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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도체 슈퍼사이클, 삼성전자 영업이익 ‘100조 시대’
삼성전자가 2026년 연간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기업 사상 유례없는 기록이다.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이번 반도체 호황의 핵심 동력은 AI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치열해졌다. AI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양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필요하고, 이것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 등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신산업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21세기 '산업의 쌀'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 100조 원,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일까?
그런데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100조 원은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일까? 이는 국가 경제 규모와 비교될 만큼 천문학적인 액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 1년 살림살이의 2배다. 2026년 확정된 서울시 예산은 약 51.5조 원이다. 대한민국 수도가 일 년간 사용하는 전체 예산의 2배를 삼성전자 한 기업이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방예산의 1.5배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지키는 데 쓰이는 2026년 국방예산은 65.8조 원이다. 100조 원이면 국방비를 모두 충당하고도 34조 원이 남는다.
보건복지부 1년 예산의 73%다. 보건복지부 단독 예산은 137.5조 원이다. 기업 하나가 국가의 핵심 복지체계 대부분을 책임질 수 있는 수익을 내는 셈이다.
전국 대학생 등록금 무료를 6년 이상 가능하게끔 한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의 연간 등록금 총액은 약 15조 원 규모다. 100조 원이면 전국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6년 이상 전액 무료로 지원할 수가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100조 원이면 대한민국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결정적 재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8월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약 857만 명에 달한다(이것은 많이 축소된 숫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 격차는 181만 원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이 임금 격차의 절반을 해소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약 93조 원인데, 삼성전자의 100조 원은 이를 충분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즉, 단일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도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심각한 노동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그런데 왜 여전히 '헬조선'인가?
우리는 이 성공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성공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삼성전자가 100조 원의 잔치를 벌이는 동안, 대한민국 민중과 노동자들의 삶은 왜 이리도 팍팍하고 고통스러운 것일까?
중대 재해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벗겨지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서민들의 목을 조여오고, 젊은이들은 이 사회를 ‘헬조선’이라 자조하며 탈출을 꿈꾼다. 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하는데, 서민들은 사상 최악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 기괴한 현실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민낯이다.
이 역설적인 상황의 근본적 원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고, 이익은 재벌이 챙기는’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은 오로지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국가가 투자하고 육성해 온 과학기술 인프라, 값싼 노동력,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다.
한 실례로, 최근 제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K-Chip Act)은 이러한 모순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반도체 업종에 대해 각종 특례 규정을 마련하여 대규모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규제 완화 등을 퍼붓는데 아낌이 없다.
2025년 초에 국회는 세액 공제율을 높이고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15%에서 20%로 기존보다 5%p 인상시켰다. 반도체 분야의 세액 공제 일몰 기한은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되어 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울 때 국가의 재정적인 보장을 받게 되었다.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재정적 지원 외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필수적인 전력, 용수 등 기반 시설 설치를 국가가 직접 지원한다. 그리고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적용하여 기업의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해주었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도 첨단전략산업 특성화대학 지정을 통해 전문 인력을 집중 육성하도록 했다.
올해 들어서는 대통령 직속 반도체 특별위원회가 신설되어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지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세액 공제를 넘어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는데, 이에 따라 2026년 예산안에 정부가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해 약 4조 2,000억 원 규모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및 인프라 구축 예산을 편성했다. 보조금 외에도 산업은행 등을 통해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에 150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전사회적으로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명분 아래 재벌 대기업에게 위험 부담을 최소화해주고, 성공의 확률을 극대화해주는 '보험'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국가적 지원과 투자, 노동자들의 헌신으로 일구어낸 100조 원의 과실이 전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익은 소수의 재벌 총수 일가와 고위 경영진, 그리고 막대한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2026년 1월 현재 약 51.9%)에게만 집중된다.
반면,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산업 재해, 고용 불안정, 노동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한국 사회의 몫이 된다. 재벌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안전 투자를 외면한다. 서민 가계의 빚은 끝없이 늘어나 이미 GDP의 90% 수준에 이르렀다.
4.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사회는 망가진다
더 이상 이 모순적인 상황이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재벌기업의 성공이 곧 국가의 성공’이라는 신화는 진작에 파산했다. 지금처럼 기업의 이익이 서민의 눈물과 맞바꾸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사회는 내부에서부터 붕괴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이다.
국가적 지원을 받는 만큼, 기업은 그 이익을 사회와 공유할 의무를 져야 한다. 막대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의 대가로 기업은 정규직 고용 확대, 협력업체와의 공정 이익 공유, 그리고 안전 투자 확대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것은 말만으로는 안 된다. 이러한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게 만들고, 재벌의 사적 이익 추구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우리는 전 사회의 자산인 연기금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등 거대 연기금이 재벌 대기업의 주요 주주 자격으로 경영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주주권 행사를 넘어, 공공의 이익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공적 경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국가의 핵심 산업이자 막대한 사회적 지원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같은 재벌 대기업을 공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미 대미 관세 협상 굴욕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재벌의 사적 이익 추구가 국익을 훼손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명분으로 민중의 세금과 자원이 투입되는 기업이라면, 그 경영의 방향과 이익의 분배 역시 전 사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재벌을 공기업화하여 이익을 사회 전체에 환원하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해야만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라는 낡은 공식을 마침내 깨뜨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100조 원 영업이익’은 대한민국이 가진 잠재력의 크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잠재력이 소수의 재벌에게만 집중되고, 노동자와 대다수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이 성공은 곧 사회를 파괴하는 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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