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 제18회 입양의 날을 맞이하여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3.05.12
홀트 부부 가족이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를 한 명씩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jpg
홀트 부부 가족이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를 한 명씩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입양의 날에 생각하는 해외입양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가정의 달 5월에 한(1) 가정에 한(1) 아이를 입양하자는 취지로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했다.  내용적으로 당시 GDP 세계 12위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아이들을 더 이상 해외로 입양 보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국내입양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법 개정을 통해 국내입양 조건도 완화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1953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입양아동수 24만9959명 중 해외입양은 16만8427명이다. 최근 들어 해외입양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해외입양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입양된 아이는 국내 182명(56.2%), 해외 142명(43.8%)인데 해외입양보다 국내입양 수를 조금 많게 조정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해외입양인수는 한국 전쟁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세계 1위에서 최근 3위로 줄었지만 국내 아동수 대비로는 여전히 세계 1위이다.  
                   
해외입양의 시작은 미국인 해리 홀트씨가 전쟁 고아 8명을 미국으로 입양해 가면서 시작됐다. 지난 70년 동안 홀트아동복지회가 한국의 대표적인 해외입양기관이 된 이유다. 이 기간 동안 해외입양수는 공식적으로 17만명 정도이나 실제는 25만명까지 추산하고 있다.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을 1천만 명으로 추산하는데, 20만 명의 해외입양인을 기준으로 조부모와 부모를 합하면 입양으로 인한 해외이산가족은 1백만 명이다. 정부는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전쟁고아 문제를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해외입양을 선택했다. 1954년 ‘고아양자특별조치법’을 바탕으로 1961년 ‘고아입양특례법’을 제정했다. 1976년에는 국내입양의 촉진과 시설보호를 목적으로 ‘입양특례법’이 제정되었지만 해외입양은 계속됐다. 1980년대 말까지 미국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의 60%가 한국 아동이었다. 

 

당시 해외입양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시설아동의 가정위탁과 국내입양 정책을 폈지만, 한편으로 입양기관에 대해 1명의 국내입양 조건으로 2명을 해외로 입양 보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해외입양을 장려한 덕택이다. 1980년 해외입양 4144명, 국내입양 3657명이었는데 1985년에는 해외입양 8837명, 국내입양 2855명으로 해외입양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2005년 이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대표적인 4개의 사설 입양기관 중 해외입양을 전문으로 했던 홀트아동복지회도 2011~13년 사이 국내입양 1153명, 해외입양 722명으로 국내입양을 더 늘렸다. 

 

홀트 부부는 미국 난민구호법 시한이 종료되기 직전인 1956년 12월, 한국 입양아를 많이 실어나르려고 전세비행기를 동원했다. 미국 공항에 도착한 홀트 부부 일행이 아이들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jpg
홀트 부부는 미국 난민구호법 시한이 종료되기 직전인 1956년 12월, 한국 입양아를 많이 실어나르려고 전세비행기를 동원했다. 미국 공항에 도착한 홀트 부부 일행이 아이들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입양은 어떻게 이뤄지나

 

캐서린 조이스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선의와 국제간 아동 입양의 현실을 다룬 ‘구원과 밀매’에서, 가정이 필요한 아이와 아이를 원하는 부모 사이의 ‘윈윈’과 한 가정의 행복과 생모 즉 입양아 원래 가정의 희생이라는 ‘제로섬게임’을 대비해서 설명한다. 입양을 통한 선교가 어떻게 날조된 고아, 서류상 고아 그리고 거대한 입양산업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만들어내는지를 안내한다. 1854~1929년 사이 소위 고아열차프로젝트(Orphan Train)를 통해 미국 뉴욕 등 동부해안에서 서부로 입양된 아동 수는 10~25만 명에 달했다.

 

한국전쟁 후 국제입양의 새로운 장을 연 사람은 홀트 부부다. 그들은 ‘우편주문 아기들, 추수감사절 아기 공수, 신속대리입양, 주문취득’으로 표현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을 촉진했다. 입양은 돈과 서구의 수요에 의해 작동되는 산업이라 불릴 정도였다. 

 

1945년 해방 당시 고아원은 38개에 불과했지만 1950년 215개, 1957년 440개 4만 8천명, 1967년 568개, 6만 5천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입양비판자들은 입양기관들은 고아원에 수용된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더 좋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다고 권유하며, 미혼모쉼터가 입양수요공급 법칙의 허브로서 “생모는 자신의 아이를 입양부부를 위해 임신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유도하는데 고아로 만들어지고 결국 입양된다고 주장한다. 

