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울산함성 편집위원회
등록일 : 2026.02.04

정보과 부활.jpg

 

ㅡ 윤석열이 폐지한 정보과, 이재명이 부활시킨다

 

이재명 정부가 경찰 조직 내 '정보과'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2024년 2월 폐지했던 일선 경찰서 정보과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르면 2월부터 전국 198개 경찰서에 정보과를 부활시켜 1400여 명의 정보 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 속에서 민간인 사찰과 정치 탄압의 상징이었던 정보경찰이 '민주당' 정부 손에 의해 부활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과연 이것이 '민주당' 정부가 할 일인가? 민주당은 정말 민주당이 맞나?

 

정보과 부활의 명분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캄보디아 납치 사건과 같은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역에 밀착한 '치안 정보' 수집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지역 경찰서에 정보 경찰을 배치하는 것이 해외 범죄조직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초국가적 범죄 대응이라면 국제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광역 단위의 전문 수사 역량을 키우면 된다. 굳이 민간인 사찰의 흑역사를 가진 '정보과'를 일선 경찰서마다 부활시킬 이유가 없다.

 

ㅡ  정보경찰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정보과가 부활되면 그들이 할 일은 뻔하다. 과거 치안본부(현 경찰청) 정보과는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운동가, 노동조합 간부 등을 광범위하게 사찰했다. '치안정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사생활, 교우 관계, 정치적 성향 등을 낱낱이 파악하고 기록했다. 이러한 정보는 정치적 반대 세력을 압박하고 통제하는 데 활용되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보 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됐다. 그는 2016년 4·13 총선 당시 '친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관들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하게 했다. 무엇보다 정보경찰의 주요 타깃은 노동운동과 진보 진영이다. 노조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파업 현장에 잠입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불순 세력의 선동'으로 몰아갔다.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보과 부활이 가져올 미래는 결코 막연한 기우가 아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민간인 사찰의 망령이 실체화된 ‘물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구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사무실과 노동 현장에서 발생한 도청기 발견 사건은, 정권이 공언하는 ‘치안 정보 수집’의 본질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실, 그중에서도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일상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공간의 라디에이터 뒤편에서 고성능 도청 장치가 발견되었다. (“시민의 일터에서 발견된 도청기”, http://www.ulham.net/national/46097?page=3 참조)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민간 차원의 정보 유출 수준이 아니다. 활동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노동조합의 전략과 시민사회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려 한 ‘조직적 사찰’의 정황이 짙다. 대구 시민사회 대책위가 결성되어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선 것은, 이 사건이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국가 폭력’의 재현이기 때문이다.

 

이 대구 사건은 정보과가 공식적으로 부활하기도 전에 이미 경찰의 정보 활동이 선을 넘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과가 법적 지위와 조직적 위상을 온전히 회복한다면, 이러한 ‘불법 사찰’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경찰의 ‘일상적인 업무’로 고착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보과 부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은 형법상 간첩죄 개정을 앞두고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청 등에 '방첩 전담 수사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개정되는 간첩죄는 적용 대상을 북한(적국)뿐 아니라 외국 전반으로 넓히고, 군사상 기밀을 넘어 핵심 산업 기밀 유출 등을 규율한다. 일선 경찰서 단위까지 일반 정보 수집 조직이 확대된 데 더해, 높은 밀행성을 띠고 첩보 수집과 분석을 병행할 수 있는 '국가안보·방첩 수사' 범위 또한 확대되는 것이다.

 

지금 정보과를 부활시키려는 이재명 정부가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믿을 근거가 있는가? 경찰은 정보관 명칭을 '경찰 협력관'으로 바꾸고, 시행령에 사생활 정보는 수집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불신이 해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판단을 경찰이 하는 한 수집 범위는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ㅡ 노동·진보진영은 환상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분명히 변했다. 민주당은 더 이상 군사정권으로부터 탄압받을 것을 걱정했던 그런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집권 여당이고,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한 거대 정당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야당으로 돌아갈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 세력으로서 좀 더 오래 권력을 유지할 것을 염두에 두는 '통치 세력'이 되었다. 그동안 진보진영으로부터 그토록 지탄받아 온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장 추진할 수 있건만, 다시끔 미적대며 어물쩍 넘기려고 하는 ‘수구 보수세력’이다.

 

지금 국민의힘의 형편을 보라. 윤석열 탄핵 이후 사실상 붕괴상태에 있다. 당내 분열이 극심하고,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분간 정권을 내줄 일이 없다고 판단할 만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민주주의나 개혁의 심화'가 아니라 '통치의 안정'이다. 자신들의 장기 집권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제일의 관심사다. 그 통제의 칼날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국민의힘이 아니다. 이미 무력화된 극우적인 보수 야당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진짜 위협은 민주당의 '왼쪽'에서 온다. 노동운동, 진보정당, 급진적 시민운동이 민주당 정권의 한계를 비판하고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때, 민주당은 위협을 느낀다. 정보경찰은 바로 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가 될 것이다.

 

정보과 부활은 결코 동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전반적인 변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안'을 보자. 공소청과 중수청으로의 분리라는 외형은 개혁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검찰 권력을 온존시키면서 정치적 통제만 강화하는 방안이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기존 공수처가 다루던 5대 범죄보다 오히려 확대된 9대 범죄로 넓어졌다. 공소청에는 '보완수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수사권이 남아 있다. 시민사회가 오랜 기간 요구해온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핵심 원칙은 온데간데없다. 이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 길들이기'다.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보경찰 부활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를 위한 정보 장악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진보진영과 노동자들은 이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던 민주화 세력이 아니며, 차가운 겨울날 함께 윤석열 쿠데타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광장에 나섰던 그런 민주당도 아니다. 그들은 지금은 재벌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정보경찰을 부활시키고 검찰을 길들이려는 통치세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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