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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55년 4월 18일 인도네시아의 도시 반둥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의 총 29개국 대표가 모여 <반둥회의>를 개최한 지 71주년이 되는 날이다.
반둥회의에 참가한 나라들은 문화·인종적으로 공통점은 별로 없었으나, 제국주의 열강의 직접적 식민 통치 또는 반식민지적 종속 경험을 한 국가였다.
특히 참가국의 공통점은 민족해방을 위해 무장투쟁, 정치운동, 외교투쟁 등 다양한 형태의 반제(反帝) 민족·민중해방의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반둥회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식민제국의 쇠퇴와 민족해방운동의 고조로 유럽 중심 세계질서에 도전했다. 참가국은 서구 모델을 답습하지 않은 독자적 자주 발전 경로를 모색했다.
반둥회의는 탈식민지 시대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6·25전쟁 직후 정전 상태라 참가하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비동맹 운동과의 초기 연대 기회를 놓치게 되고 결국 미국 종속 외교 노선의 고착화가 된다.
하지만 4·19혁명 이후 새로운 형태의 통일전선 조직인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이하 민자통)이 결성되면서 반둥체제에 대해 알게 된다.
통일전선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결성
4·19혁명 이후 혁신계는 7·29 민참의원 선거의 참패와 혁신정당의 분열을 보면서 과거 독립운동 관련자, 진보적 청년들이 정당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통일전선 조직인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이하 민자통)을 결성했다. 민자통은 1960년 9월 3일 민족주의 인사들이 ‘민족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통일’을 표방한 민족자주통일촉진회를 발기한 데서 비롯된다. 이것이 9월 말 민자통으로 개칭된다.
민자통의 주력은 ‘혁신세력’이었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한 통칭 ‘혁신세력’에는 해방 직후 중간파와 민족주의 혹은 사회주의 계열의 일부가 포함됐다. ‘혁신세력’은 이러한 다양한 정치적 계보를 바탕으로 4·19혁명 직후 조성된 정치 공간에 집단적으로 등장한다. 이 시기의 혁신세력은 ‘이승만 정권하의 기존 정치세력에 대응하여 4·19혁명 이후 새롭게 등장한 진보적인 정치집단’인 정당과 사회단체로 구성됐다.
민자통의 주요 핵심 혁신정당은 사회당, 사회대중당, 혁신당 등으로 이승만의 사대노예 독재정권에 반대하고 분단체제에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4월혁명 공간의 혁신정당은 통일된 조직을 가진 정치세력이 아니라, 분단과 해방공간 그리고 6·26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남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집합체였다.
또한 민자통 주요 혁신 사회단체로는 구국동지회, 민족건양회, 민족민주청년동맹(민민청), 통일민주청년동맹(통민청), 천도교 일부, 유도회 일부, 피학살유족회, 교원노조 일부 등이 함께했다.
1961년 2월 25일 1천여 명의 대의원이 모여 민자통이 정식으로 결성되었다. 이중 중추세력은 사회당·사회대중당 일부, 혁신당 일부, 천도교 일부, 유도회 일부, 민족민주청년동맹·통일민주청년동맹이었다.
1961년 2월 25일 민자통 결성식을 보도한 「민족일보」 1961년 2월 26일자 기사 “三·一情神으로 自主統一達成을 宣言”에서 ‘統一妨害勢力을 粉碎’하자고 결의문을 통해 밝혔다.
-. 우리는 외세에 의존하는 사대노예들의 난무를 배격하고 민족통일역량을 총집결하여 통일에 매진할 것을 엄숙히 맹서한다.
-. 우리는 ‘통일유보’ 또는 ‘선건설 후통일론’으로 국민을 현혹케 하여 통일을 방해하는 일체의 세력을 철저히 분쇄한다.
-. 우리는 유엔총회에 진정한 민족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대표를 사절단으로 참가케 하여 국민총체의 의사를 반영할 것을 주장한다.
-. 우리는 유엔 및 미·소 양국이 이 이상 더 우리 조국을 냉전의 제물로 삼지 말고 유엔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하루속히 통일이 성취되도록 협조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 우리는 평화통일에 있어서 민족의 한 사람도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전국 결성대회 이전의 일체 범죄자에 대하여는 평화통일된 후도 망각법(忘却法)을 제정하여 일체 불문에 붙인다.
-. 우리는 통일에 앞서 민족친화의 정신 밑에서 다음 사항을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할 것을 정부 및 국회에 건의한다.
ㄱ. 완충지대에 우편국을 설치하여 남북간의 서신왕래를 실시할 것
ㄴ. 남북간의 경제교류를 촉진케 할 것
ㄷ. 완충지대에 민족친화의 기구를 설치하여 때때로 남북동포가 서로 만나 민족
혼과 민족정기가 얼키도록 할 것.
