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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규서씨의 고공 농성장을 찾은 가족들.

 

[편집자 주]  함계남 씨의 아들 양아름찬꼬뮌이가 어머니의 조속한 복직을 기원하며 보내온 투고입니다. 한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이 생생히 전해져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어 가족이 안정과 평안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가정은 나름대로 걱정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해고 이후로 저희 가정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가정이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맨 처음으로, 어머니의 실직 전 이야기를 해드리려 합니다. 원래 저희 가정은 상기했듯 걱정이 없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탐방을 계획하고 있었을 정도로요. 하지만 어머니의 해고를 계기로 우리 집의 수입은 급감했고, 계획은 사라졌습니다.

 

어머니가 사직 종용을 받으시고 휴가도 휴직도 못 받으실 때, 어느 날 밤에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몇 년 전 활발하던 어머니와는 사뭇 다른 존재로 저에게 비쳤습니다. 어머니는 언젠가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시는 일이 잦아지셨고, 점점 힘에 부친다고 하시더니 어느새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올리실 정도로 정신이 피폐한 모습으로 바뀌어 계셨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어 아버지와 같이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고공농성 이후, 저는 이 상황이 해결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죠. 공공운수노조는 저희 아버지에게 10개월 무급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우리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어머니의 아픈 몸을 담보로 받는 요양급여로 한정되었습니다. 당연히 요양급여 만으론 3인 가족이 정말 최소한의 생존만 보장받을 수 있었기에 제한되는 게 많았습니다. 외식이나 여행은 정말 환상으로만 머리에 떠돌았고, 책이나 학습지 같은 건 사치품으로 느껴졌습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굶지만 않았을 뿐 다른 인간적인 활동은 돈 때문에 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정직이 끝난 후에도 그 여파는 지속됐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실직자인 상태이고, 수입은 똑같이 옛날의 반입니다. 심지어는 옛날에 비해 훌쩍 올라간 물가 때문에 그런 금전적인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돈은 생각보다 여러 곳에 쓰입니다. 친구와 놀 때, 책을 살 때 같은 사소한 것부터 진로를 정할 때,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갈 때까지 인생에서 큰 기로를 결정하는 일종의 조건으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고공농성 당시 중1이었던 저는 어느덧 중3이 되어,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라는 문제로 인해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가슴에 부담감을 느낍니다. ‘정말 나를 위해 부모님을 희생시켜야 하는가?’란 생각이 자꾸 제 머리를 짓누르는 것만 같습니다.

 

방영환 열사 영정 앞에 헌화하는 꼬뮌이.jpg
▲  방영환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하는 꼬뮌이


“배부른 돼지보단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낫다”는 말이 있죠. 저와 저희 아버지는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과 불의를 넘길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고공농성을 단행했습니다. 불의로 어머니가 죽는 걸 묵과하는 ‘돼지’와 부당함에 맞서 싸워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소크라테스’라는 선택지 중, 저희는 ‘소크라테스’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는 ‘돈’이란 이름으로 지금 우리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잘못은 그저 상사를 잘못 만난 죄와 괴롭힘이란 부당한 행위를 멈춰줄 것을 정당하게 말한 것 밖에 없는데, 왜 그 죄 때문에 저희는 이리 인생에 제약을 받아야 합니까? ‘돈’이라는 문제 때문에 여러 활동에 지장을 받는 가족, 저는 이런 걸 원치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우리 가족이 옛날처럼 가고 싶었던 곳을 가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그런 가족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적어도 어머니의 해고는 취소될 줄 알았습니다.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는 게 어리석어 보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공농성의 당사자로서, 어머니의 한 아들로서 우리 가족이 정말 떳떳한 걸 알기에 더욱 그 ‘복직’이라는 승전보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의견을 표명하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고공농성 이후로 ‘잃어버린 2년’을 살아오면서 점점 현실에 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정당한 행위였고, 떳떳하지 않은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후폭풍은 저희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전 어머니를 해고한 공공운수노조 산하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가 어머니를 복직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잃어버린 2년’에 대한 책임을 졌으면 합니다. 과거의 사건 때문에 우리 가족의 미래가 위협당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찬란했던 과거로는 못 돌아가더라도, 당장 지금의 선택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미래를 위해 부모님의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의 중요한 선택을 앞둔 중3이, 공공운수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그리고 울산함성 독자분들에게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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