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과도한 업무와 무능력 낙인, 배제와 2차 가해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함계남(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해고자)
등록일 : 2026.06.20
photo_2026-06-20_12-44-21.jpg
직장 내 괴롭힘으로 깊은 고통을 겪다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하며, 경찰모와 흰 국화가 놓여 있다. 

 

경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기사를 보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버티기 힘들다."
"한계가 온 것 같다."
"지치고 힘들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잠도 깊이 자지 못한다."

유서에 적힌 문장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겪었던 1초1초의 시간들이 또다시 가슴을 헤짚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 이 대목에서 결국 폭풍오열 했다.

"도와준 동료들에게 고맙다."

"산재를 신청하는 너와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몰아세우던 나의 동료들과 달리, 그 경찰관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켜준 동료가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나 역시 '내가 죽어야 끝이 나는 걸까?''라는 같은 질문을 지금도 매일 되뇌인다. 지금도 나를 살리기 위해 싸워준 배우자에게 반복되는 보복성 징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끝이날까? 이제는 나 개인의 생명을 넘어, 가족의 생계와 삶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나는 2019년 4월 15일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 채용됐다. 
2019년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투쟁, 2020년 보라매병원 정규직 전환 투쟁으로 850명 정규직전환이 이뤄졌다. 몸이 회복되지 못한채, 2021년 10년만에 서울대병원 직원식당 단체협약 체결 투쟁, 그리고 2022년 직원식당 업체 변경에 맞서 고용승계 100일 투쟁을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연간 400시간에서 많게는 70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병원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했고 밤늦게 퇴근했다. 주말도 없었고 휴식도 없었다. 몸이 망가지며 하열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산재였다. 발목이 망가졌고, 아킬레스건이 손상됐으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우울증까지 오면서 3종류의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몸이 망가질 때까지 일할 때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산재를 신청하자 문제가 됐다.
휴직을 요구하자 문제가 됐다.
야간근무와 주말근무가 힘들다고 말하자 문제가 됐다.
그때부터 나는 "일을 안 하는 사람", "일을 못하는 사람",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 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보호가 아니었다.

괴롭힘 가해자였던 사람은 현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되어 있다.
'서울지부를 그만 둬라'고 증언했던 동료는, 조직을 떠났다가 내가 해고된 뒤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나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나는 해고됐다.

가해자 중 한 사람은 조직을 장악해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가해자는 배우자의 생계를 쥐고 흔들며  공공운수노조 징계와 조직 통제에 몰두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노동조합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KakaoTalk_20260621_044846529.jpg
18일 민주노총앞에서 (가)양대노총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종합지원센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사무처 국장인 배우자는 나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공운수노조 전 집행부(토론모임)는 4개월 정직 징계를 내렸다. 2024년 집행부(공활모)가 바뀐 뒤에는 다시 6개월 무급정직과 또 한번의 6개월 무급정직 처분을 내렸다. 

명분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생계를 끊어 놓는 것이었다.
16개월의 무급정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안다.
이것은 단순한 징계가 아니다.
생계에 대한 위협이며 가정을 무너뜨리겠다는 경고다.

또다시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의 선거에 시동이 걸리면서, 각 정파들(공활모, 토론모임, 평등노동자회, 평등의 길 등)은 조직 탈환의 시도를 다방면으로 연출하고 있다. 조직을 잡아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나와 배우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투쟁으로 생존권을 걸고 6년째 싸우고 있다.

그리고 또, 언론은 침묵한다. 왜일까?


가해자가 대기업 사장이 아니라 노동조합이기 때문일까.
가해자가 자본이 아니라 노동운동 내부 권력이기 때문일까.
거대한 조직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동료들 역시 침묵한다. 
누군가는 뒤에서 응원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말하는 순간 다음 차례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괴롭힘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립이다."
사람은 싸울 수 있다.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 주류가 낙인 찍고, 등을 돌리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동료가 떠나고,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수입이 사라지고, 명예가 훼손된다.
정신과 약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유서를 쓰게 된다.

 

3883217d9e32764b2078946387ad38e1.jpg
영하의 추운 날씨에 서울대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함계남씨  (2023.12.20)
 

나는 운 좋게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대노총 직장 내 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매장하려는 조직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해결을 맡기는 현재의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라고 사측에 요구하는 지금의 구조는 흔히 말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2차 가해를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다.

괴롭힘을 당한 사람에게 다시 그 조직으로 돌아가 신고하라고 한다.

가해자와 함께 일하라고 한다.

심지어 가해자의 영향력 아래에서 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한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제도인가.

그래서 나는 「양대노총 직장 내 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가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종합지원센터」 설치에 동의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지금, 직장도 아니고 노조도 아니며 사용자의 영향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독립기구가 절실하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아직도 싸우고 있느냐고.

답은 간단하다.

내가 침묵하면 이 일은 없었던 일이 된다.

내가 포기하면 가해자는 승리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내가 사라지면 조직문화도 바뀌지 않고, 모두가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살아서 싸운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던 한 경찰관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서는 뉴스가 되었고, 그 죽음 이후에야 사람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직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뒤늦게 이어졌다. 하지만 왜 사람은 죽고 나서야 피해자로 인정받는가. 왜 살아 있을 때의 절규는 외면하면서, 유서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는가.

 

이제는,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절규에 먼저 응답하는 사회여야 한다. 사람이 죽은 뒤에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죽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람이 죽지 않도록.

 

직장 내 괴롭힘으로 깊은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비보로 큰 슬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더 이상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만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살아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이 죽은 뒤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1
고재성

함계남 동지를 일터로,

의료연대본부장은 감빵으로!!!!

2026.06.20 20:20:19 답글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오피니언

트럼프 불신이 키우는 한국과 일본 및 호주의 핵무장론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2026.07.01

오피니언

남북관계의 적대관계로의 전환과 자주·민주·통일(자민통) 강령에 대해2

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

2026.06.22

오피니언

남북관계의 적대관계로의 전환과 자주·민주·통일(자민통) 강령에 대해

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

2026.06.21

오피니언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죽이지 마라

과도한 업무와 무능력 낙인, 배제와 2차 가해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함계남(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해고자)

2026.06.20

1

오피니언

오늘도 이어지는 주한미군사령관 망언들과 그 진실들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2026.05.27

오피니언

삼성노조 투쟁에 대한 일부 운동권 냉소주의 비판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2026.05.26

오피니언

국민이 키운 삼성,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 성과급 논쟁이 드러낸 '사회적 부의 소유' 문제

울산함성 편집위

2026.05.23

오피니언

삼성 투쟁,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영업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삼성 투쟁이 던진 잉여가치와 소유의 질문

김태균(노동전선 교육위원장)

2026.05.22

오피니언

이재명이 박정희의 긴급조정을 하면 지방 선거 고전하고 레임덕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2026.05.20

오피니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 미·중 관계 무엇이 달라지나?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