ㄹ. 신문기자 및 민간인 시찰단을 파견하여 이북동포를 위무(慰撫)하고 실정을
호상토로(互相吐露)할 것
ㅁ. 금후 국제적인 모든 경기대회는 남북간의 혼성 선수단을 파견할 것.
민족건양회의 민족통일방안대강에 나오는 반둥체제
민자통은 당시 최대의 쟁점으로 주목받은 통일문제를 ‘민족통일방안심의위원회’란 공식기구를 통해 공개적, 대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때 민자통 참가단체 중 ‘민족건양회’의 민족통일방안대강에 나오는 ‘반둥체제’ 설명이다.
“민족통일방안대강(의견서)
1) 우리는 우리 동포대중의 물질적 생활의 공동한 이해관계와 정신적 생활영역에 있어서 동족친화적 윤리성을 기본조건으로 한 남북 3천만 동포의 민족적인 통일과 그 동일민족건국을 당면한, 또 긴급한 과업으로 한다.
2) 우리의 통일운동은 내용에 있어서는 방법에 있어서든 민족자주적이며 민주적이며 평화적이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대국제친교 방향은 미국을 선두로 한 ‘나토 체제’도 아니며 소련을 선두로 한 ‘바르샤바 체제’도 아닌 아아 및 중남미의 생리로서의 ‘반둥체제’의 방향이다.
그럼으로써 네루, 낫세르 등의 주장인 국제중립노선을 우리들도 걷게 된다. 즉 동방측도 아니고 서방측도 아닌 일명 ‘제3세력’으로서의 그 중립적인 방향을 우리들도 취하게 된다.
확신되는 바 민족자주를 고조하는 ‘민자통’의 통일론과 중립화를 고조하는 ‘중통련준위’의 통일론은 동일물의 양면적 설명밖에 더 되 못하여 여기서 통사당도 지도자 중심으로 된 ‘중통련준위’가 ‘민자통’으로부터 분립해 있음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며, 동시에 일언을 가해두려는 것은 협의체이든 대중단체이든 각기 정파가 각기 하나씩의 자기의 그것을 가지려는 경향은 이것의 결과에 있어서 민주세력분열자밖에 더 되지 못 하는 것이다.
오늘에서의 각종 애국단체와 개인은 통일을 위한 것을 ‘민자통’에 구심적으로 집결시켜야 하며 ‘민자통’은 모든 파계와 여러 계층 세력들을 용납하여 활력화가 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계열에도 점거당해서는 안된다.
3) 전기와 같은 ‘반둥체제’ 방향의 중립이란 그것이 바로 ‘민자통’이 주장하는 바 민족자주의 대국제행위의 방향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제 강대세력들의 자기필요에 의한 모의와 그 강대세력들의 각축현상으로서의 ‘균형된 세력의 보장’ 밑에서의 영세중립론적 중립화의 방향은 이것이 우리 민족적 자주성과 창발성과 아울러 우리 겨레의 역사적 민주인류체제 건설에의 참가와 소임된 바 그 임무 수행을 자기부정하는 하나의 국제퇴영주의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것을 부정해야 한다.
4) 이 민족통일운동은 남북이 함께 각기 지역에 있어서의 전체 대중세력의 지지 위에 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각기 지역정권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남북 어느 지역에서든지 이 통일운동을 진심으로 또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대중이 있다면 그들을 계몽해야 하고 또 정권이 있다면 계몽에 의한 그것의 혁신 혹은 배격에 의한 그것의 변혁을 통일운동의 일부로서 가져야 한다.(중략)
(출처 : 사월혁명연구소, 『한국사회변혁운동과 4월혁명 ②』, 1990)
‘남북협상론’과 민중운동의 중심 민자통
민자통은 “우리는 조국도 하나이며, 민족도 하나이다. 수많은 선열이 흘린 피와 4월이 뿌린 피는 조국의 완전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발전, 민족 장래의 번영을 위한 것이니 우리는 이 정신에 따라 하루속히 통일 성업을 성취해야 할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2월 21일 중립화 통일을 주장했던 통일사회당, 사회혁신당, 삼민회, 광복동지회 등은 민자통을 탈퇴하고 중립화조국통일운동총연맹(중통련) 발기주비위원회’를 결성한다. 이후 중통련은 1961년 3월 6일 민자통의 민주·자주·평화의 개념적 통일론을 비판하고, 통일 원칙이 분명하지 않으면 ‘공산주의자의 편승’과 ‘보수 정권의 반동화’를 초래하여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발기선언문을 발표한다.
