네타냐후가 반드시 선택되는 건 아니다. 2009년 총선에서 카디마당이 22.5%를 얻어 21.6%의 리쿠드당을 앞섰지만, 대통령은 연정 구성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로 리쿠드당 당수 네타냐후를 총리후보로 지명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 임무를 부여받은 총리 후보에게는 현재 법상 28일이 주어진다.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총 14일까지 추가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42일 동안 후보는 다른 정당들과 연정 협상을 벌인다. 정부 구성안이 의회 의석 과반인 61명 이상의 신임을 얻어야 비로소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첫 번째 후보가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다른 정당 대표에게 28일의 기회를 준다. 두 번째 시도도 무산되면 의원들은 21일 안에 과반의 지지를 받는 다른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즉 61명 이상의 의원이 추천한 세 번째 후보에게 14일이 주어진다. 결국 새 정부 출범까지 최대 약 4개월 반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과반수를 획득하는 총리후보가 없을 경우 네타냐후 체제에서 재선거가 실시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반 사이에 총선이 다섯 번 치러졌다. 


현재 반네타냐후 연합과 아랍계 정당들이 연합하면 67석이라는 안정적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아랍계 정당들은 이스라엘 정계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배척당하고 있다. 아랍계 정당들은 이스라엘의 시온주의 국가를 반대하고 하마스와의 협상을 주장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두 국가론에 반대하는 유대인들과 다른 입장이다. 


현재 아랍계와의 협력을 두고 반네타냐후 유대인 진영은 분열해 있다. 야샤르당 아이젠코트 대표는 “시온주의 정부만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다만 아이젠코트 대표는 아랍계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지만 아랍계 정당들이 의회 투표에서 연립정부 구성에 지지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반면 좌파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아랍 정당들의 지지를 받는 정부 구성 가능성을 옹호하며 이들을 배제하는 건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파 야당 이스라엘 베이테누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대표는 아랍계 정당이 연정에 참여하거나 외부에서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부 구성에 힘을 보탠다면 자신들은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의 분열로 네타냐후가 비록 과도정부이지만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야권 단결의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10월 3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수백 명의 야권 지지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축출을 위해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네타냐후 수상은 팔레스타인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면 정치생명을 연장해왔다. 네타냐후가 과도정부의 수상으로 있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쟁을 확대하려고 한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도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하게 되면 트럼프 역시 정국주도권을 위해 이란전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해 함께 전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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