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6.05.11

 

광둥성은 5,000여 대의 DJI 드론을 투입하여 송전 선로의 자동 점검을 실현했다(사진=바이두).png
광둥성은 5,000여 대의 DJI 드론을 투입하여 송전 선로의 자동 점검을 실현했다(사진=바이두)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물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저공 경제(Low-altitude Economy)'가 조 단위 규모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늘길을 둘러싼 이 거대한 판이 벌어지는 지금, 중국에서는 핵심적인 질문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누가 이 산업의 토대를 놓을 것인가. 그 답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국유 중앙기업이 주도하는 '인내 자본(Patient Capital)' 전략이다.

 

1. 무대를 설치하는 자 ㅡ 국유기업의 ‘소명 의식’

 

저공 경제는 흔히 드론 산업의 연장선으로 오해받지만, 그 실체는 훨씬 복잡하다. 스마트 공역(空域) 관리, 첨단 통신 인프라, 정밀 항법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비로소 작동하는 고급 제조업의 집대성이다. 인터넷 경제처럼 낮은 초기 비용으로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막대한 선행 투자와 긴 회수 기간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만큼, 단기 수익을 쫓는 시장 자본만으로는 이 산업의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중국 훙왕(紅網)이 9일 보도(“저공 경제의 도약, 누가 '인내 자본'을 주입할 것인가?”)한 분석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도는 국유 중앙기업이 시장이 기피하는 고리스크·장기 투자 영역에 인내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그 역할을 두 가지로 명확히 정의했다.

 

첫째는 핵심 기술 공략이다. 산업 체인의 자주적 통제를 위협하는 이른바 자본주의 선진국의 '목을 조르는(Stranglehold)' 기술 난제를 국유기업이 앞장서 돌파해야 한다. 둘째는 기반 인프라 구축이다. 전역을 커버하는 저공 스마트 연결망처럼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인프라는,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민간 자본에 맡겨둘 수 없다.

 

이미 현장에서는 그 실천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이동(China Mobile)은 5G-A 기술을 활용한 저공 스마트 연결망을 구축해 '24시간 공중 교통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중국철탑(China Tower)은 기존 통신 기지국에 베이더우(北斗) 위성 항법 기능을 결합해 고정밀 위치 정보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이들이 닦아놓는 것은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저공 경제 전체가 달릴 활주로다.

 

2. 공연을 펼치는 자 — 민간기업의 ‘창의(創意)’

 

그러나 무대가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무대라도 공연이 없으면 의미를 잃는다. 보도는 국유기업이 모든 영역을 독점하는 방식에 대해 분명한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기초적·공공적 영역인 '무대 설치'는 국유기업의 몫이되, 구체적인 상업 응용과 서비스라는 '공연'은 민간기업의 창의성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실은 이미 일상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메이퇀(美团)은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드론 배송 노선을 상시 운영하며 최단 15분 내 배달이라는 새로운 물류 기준을 세웠다. 순펑(顺丰)은 고속철도 연선을 따라 응급 의료 물자 전용 운송망을 구축해, 골든타임을 지키는 '공중 생명 구조 통로'를 현실로 만들었다. 세계적인 드론 기업 다장(DJI)의 산업용 드론은 전력망 자동 순찰 등 복잡한 현장에 투입되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유기업이 다진 토대 위에서 민간의 혁신이 꽃을 피울 때, 저공 경제는 비로소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 구조를 바꾸는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3. 선순환의 조건 — '전략 지원'과 '상업 경쟁'의 분리

 

저공 경제가 정책적 수혜에 기댄 거품이 아닌, 진정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하나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어야 한다.

 

국유 자본의 무대 설치 → 민간기업의 혁신 공연 → 시장의 자주적 순환

 

이 흐름이 끊기지 않으려면,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지 않아야 한다. 보도는 "중앙기업이 상업 영역 전반에 깊숙이 개입할 경우 민간의 혁신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산업이 성숙해질수록 국유 자본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한다. 직접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서, 표준 설정·리스크 관리·전략적 조율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역할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민간이 성과를 거둘수록 국유 자본이 설계한 생태계의 가치 역시 함께 높아진다.

 

결국 저공 경제의 성패는 기술력이나 자본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유기업이 전략적 지원과 기반 인프라를 통해 산업의 안전과 표준을 주도하고, 그 토대 위에서 민간의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되는 역할 분담의 지혜에 달려 있다. 두 축이 각자의 자리를 확고히 지킬 때, 저공 경제는 비로소 국가 경제의 실질적인 신성장 동력으로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음을 중국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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