하지만 민자통은 4월혁명 공간의 3대 투쟁인 2·8 한미경제협정 반대투쟁, 2대 악법(반공임시특별법과 데모규제법) 반대 투쟁, 남북학생회담 성사투쟁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전국적인 민중운동의 중심, 통일운동의 전선체로 우뚝 선다.
특히 1961년 5월 13일 민자통이 주최한 ‘남북학생회담 환영 및 통일촉진 궐기대회’에서 학생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자통은 학생들의 구호를 뛰어넘는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 하느냐!’라는 구호를 내놓았다.
이 구호는 민자통이 민족을 오도 가도 못 하도록 훼방을 놓는 미국을 몰아내 주요 모순인 민족 모순을 해결하려는 반외세 민족자주통일 투쟁을 견인해 내려는 구호였다.
전 「민족21」 기자 김지형이 『4·19와 남북관계』(민연, 2000), 「4월민중항쟁 직후 민족자주통일협의회의 노선과 활동」에 쓴 맺음말 일부이다.
“민자통의 실질적인 주도세력이었던 사회당 핵심들과 민민청·통민청의 변혁론은 ‘반외세 민족자주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일노선에서도 국제적인 힘의 균형과 보장에 의거하는 ‘영세중립화통일방안’을 반대하고 가장 자주적인 태도로 ‘남북협상’을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자세도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에 기초해 있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자주·평화·민주’라는 통일원칙을 정립시켰으며, 북진통일만이 전부였던 1950년대 통일정서를 무력화해나갔다. 이같은 통일운동노선은 이후 민중 차원의 민족자주통일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기본원칙이 되었다는 데 역사적 의의가 있다.”
민자통과 중통련은 ‘분열’이 아니라 사대 외세노예와 자주 그리고 참가한 인사들의 과거 행보로 인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이다.
‘분열’이란 민주당이 7·29 민참의원선거에서 압승한 후, 내각책임제 실권자인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신·구파가 갈려 이전투구를 벌였던 것이 진짜 분열이다. 그리고 민주당 정권은 4월혁명 이후 통일운동이 전면적으로 활성화된 상황에서 민족, 통일문제를 용공으로 몰고 통일운동 진영에 거리를 두었다.
반둥에서 브릭스로, 비동맹에서 글로벌 사우스로!
반둥 정신의 현대적 의의는 21세기 신식민주의 극복이다.
신식민주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경제적 식민주의’와 서구 가치와 생활방식의 보편화인 ‘문화적 식민주의’ 그리고 군사 동맹과 안보 의존 구조인 ‘안보적 식민주의’가 포함되어 있다.
‘경제적 식민주의’는 국제 금융 체제(IMF, 세계은행 등)와 다국적 기업의 거대 자본을 통해 국가의 경제 정책과 자원을 사실상 통제하고 착취하는 구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 금융 체제에 대한 자주적 통제 강화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가적 주권 확보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경제 주권을 찾아야 한다.
‘문화적 식민주의’는 유럽과 미국을 문명의 표준으로 삼고, 타 문화를 낙후되거나 타자화하는 세계관이다. 문화적 자주는 단순한 자문화 중심주의가 아니라 서구적 표준에 맞춘 ‘문화적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민족의 역사 속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재발견하여 진정한 조선 문화의 다양성을 회복하여 문화적 자주를 찾아야 한다.
‘안보적 식민주의’는 미국의 군사 동맹 의존에서 벗어나 국방·외교 정책이 미국의 안보 전략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고 한미 종속 동맹을 폐기하여 자주적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조선은 일제강점기 처절한 식민지 고통과 해방공간에서 외세의 압박으로 분단을 겪어야 했다.
반둥 정신의 현대적 의의는 일제 강점과 분단체제 청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4월혁명 공간의 ‘반둥체제’ 모색, 즉 반둥 정신을 계승한 새로운 국제주의 글로벌사우스와의 연대와 비동맹 외교의 현대화 그리고 다극화 시대에 맞는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 특히 브릭스의 일원인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지역 강국들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한미동맹 군사 동맹 중심에서 벗어나 반제 자주 평화 협력 중심으로 전환하여 평화적 공존 외교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등 분쟁 지역 연대도 필요하다.
미국은 최근 트럼프 2기 중동전쟁뿐만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와 2016년 트럼프 1기 등장 그리고 2020년 팬데믹으로 패권 몰락에 있다.
반둥 정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지도다!
신식민주의 시대에 맞선 새로운 해방 투쟁의 나침반이다!
반둥에서 배워야 한다!
반제 자주 평화애호세력은 총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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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사회주의 타도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반공' 국제사회주의자들
<노동자연대> 최일붕의 《맑스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ㅡ신좌파 다원주의 이데올로기 비판》의 비판에 대해 ㅡ 국가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비판을 중심으로
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