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 경찰의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 침탈에 부쳐
등록일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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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오후 경찰이 한국와이퍼의 설비 물량 빼가기를 돕기 위해 조합원들을 폭행하며 연행하고 있다.


                                 

1.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가 사측의 무단 설비반출을 막으려 농성하고 있는 안산공장에 용역을 앞세운 경찰들이 닥쳤다. 이른 아침인 3월 15일 오전 6시 30분경 경찰은 기동대 버스 40여 대, 경찰 700여 명을 동원해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의 공장진입을 적극 엄호했다. 경찰은 이어 오후 1시 35분쯤에도 사측의 생산설비 반출 작업을 도왔는데, 경찰측 도움을 받은 한국와이퍼는 생산물량 30t을 빼갔다.


용역과 경찰이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을 무리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15명이 넘는 조합원이 다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그중 한 조합원은 갈비뼈 3개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렇듯 경찰의 노골적인 노동탄압은 마치 우리가 ‘5공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아 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당시 백주 대낮에 백골단을 앞세워 농성장을 침탈하고 노조간부들을 연행해 갔는데, 지금 그와 비슷한 장면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2.
이것이 윤석열 정권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공정한 법질서’ 수립인가? 법원은 분명 사측의 단협 파기와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함을 인정한 바 있다. 지난 1월 30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한국와이퍼 측이 청산 시 노조와 합의하기로 한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금속노조가 낸 해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또 그 근거로 한국와이퍼 분회가 사측과 2021년 합의를 했다는 점, 그리고 모회사인 덴소의 연대보증까지 받은 고용안전협약서에는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사실들을 무시하고 경찰은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공장 안에서 설비반출을 막으려는 조합원 네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당시 최윤미 분회장이 경찰 책임자에게 “노사분쟁지역이며 특별근로 감독까지 하고 있는 곳인데 경찰이 노동자를 끌어내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 책임자는 “업무방해 신고가 들어왔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나중에는 현장에 보이지 조차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적으로 따질지라도 윤석열 정권의 공권력 투입은 ▲대규모 경찰력 동원 노사분규 직접 개입 ▲노사 간 민사소송 중 사업장 안까지 경찰 진입, 시설반출 조력 ▲해고금지 가처분 인용(인정)으로 조합원 지위, 노동자 지위 보전한 조합원들 공장진입 차단, 연행하는 등 ‘직권남용’과 ‘위법행위’를 자행한 셈이 된다. 

 

3.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은 무엇이 그리 급해서 갑자기 한국와이퍼와 같은 투쟁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했을까?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지난주와 이번 주 교섭을 진척시키기 위해 노사협의 틀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 판을 경찰이 느닷없이 엎어버렸다”고 전한다. 


우리는 따라서 3월 16일 윤석열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측에 선물을 준비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한국와이퍼의 모기업인 덴소가 ‘일본 자본’이라는 점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이렇듯 윤석열은 며칠 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일본에게 완전히 굴복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선물 하나를 더 챙기는 치밀함을 보여준 셈이다. 아마도 이왕 선심 쓸 바엔 확실히 쓰자는 심산인 듯싶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난 해 하반기 화물연대파업에 대한 노골적인 진압 이후 본격화된 윤석열 정권의 탄압의 칼끝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예리해지고 대담해지고 있음을 우리는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신년 벽두부터 민주노총 본부를 국정원 직원들이 들이닥쳐 사무실을 수색하는 것부터 시작해, 민주노총 인천본부 수색, 노조 회계장부 제출 압박,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비리혐의 구속, 국정원의 ‘조직사건’ 수사… 그리고 이번에 한국와이퍼분회 농성장에 대한 침탈이 발생했다. 


