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구직자들이 허베이지질대학교 전용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png.jpg
3월 27일, 구직자들이 허베이지질대학교 전용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중국이 2026년 한 해 동안 전국 규모의 청년·대졸자 취업 지원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도시 100곳(百城)·대학 1000곳(千校)·기업 1만 곳(万企)’을 잇는 이른바 ‘백성·천교·만기 취업 촉진 행동’이 중국 정부·민영기업·대학이 총동원되는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3월 27일, 허베이성의 허베이지질대학교 캠퍼스 광장은 일자리를 찾는 대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국공상연합회, 교육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퇴역군인사무부 등이 공동 주최한 ‘2026년도 전국 백성·천교·만기 취업 촉진 행동’ 동원·배치 회의와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 전용 채용 행사가 이곳에서 공식 출범했다.

 

행사의 공식 슬로건은 “협동 연계로 취업을 촉진하고, 민영기업이 힘을 모아 인재를 영입한다”이다.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취업박람회지만,  실상은 민영경제 활성화와 산업구조 재편을 함께 겨냥한 정치·경제 프로젝트 성격이 짙다.

 

ㅡ ‘연중 프로젝트’로 키운 취업 캠페인… 민영기업 1200곳, 2만 3천 개 일자리

 

이번 행동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연중 진행되는 캠페인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2026년 3월~5월 중순, 2026년 10월~12월 두 차례를 취업 집중 추진 기간으로 못박았다. 졸업 시즌과 가을 채용 시즌에 맞춰 정책·행사·플랫폼을 동시에 몰아넣겠다는 전략이다.

 

3월 27일 하루 동안 베이징, 톈진, 스자좡(石家庄) 등 징진지 지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전용 채용 행사에는 민영기업 약 1,200곳이 참여했고 기계 제조, 전자정보, 소프트웨어 개발 등 분야에서 2만 3천 개가 넘는 일자리가 쏟아졌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참여 기업 구성이다. 단순 다수 기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체인 주도 기업’, 업계를 선도하는 ‘선도 기업’, 중국 정부가 최근 집중 육성 중인 ‘전문화·정밀화·특화·신규’ 중소·중견기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취업 정책을 산업 고도화 전략과 직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공 일자리 제공식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ㅡ 현장에서는? “이력서 들고 부스 돌고, AI 면접도 본다”

 

허베이지질대학교 채용 현장에는 ‘우량·강소 민영기업 존’, ‘전문화·정밀화·특화·신규 기업 존’ 등 기능별 채용 구역이 구분돼 있었다.

 

이력서를 손에 쥔 학생들은 게시된 공고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현장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직무 내용과 요구 역량을 묻고 이력서를 건넸다. 허베이과기대(河北科技大学)에 재학 중인 자오(赵) 학생은 한 전기회사의 국내 영업 엔지니어 직무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쟁과 기회가 함께 존재한다. 취업박람회에 많이 참여하고, 이력서를 많이 내면서 나와 잘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 구성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AI 기반 ‘구직 서비스 존’이다. 이는 단순 홍보 부스가 아니라, 실제 면접 상황을 인공지능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는 체험형 코너다. 허베이지질대학교 소프트웨어공학 전공인 왕(王) 학생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디지털 휴먼(가상 인물)’과 Java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무를 가정한 모의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이 끝나자 시스템은 답변 내용, 표현 방식, 논리 전개, 비언어적 요소(톤·속도 등 일부 항목) 등을 종합 분석한 피드백 보고서를 출력하고, 개선 방향까지 제시했다. 왕 학생은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본 뒤 “한 번 더 해보겠다”라며 두 번째 모의면접을 자청했다. 이 AI 면접 서비스는 2022년 하반기 출시된 제품으로, 190여 개 직무가 내장돼 있고 이미 여러 대학에 도입된 상태다. 올해 봄 채용 시즌에는 더 많은 캠퍼스에 공급해 학생들의 면접 실전 감각·자기 분석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 개발사 측 설명이다.

 

현장에는 온라인 실시간 채용 방송(‘네트워크 라이브 채용’ 존)도 설치됐다. 진행자가 주요 기업 채용 담당자를 인터뷰하고, 실시간 채팅으로 학생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오프라인 현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연결하는 ‘정보의 다리’ 역할을 맡았다. 

 

3월 27일, 구직자들이 허베이지질대학교 전용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기업 관계자와 상담하는 모습.png.jpg
3월 27일, 구직자들이 허베이지질대학교 전용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기업 관계자와 상담하는 모습

 

ㅡ 중국이 이 캠페인에 힘을 주는 이유: 청년 실업과 민영경제

 

중국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취업 캠페인을 연중 프로젝트로 띄우는 배경에는 두 가지 현실적 과제가 겹쳐 있다.

 

첫째는 청년·대졸자 취업난 완화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경제 성장률 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 플랫폼·IT 대기업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청년층, 특히 대졸자의 일자리 불안이 부각돼 왔다. 중국 통계 당국이 관련 통계의 산출 방식과 공표 방식을 손질하고 있어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가장 취업이 어려운 시기”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별로 채용 수요를 발굴하고, 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구직자 풀을 조직하며, 민영기업의 채용 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도시–대학–기업’ 3각 연계 구조를 의식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이번 행동의 핵심 설계로 보인다.

 

둘째, 민영기업에 대한 ‘정책적 메시지’이다. 이번 캠페인은 명목상 ‘대졸자 취업 지원’이지만, 행사 주최와 구성을 살펴보면 민영기업에 대한 정치적 신뢰 회복·지원 시그널이 함께 담겨 있다. 주최 측에 전국공상연합회(민영기업 대표 단체)가 전면에 나선 점, 참여 기업을 ‘우량 민영기업’, ‘전문화·정밀화·특화·신규 기업’으로 강조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산학협력·산업대학·실습기지 조성 등 중장기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운 점 등은 “민영기업이 고용의 주력군이자 미래 산업 전환의 핵심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ㅡ 단순 채용행사 넘어 ‘산학협력 구조’ 노린다

 

이번 행동의 또 다른 축은 산학협력 구조의 제도화다. 전국공상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와 민영기업, 대학은 향후 다음과 같은 협력을 추진한다.

