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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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무원이 최근 연이어 발표한 두 개의 행정법규(국무원령 제834호 및 제835호)가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규정은 단순한 경제적 대응을 넘어, 미국의 ‘장비관할(Long-arm Jurisdiction)’에 맞서 중국의 해외 이익을 전방위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법적 의지를 담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이 선택한 ‘법률 도구상자’의 실체와 그 파급력을 세 가지 핵심 관점에서 짚어본다.

 

1. 수동적 방어에서 체계적 대응으로: ‘시스템적 보호망’의 가동

 

과거 중국의 반제재 조치는 특정 기업이 미국의 ‘실체 리스트(Entity List)’에 오를 때마다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점 대 점(Point-to-Point)’ 방식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이란 정세를 둘러싼 미국의 ‘2차 제재’ 경고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의 위협은 직접적인 타격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중간 고리를 타고 전이되는 시스템적 위험으로 진화했다.

 

제834호령인 《국무원 산업사슬 공급사슬 안전에 관한 규정》과 제835호령인 《중화인민공화국 반외국 부당 역외관할 조례》는 바로 이러한 ‘피 튀기는 파편’으로부터 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제 중국은 국제 분쟁이나 제3국에 대한 제재가 중국의 공급망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칠 경우, 이를 법적으로 조사하고 식별하여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보호 범위의 확장이다. 과거의 도구가 주로 무역 분야에 집중되었다면, 신규정은 데이터 안보, 사법 협조 등 전방위적인 분야를 포괄한다. 예를 들어, 외국 법원이 국제 조약을 무시하고 중국 내 민감 데이터 제출을 강요하거나, 외국 법률을 근거로 중국 기업의 해외 항구 거래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 등이 모두 감시와 반격의 사정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해외 이익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법적 방어선을 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2. ‘적당한 연계’ 원칙과 집행금지령: 규칙으로 규칙을 제압

 

중국은 이번 규정을 통해 국제법 서사에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그 핵심은 미국의 무분별한 역외관할 원칙인 ‘최소한도 연계(Minimum Contacts)’에 맞서 제시한 ‘적당한 연계(Appropriate Connection)’ 원칙이다.

 

미국이 단지 자국 결제 시스템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 기업을 규제하려 한다면, 중국은 해당 사건이 중국과 ‘실질적’이고 ‘정당한’ 연계가 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적인 역외관할 반대가 아니라,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만 정밀하게 타격하겠다는 ‘법치적 절제’를 강조한 대목이다.

 

가장 강력한 실효성을 갖는 도구는 ‘집행금지령’과 ‘민사 구제’ 제도이다.

 

▶집행금지령: 외국 부당 조치가 식별되면 중국 당국은 그 집행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중간 매개체(은행, 물류사 등)가 외국의 제재를 의식해 중국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집행자’ 역할을 자처할 경우, 중국 정부는 해당 주체에게 정부 조달 금지, 수출입 제한, 거액의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민사 구제: 외국의 제재를 두려워해 중국 고객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소위 ‘과도한 컴플라이언스(Excessive Compliance)’ 행위에 대해, 피해를 입은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로써 반제재는 국가만의 영역이 아닌, 기업과 개인이 법률 무기를 들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권리로 확장되었다.

 

3. 완성된 법률 도구상자: ‘15차 5개년’ 규획을 향한 법치 전략

 

이번 두 규정의 출범으로 중국의 ‘반제재·반간섭·반장비관할’ 법률 체계는 비로소 완전한 사슬을 갖추게 되었다. 2021년 제정된 《반외국 제재법》을 기석으로 삼고, 이번 조례들을 기둥으로 세워 ‘관할-조사-식별-반제재-면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합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외 대응 방식이 ‘임기응변식 방어’에서 ‘체계화된 제도 작전’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면제 통로’를 설계하여 선의의 기업이 처할 수 있는 딜레마를 해소하려 한 점은, 이 제도가 단순한 보복 수단이 아니라 정교하게 조절 가능한 정책 도구임을 보여준다.

 

중국 사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15차 5개년(2026~2030년)’ 규획에서 강조하는 ‘섭외 법치(Foreign-related Rule of Law)’ 체계 구축의 시작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제 경쟁이 점차 규칙과 제도 중심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중국은 힘의 대결이 아닌 ‘법치 경로’를 통해서 자국 이익을 수호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에서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결론적으로, 2026년 4월 발표된 이 신규정들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노드(결절점)로서 자신의 지위를 법적으로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향후 전개될 식별 절차와 민사 소송의 전형 사례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모든 기업에 새로운 컴플라이언스(법·규칙 준수) 기준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제 ‘규칙으로 말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결론: 한국에 던지는 함의

 

중국의 이러한 법률 체계 구축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기업들 역시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사슬 재편, 각국의 제재조치 속에서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새로운 법률 환경을 이해해야만 한다. 특히 제3국의 제재에 "과도한 컴플라이언스"로 대응하여 중국 파트너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하는 것은 이제 중국 법원의 민사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유사한 법률 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미국의 2차 제재, 유럽의 규제, 중국의 반(反)제재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은 종종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 자국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적당한 연계" 원칙은 국제법 담론에서 중요한 개념적인 기여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 규칙 형성 과정에 참여하여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반영시켜야 한다.

 

2026년 봄, 두 개의 국무원령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자국의 위치를 재정의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힘이 아닌 규칙으로, 대결이 아닌 제도로 말하는 중국의 선택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시사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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