한국와이퍼분회 침탈은 금속노조가 올해 투쟁지원 역점 사업장으로 선정한 사실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 사건을 단순히 일회적인 일본 정부에 대한 선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노동분쟁의 불씨들을 하나 둘씩 사전에 없애버리겠다는 복합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진행될 경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계획하고 있는 5월 노동절 총파업, 7월 총파업은 사전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하게 된다.  이는 지금 ‘계급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을 말해준다!

 

4.
 지금의 노동탄압은 말 그대로 윤석열 정권의 ‘총선전략’의 일환 속에서 계획되고 있다. 대일 굴욕외교, 하루가 멀다하게 치솟는 물가인상, 거기에 기름을 붓는 듯한 공공요금 인상, 국민연금의 개악 추진, 다가오는 총체적인 경제파탄…이 모든 악재들을 뒤엎을 수 있는 ‘한방’의 카드로 윤석열 정권은 지금 소위 ‘노동개혁’을 상정하고 있다. 그밖에 다른 방법이 그들에게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는 취임 첫날 “3대 개혁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이 노동 개혁”이라며 그것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조선일보, “김기현 ‘대통령이 당 걱정 않게 할 것… 노동개혁, 당론 추진’ ” , 2023.3.10)


즉, 지금 저들은 이렇듯 당-정이 한마음이 되어 '노동개혁'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일 채비를 착착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금속노조는 한국와이퍼에 대한 공권력 침탈이 있자 “부당한 집단해고 문제 해결 노력 없이 폭력으로 설비를 빼내는 한국와이퍼에서 악마의 모습을 본다”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후의 강력한 후속 대처를 조합원들은 아직 목격할 수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 역시도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결연한 의지를 아직까지 현장에 전파하지 못하고 있다. 그 보다는 내년 총선에 정신이 쏠려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물론 총선대책은 노동자계급에 있어선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진행되고 있는 침탈에 제대로 대응을 못할 경우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저들은 소위 ‘노동개혁’을 가장 확실한 ‘총선전략’으로 삼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역시도 그것을 분쇄하는 것이 총선전략의 기본 방향이 돼야 되지 않겠는가?

 

그럴 경우 자연히 현장은 단결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주노총당이니 진보연합정당이니 비례정당이니 하는 골치 아픈 문제들은 이 기초 위에서라야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 한가하게 총선방침을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내부의 분열만 심화시키고 신경을 분산시킬 뿐이다.

 
구체적인 총선방침은 하반기에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자. 그래도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은 제2 정치세력화의 방향과 원칙만 논의하는 정도로 충분하며(사실 이것이 가장 핵심이다!),  윤석열 정권과 자본가들의  노동탄압 분쇄에 총력을 기울여 이로부터 현장의 동력을 끌어내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바탕 위에서 대중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패퇴시키는 과제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제2의 정치세력화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탄압분쇄 투쟁을 통해 한 번 달구어지기 시작한 현장의 분위기는 노동진영 내 정파 간, 진보정당 간의 지리한 자리다툼을 모두 사소한 것으로 만들 것이며, 대의를 중심으로 크게 단결하도록 거대한 압력을 형성할 것이다. 


용산으로 향하는 분노의 가두행진을 조직하자.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현장침탈을 자행한 현 정권과 폭력경찰을 규탄하자. 살인적 물가폭등으로 들끓는 민심을 대변하는 민주노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4월 5일 예정된 총선방침 결정을 위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고 노동탄압에 맞서 전면적 선전포고를 결의하는 대회로 바뀌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부터는 현장에 민주노총 지도부의 확실한 투쟁의지가 전달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024년 총선에 대한 노동진영의 가장 훌륭한 준비이다.


총선 이후 합법적 공안파쇼 정권의 등장을 저지할 수 있느냐 여부는 지금부터의 싸움에 달려있다. 싸움에서 패배한 쪽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 지금의 정세이다. 잊지 말자, ‘전초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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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와이퍼 공장 앞에서 열린 한국와이퍼 불법 대체생산 중단, 설비반출 경찰 공권력 폭력침탈 규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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