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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양
핵강대국 사이의 전면전, 국지전, 대리전 가능성
조선의 핵무장은 조미관계에 대전환을 가져왔다. 대규모 보복을 제도화하는 상호확증파괴의 전략핵무기 때문에 핵 강대국 사이에서 전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헨리 키신저는 1957년 박사논문 『핵무기와 외교정책』(Nuclear Weapons and Foreign Policy)에서 전략핵무기를 지닌 미국과 소련 사이에 공멸의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키신저는 공멸의 전면전이 불가능하다는 쌍방의 인식 때문에 전술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국지전 혹은 대리전과 같은 제한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오히려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키신저는 제한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와 최첨단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포괄적인 확장억지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소는 전술핵무기를 동원한 국지전에 대비하여 대대병력 규모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핵무반동총까지 개발하여 일선대대에 배치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대급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피해를 입은 상대방이 연대급 핵무기를 사용하고 다시 사단급 핵무기가 사용되면서 결국 전략핵무기가 사용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즉 상대방의 공격에 비례하는 수준의 무기를 사용하는 냉철한 자제력이 없다면 전술핵전쟁은 전략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이러한 확산전쟁은 공포용이라는 전략핵무기의 존재가치를 상실케 한다. 또한 핵강대국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면 핵무기가 쉽게 사용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다른 나라들이 핵무장을 하려고 한다. 핵무장 국가들은 자신들만 핵무기를 가질 때 핵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핵무기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핵무장 국가들은 핵무기를 최후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통상의 전쟁에선 최첨단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고자 한다. 따라서 미중러의 핵강대국은 전략핵무기, 전술핵무기, 재래식 무기를 통합하여 핵 억제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날 미중러와 같은 핵강대국은 재래식 무장도 최강이라서 비핵국가에게 전술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결국 미소는 서로에게 단 한 번도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전술핵의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점차 폐기하고 최소부분만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키신저의 예측대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우크라이나전쟁처럼 비록 핵강대국이 직접 공격받은 것이 아니지만 핵강대국이 재래식 무기로 개입하는 대리전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핵강대국끼리의 대리전쟁이 아니라 핵강대국 일방만이 참전한 국지전이었고 재래식무기만 사용됐다.
결론적으로 핵강대국들은 전면전이나 자신들의 영토 내에서 국지전에 대한 우려가 없으며 영토 밖의 대리전은 최첨단 재래식무기로 대응하고 있다.
핵강대국인 미중러의 외교안보전략
마크 벨(Mark S. Bell)이 2016년 박사논문 『핵무기와 외교정책』을 통해 핵보유국이 각각의 대외적 조건에서 어떤 외교적 대안을 선택하는지를 일종의 순서도 개념으로 제시했다. 먼저 마크 벨은 핵무장국가의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변수를 제시했다. 이 3가지 변수는 첫째 영토에 대한 위협이나 진행 중인 전쟁에 직면했는가? 둘째 후원자로서 상위동맹이 존재하는가? 셋째 강대국으로서 급부상하고 있는가? 등이다.
이러한 3가지 변수를 전제로 핵무장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6가지 정책을 강약 순으로 보면 타국에 대한 침략,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확대, 외교적 독자노선, 핵무장하지 않은 동맹들과의 안보협력 강화, 확고한 현상유지, 타협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은 심각한 안보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자신보다 상위의 후원자동맹도 없다.
또한 미국은 이미 최강자이므로 새롭게 급부상하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이 경우 미국은 핵무기를 통해 나토, 일본, 한국과 같은 하위 동맹들에게 핵무산을 제공하는 등 안보협력을 통해 핵확산을 막고 자신의 지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정책을 취한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대한 안보위협으로 본다면 핵무기를 사용하겠지만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으로 보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다만 나토가 직접 개입하면 전술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현재 입장을 보면 심각한 안보위협이 없으면 상위의 후원자 동맹도 없다.
러시아는 새로운 강대국으로서 급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냉전 시대에 비해 추락한 국제적 지위를 회복하려고 한다. 즉 러시아는 라이벌인 미국에 대해 대등한 지위에 서려는 한도 내에서 강경한 현상유지 정책을 선택하고, 과거 소련의 영향 아래에 있던 하위 동맹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소련, 독립국가연합 소속 국가에 대해 미국과 나토의 영향력이 확대될 때 즉 서방의 동진에 대해 러시아가 재래식 전쟁을 불사한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대만 문제를 핵무기를 사용하는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미중간의 비공식 회동에서 중국은 재래식 무기를 통해 대만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 심각한 안보위협이나 상위의 후원자동맹도 없다. 그렇다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로 급부상할 의도와 그런 객관적 경향이 있냐고 문제될 수 있다.
중국은 핵탄두를 2030년까지 천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러와 같은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자신의 경제력에 부합하는 강대국의 지위를 최대한 빠르게 획득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중국은 강력한 핵무장을 전제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만 통일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조선과 같은 주변 하위 동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조선은 국지전을 예방하는 확장억지력을 완성하는 중
전략핵무기를 대량공격하는 상호확증파괴의 능력을 완비한 미소와 미러 사이에 직접적인 국지전이 일어난 적이 없다. 중국, 파키스탄, 인도 등은 핵무장을 했지만 상호확증파괴의 능력을 지니지 못했을 때 국지전을 경험했지만 소규모 전쟁 수준에서 핵전쟁을 피하는 타협을 선택했다.
보통 핵강대국들의 핵 억제력의 개발과 배치 순서는 전략핵무기, 전술핵무기, 최첨단 재래식 무장의 순서이고 조선도 이 순서를 밟고 있다. 조선은 영토 밖의 대리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고 전면전이나 국지전을 억제해야 한다. 조선은 이미 미국본토를 전략핵무기로 타격할 능력을 지녔다. 이후 건조 중인 핵잠수함을 실전에 배치하면 미국을 포함해 그 어떤 나라와의 전면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선이 국지전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핵무기까지 구비하면 한미일과의 국지전까지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조선이 비록 전술핵무기라도 실제로 사용하는 순간 한국과 일본은 핵공격을 피하고자 미국이 반대한다고 해도 핵무장을 추구한다.
북도 재래식 무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술핵 사용을 공언하고 있지만 남한의 핵무장을 유도할 핵사용보다는 장기적으로 재래식 비대칭전력을 구축하고자 한다. 즉 조선 역시 최첨단 재래식 무기로 국지전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근 조선이 최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과 배치에 박차는 가하는 것은 핵강대국으로서 확장억지력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핵무장완성으로 평화협정, 불가침 미군철수가 절실하지 않은 조선
전략핵무기는 전쟁을 억제하면서 쓰지 않을 때 빛나는 무기이다. 헨리 키신저는 『핵무기와 외교정책』에서 전략핵무기를 지닌 국가는 모든 나라와 평화조약이나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했다. 핵공격을 당할 각오를 하면서 전쟁을 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 소련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인도와 파키스탄은 군사적으로 대치했거나 대치하고 있지만 전면전을 걱정하지 않는다. 설사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 전쟁과 같은 군사분쟁이 일어나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들 나라들은 군사적으로 대치해도 상대방에게 불가침조약이나 평화조약을 중요한 협상의제로 제기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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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