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인천지법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소송 항소심 판결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png.jpg
11월 26일 인천지법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소송 항소심 판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금속노조 제공)

 

금속노조 충남지부가 발행한 ‘정책해설지’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제철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심에서 일부 공정에 대해 근로자파견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천장크레인, 조업, 롤샵 업체 노동자 566명의 근로자파견 관계는 인정했으나, 중장비운영, 정비, 환경수처리업체 노동자 324명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인천지방법원이 현대제철 내 모든 공정 하청업체 923명 전원에게 현대제철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1심 판결과 상반된다. 1심 재판부는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제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며 현대제철을 위해 노동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선고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은 진짜 사장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오늘 결과가 진실을 바꿀 수 없다"며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을 계속할 것을 밝혔다.

 

ㅡ 불법파견 판단의 모순

 

2심 판결은 생산공정과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공정을 통째로 분리해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 측은 1심 재판과정에서 정비, 운송업체의 불법파견 증거가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MES(제조실행시스템), 맥시모 등 전산시스템과 PDA, 무전기, 카카오톡을 통해 현대제철 관리자들이 하청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했고, 업무시간, 휴게시간, 식사시간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게 정해졌다는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불법파견은 직접·간접 공정으로 나누어 달리 판단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증거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2심 재판부의 판결을 "극히 편의적이고 작위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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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충남지부가  ‘정책해설지’ 36호

 

ㅡ 재벌해체와 공기업화를 향한 투쟁

 

현대제철 불법파견 사건은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단순한 고용형태의 문제를 넘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해 불법파견을 구조화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1년부터 노동부, 노동위원회, 법원 모두가 당진공장 하청노동자의 "진짜 사장"이라고 인정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소송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불법파견 회피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투쟁은 이제 단순한 고용형태 전환 요구를 넘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인 재벌 중심 경제구조에 대한 '반재벌' 투쟁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재벌 기업들은 불법파견과 간접고용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 차원의 투쟁을 넘어,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제출한 "2025년 현대제철 당진공장 간접고용비정규직노동자 권리보장 기본협약안"과 같은 시도는 이러한 투쟁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재벌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불법파견을 구조화하는 경제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이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투쟁은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재벌해체와 ‘공기업화를 지향하는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재벌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부를 독점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핵심 산업을 사회 공공의 소유로 전환하는 공기업화가 필요하다.

 

철강, 자동차, 조선, 전자 등 국가 기간산업을 소수 재벌이 독점하는 현 체제하에서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사회적 부의 공정한 분배가 불가능하며, 비정규직 문제와 하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재벌해체와 핵심 산업의 공기업화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의 주인이 되고, 생산된 부가 사회 전체에 골고루 분배되는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ㅡ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연대의 중요성

 

이러한 투쟁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노동자 간의 강력한 단결이 필수적이다.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원청과 하청으로 분할하여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분할 전략에 맞서 모든 노동자가 하나의 계급으로서 단결할 때 비로소 ‘재벌 체제’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가능해진다.

 

현대제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때 투쟁의 힘은 배가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연대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계급적 단결의 문제이다.

 

이러한 노동자연대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연대조직' 건설이 시급하다. 현재 산별노조나 기업별 노조 체계만으로는 원-하청 관계로 분할된 노동자들의 단결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지역 단위의 연대조직은 동일 지역 내 다양한 사업장의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의 선진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공동의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특히 당진, 포항, 광양 등 철강 산업 집중 지역, 울산, 아산, 거제 등 자동차 및 조선 산업 집중 지역에서는 지역 연대조직 건설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연대조직은 개별 사업장의 투쟁을 넘어 지역 차원의 공동 투쟁을 조직하고, 궁극적으로는 재벌해체와 공기업화를 위한 전국적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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