 

1958년 서울 녹번동 산 46번지에 지어진 홀트씨해외양자회 보육시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jpg
1958년 서울 녹번동 산 46번지에 지어진 홀트씨해외양자회 보육시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이산으로부터의 귀향

 

한국은 지난 70년간 ‘모델입양 국가’였다. 세월이 흘러 수만 명의 입양인들이 친가족을 찾기 위해 모국을 방문하거나 가족 찾기 신청을 해 둔 상태다. 많은 모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친부모찾기 도움 단체인 해외입양인연대(GOAL), 국제입양을 반대하고 미혼모권익을 위한 단체인 국외입양인연대(ASK), 뿌리의 집(KoRoot),  홀트아동복지회 주최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국제입양을 반대하는 운동단체인 ‘입양인 원가족 모임 민들레회’,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TRACK) 등이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해외입양인들의 이야기다. 
제인 정 트렌카는 2013년 쓴 ‘덧없는 환영들’에서 “(연어는) 굶주린 것도 아닌데 뚜렷한 이유 없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내가 만일 소설을 썼다면 난 나를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긴 여행에 나선 사람으로 썼을 것이다. 고아들은 늘 굶주린다. 고아에게는 채우지 못하는 허기가 있다. 나는 자기를 낳아준 한국 엄마를 잃어버리지 않은 행복한 한국 아이를 보았다. 한국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난 한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아스트리드 트롯찌(한국명 박서여)는 2001년 ‘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는 책에서 “태어난 곳 한국은 항상 강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모국이 될 수는 없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나 명백한 사실이다. 일종의 두려움, 한 번 버려진 사람이 가진 두려움,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둥글게 원을 그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방황자의 모습을 그렸다.

 

전정식은 2008년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자전적 글/그림에서 “다섯 살에 태어났다. 경찰이 나를 거리에서 찾아내던 바로 그 날에 그 경찰을 다시 보고 싶다. 마흔 두 살이 된 오늘날, 이 짐 가방은 이미 가득 차 있다. 나는 아이였고, 청소년이었고, 어른이 되었다. 이 모든 나의 모습들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받아들이는 법을 익혔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어쩌면 여전히 먼 길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난 그 곳, 남대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오랜 친구에게 약속했다.”고 했다. 

 

현덕 김 스코글룬드는 2009년 펴낸 ‘아름다운 인연’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자신의 뿌리 찾기, 그러나 한국에도 속할 수 없는” 심정을 토로했다. 

 

입양의 날인 오늘 피터 뮐러 덴마크 한인권익그룹 대표(한국명 홍민·49)는 국회에서의 기자회견에서 7개국 2000여명의 한인 입양인이 한국 친생가족을 찾을 때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만든 ‘해외 한인권익그룹 연합회’(OKRG)를 소개했다. 

 

홍민 대표는 “해외 입양인 중 많은 사람이 한국의 생물학적 가족을 찾고 있지만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우리의 입양 관련 문서가 대부분 위조됐기 때문이다. 연합회에서 1000여건 이상 사례를 조사한 결과 단 한 건도 정확한 서류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쉽고 빠르게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해 입양기관은 우리를 서류상 고아로 만들었고, 당시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찾았다”고 폭로했다.

 

‘해외 한인권익그룹 연합회’(OKRG)는 정부에 유전자(DNA)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요구했다.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함께 한 덴마크에 입양된 에바 호프먼 코펜하겐대학 유전학 교수(한국명 박정란)는 “DNA라는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위조된 문서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비(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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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로 입양된 아아는 1182명인데 친부모의 입양사유는 대부분 ‘미혼’과 ‘경제적 이유’ 때문으로 나타났다. 국가는 이런 이유를 내세워 아이를 해외로 입양보내 버리면 발생할 사회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입양 보낸 친부모와 분리된 아이들은 평생을 고통과 번민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캐서린 조이스는 입양을 인종적, 성적, 계급적 불평등이 종교적 요인과 결합되어 움직이는 한 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인 정 트렌카는 입양이 자비롭고 도덕적인 행위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한 사람의 존재를 돌이킬 수 없이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합법적인 절차로 우리 언어(문화, 가족, 이름, 생일, 시민권, 정체성)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입양 당시를 기억하면서 완벽하게 적법한 서류절차로 자기 정체성을 뜯어내고 자기 가족을 떼어낸 입양기관은 자기에게 깨끗한 단절을 선사했으며, 한국정부는 자신에게 편도여행용 미국행 비자를 발급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박정희 정권 말기 대미관계를 위해 대거 미국으로 아이들을 입양 보냈다고 주장한다. 

 

미국 코네티컷주 출신 미국인 입양 아버지 리처드 보아스 박사는 “입양은 입양가족이 얻은 것과 미혼모가 잃는 것을 합한 제로섬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입양을 거부하고 미혼모가 당당하게 자신의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그들은 5.11 입양의 날에 맞서 2011년부터 5월 11일을 ‘싱글 맘의 날’로 정하고 행사를 개최하였다. 2010년 설립된 미스맘마미아(한국미혼모가족협회: KUMFA)는 미혼모를 위한 인터넷카페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양육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호적제가 폐지되고 2012년 8월부터 고아입양특례법이 발효됐다. 정부가 낮은 출생(산)율을 걱정하기 전에 비(미)혼모, 한부모, 조손부모 가정이 아이를 온전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고통스런 이산을 막는 것, 절절한 아픔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202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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