 

첫째, 대학과 기업 간의 직접적인 대면 교류를 꾸준히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인사 책임자나 기술 책임자가 대학을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이른바 ‘학교-기업 만남 행사’를 상시화하고, 이를 단순한 채용 설명회 수준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즉시 채용할 사람만 찾는 자리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인력 수요와 교육 방향을 대학과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둘째, 산업대학, ‘주문형 학급(订单班)’, 실습기지 등을 대학과 기업이 함께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정 산업이나 개별 기업의 수요에 맞춘 산업대학을 설립하고, 채용을 전제로 커리큘럼 단계부터 기업 요구에 맞춰 설계하는 ‘주문형 학급’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실제 생산 현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갖춘 산학융합 실습기지를 공동으로 조성해,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부터 현장에 가까운 경험을 쌓도록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대학 교육과정 속으로 기업의 최신 기술과 공정, 규범을 직접 끌어들이겠다는 점이다. 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신기술, 새로운 공정, 새로 제정된 규격 등을 교과 과정에 편입해, 이론 위주의 수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졸업하면 곧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다시 말해, 교육 내용과 실제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넷째, 공동 실험실과 연구기지를 함께 세워 산학 R&D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 공동 연구실과 기술 연구기지를 만들고, 연구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당 성과가 산업화·사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산학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해 두면, 궁극적으로는 혁신 성과의 상용화와 산업화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구상과도 맞물리게 된다.

 

이러한 구상은 한국에서도 추진 중인 ‘LINC(링크) 3.0 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 ‘현장실습·캡스톤디자인’과 꽤 닮은 점이 많다. 다만  중국은 중앙 주도로 ‘전국 캠페인화’하는 속도와 스케일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ㅡ 한국과 비교해 보면 보이는 것들

 

이번 중국의 ‘백성·천교·만기’ 행동은 한국의 청년·대졸자 취업 정책과 비교해 봤을 때 몇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째는 규모와 추진동력 면에서다. 한국도 매년 대규모 채용박람회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중국은 이를 명확한 정책 구호를 내건 전국 캠페인으로 끌어올려 도시·대학·기업을 하나의 정책 브랜드 아래 묶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은 관련 부처와 지방정부, 대학, 산업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이른바 ‘전 부문 합동 취업 대책’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유관 국가 기관의 협조 아래 각 부문의 역량을 한데 모아 종합적인 취업 대책을 설계·집행한다는 점에서, 한국처럼 특정 부처(예컨대 고용·노동 부처)가 중심이 되어 개별 대책을 내놓는 구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부처별로 정책이 분절적으로 추진되거나, 재정·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와 청년·노동 정책 부처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조율 과정에서 동력이 약해지고, 그 결과 대규모 행사들이 ‘일회성 이벤트’ 수준에 머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둘째는 민영기업에 대한 명시적 ‘역할 부여’이다. 한국은 대기업·공공기관, 중소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느낌이라면, 중국은 이번 행동에서 ‘민영기업이 고용과 산업 혁신의 주력’이라는 메시지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공기업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하에서 민영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셋째, AI·디지털 기술의 현장 도입이다. AI 모의면접, 디지털 휴먼, 라이브 채용 등 디지털 도구를 ‘행사 필수요소’처럼 전면 배치하고 있는 점 또한 특징이다. 한국에서도 AI 역량검사·영상면접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정책이 기획한 공식 행사에 적극 접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구직 현장.png.jpg
구직현장

 

ㅡ 관건은 ‘지속성’과 ‘질 좋은 일자리’ 

 

관찰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이 캠페인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실제로 ‘질 좋은 일자리’로 이어질지다. 

 

이런 면에서 이번 행사에는 특히 유력 민영기업들이 주로 참여하고, 중장기적인 산업정책과의 연계성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이곳에서 채용되는 인력은 대체로 정규직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단기 임시 인턴 채용이 유행하는 최근 한국의 고용 관행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민영기업의 실제 채용 여력, 산업구조 재편 속도, 지역 간 격차, 임금수준과 근로조건 등 보다 복합적인 요인이 취업 성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학생이 이 캠페인을 통해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로 연결되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베트남-미국 관계, 구조적 온도차 벗어나기 어려워

2026.04.04

테헤란에 "검은 비" 내리고 핵 오염 먹구름 덮여… 미국·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장기 생태 위기 가능성

2026.04.04

“초카이(鸟海)”호 개조와 무라타 아키히로, 두 가지 위험 신호

2026.04.02

[환구원탁대화] 중·미간  AI 경로 차이… ‘물’과 ‘석유’ 비유

ㅡ 오픈소스 AI의 ‘물’로 세계가 지능 혜택을 공유하도록 촉진

2026.04.01

민·관·학이 총가동된 중국의 대규모 취업 캠페인… AI 모의면접·라이브 채용까지 풀가동

2026.04.01

유가 급등으로 유럽 중고 전기차 판매 급증

2026.03.30

 한 달이 지났다, 이 전쟁은 이제 중단 버튼을 눌러야 한다

2026.03.30

신흥 세력의 부상, 세계 질서 변혁의 여명이 보이다

2026.03.26

미국 연례위협평가와 상원에서 북 핵전력 평가

2026.03.23

파키스탄-아프간 충돌은 왜 교착상태에 빠졌나?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