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의 지지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가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중인 함계남 씨를 위로하고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다. (2026.09.16).jpg
사회 각계의 지지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가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중인 함계남 씨를 위로하고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다. (2026.09.16)

 

- 부산 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 연명 성명 발표… "더 이상 특정 노조 문제 아닌 노동운동 전체의 도덕성 걸린 사안"
-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별도 연대 입장 내고 "생명보다 우선하는 조직 논리 없다… 자정과 회개 촉구"
- '5인 미만 꼼수 고용'·'사직 종용' 내부 비리 비판… 피해자 복직, 산재 인정, 민·형사상 면책 요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 사건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피해자인 양규서·함계남 부부가 단식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부산NCCK)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ㅡ 부산 시민사회 "이제는 특정 노조 내부 문제가 아니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9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 사람은 천막에서, 또 한 사람은 30미터 고공에서 벼랑 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이 사안은 더 이상 특정 노조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한국 노동운동 전체의 도덕적 정당성이 걸린 사안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된 현장 녹음과 언론 보도를 통해 "노조 간부와 상근자들이 위력과 위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집단적으로 사직을 종용했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라는 편법이 동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야 할 조직이 정작 내부 피해자에게는 법의 사각 지대를 악용하고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은 노동 운동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사후 대응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는 사안의 본질을 희석한 채 '법적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민주노총 역시 '산별 내부 문제'라며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뒤늦게 제안된 진상조사위 구성안 역시 조사 기한·면책 조치의 부재로 인해 진정성 있는 수습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시민들이 보기에는 민주노총의 진정성 있는 '해결 의지'가 아니라 '시간 끌기'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적극적 중재와 총연맹 차원의 책임 있는 지휘로 진상조사위 조속 가동 및 조사 기한·민형사상 면책 명확 보장 ▲공공운수노조의 편법 고용·내부 괴롭힘 의혹 책임 회피 금지와 피해자 복직·산재 인정·책임자 공정 조치 즉각 이행 ▲민주노총의 뼈를 깎는 자정과 개혁을 통한 내부 관료주의·정파주의·편법 고용 관행 청산을 촉구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투쟁 앞에 침묵하는 것은 방조"라며 "민주노총이 진정성을 가지고 사태 수습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노동운동의 도덕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이날 성명에는 국민주권행동 부울경본부,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산인권상담센터, 사단법인 나락한알, 사단법인 사할린한인역사기념사업회, 천사네, 사단법인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가칭 영구중립국추진헌법개정범국민추진위원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ㅡ 부산NCCK "하나님의 정의는 내부의 그늘을 외면하지 않는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부산NCCK)도 같은 날 연대 입장을 발표하고 "양규서·함계남 부부의 생명을 살리는 자정과 회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부산NCCK는 "부산 지역 시민사회가 발표한 성명에 깊이 공감하며, 성경이 명하는 정의와 환대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에 온전히 동의하고 연대의 뜻을 밝힌다"며 세 가지 신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노동자의 눈물을 닦는 조직 내부의 공의를 요구한다"며 레위기 19장 15절을 인용해 "노동자의 권익과 약자의 생존권을 지켜야 할 노동조합 내부에서 위력에 의한 집단적 사직 종용과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라는 편법 고용 의혹이 제기된 것은 약자를 보호해야 할 거룩한 사명을 스스로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생명보다 우선하는 조직 논리는 없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위해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길을 나섰다. 한 사람, 한 노동자의 생명은 온 천하보다 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보이고 있는 '법적 종결' 주장과 '산별 내부 문제'라는 방관적 태도는 목숨을 건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는 조직 이기주의이자 관료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셋째, "뼈를 깎는 자정과 회개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야고보서 5장 16절을 인용해 "진정한 연대와 도덕성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허물을 인정하고 쇄신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밝혔다.

 

부산NCCK는 이에 ▲민주노총 총연맹의 즉각적이고 책임 있는 중재와 조속·객관적 진상조사위원회 가동, 조사 기한 명시 및 민형사상 면책 보장 ▲공공운수노조의 편법 고용·괴롭힘 의혹에 대한 회개와 책임, 내부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즉각적 복직·산재 인정, 책임자 공정 조치 ▲민주노총의 약자 생명을 돌보는 초심 회복과 조직 내부 사각지대에 놓인 상근·비정규 노동자 권리 보호, 관료주의 청산을 촉구했다.

 

부산NCCK는 "양규서·함계남 부부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금, 침묵과 관망은 또 다른 불의"라며 "민주노총이 하나님의 공의와 생명 존중의 가치 앞에 겸허히 서서 사태 수습에 진정성 있게 임할 것을 부산의 기독인들과 함께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침묵은 방조… 자정과 회개로 초심 돌아가라"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는 노조 간부와 상근자들이 위력과 위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집단적으로 사직을 종용하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인 양규서·함계남 부부는 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복직 등을 요구하며 각각 천막 단식농성과 30미터 고공농성을 16일째, 12일째(9월 17일 현재) 이어가고 있다.

 

양규서·함계남 부부의 농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와 종교계까지 연대 대열에 합류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단을 압박하는 목소리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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