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의료연대 서울지부의 이중적 얼굴을 보며
함계남(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해고자)
등록일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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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020년 정규직전환 투쟁당시 함계남국장

 

7월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의료원은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의료연대 서울지부 소속 조합원인 A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 반복적인 질책과 인력 부족 속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진상 규명과 가해자 배제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명분은 훌륭했다.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은 옳다. 이번 사안에서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A 간호사를 대변하는 '노조'이고, 서울의료원이 '사용자'다. 그 구도 안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발언이다.

 

그런데 나는 이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사지가 떨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서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노조'지만, 나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병원 노동자가 아니다. 2019년 4월, 의료연대 서울지부와 그 상급조직인 공공운수노조에 직접 채용된 상근활동가(조직국장)였다. 즉 나를 고용한 사용자는 다름 아닌 의료연대 서울지부와 공공운수노조 자신이다.

 

그 조직에서 나는 연간 400시간에서 많게는 72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했다.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정규직 전환 투쟁의 최전선에서 일한 결과, 좌측 족부염좌, 우측 아킬레스힘줄염,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까지 3종류의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그 산재를 신청하자 문제가 됐다. 휴직을 요구하자 문제가 됐다. 상집운영위 회의 석상에서 한 부장은 공개적으로 "노동조합을 사측으로 산재 신청한 저런 사람과 같이 일 못 하겠다"고 몰아세웠다. 사용자인 노조 스스로가, 노조를 상대로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나를 낙인찍은 것이다. 이것이 오늘 서울의료원 A 간호사가 겪었다는 것과 정확히 같은 패턴의 '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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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태움 기자회견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사진=연합뉴스)

 

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그리고 산재 종료 한 달 뒤인 2024년 11월, 사용자인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나를 해고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오늘로 해고 611일째다.

 

공공운수노조 사무처 국장이었던 배우자에 대한 보복은 의료연대 서울지부 소속 서울대병원 간부들의 징계 요청으로 시작됐다. 당시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간호사였다. 나를 살렸다는 이유로, 사용자인 공공운수노조로부터 4개월 정직, 이후 집행부 교체 뒤 다시 6개월 무급정직과 또 한 번의 6개월 무급정직, 총 16개월의 무급정직 처분을 받았다. 명분은 매번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 생계를 끊어놓는 것.

 

가해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나에 대한 괴롭힘의 가해자 중 한 사람은 현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되어 있다. "서울지부를 그만두라"고 증언했던 동료는 조직을 떠났다가 내가 해고된 뒤 돌아와, 지금은 오히려 나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조직이, 병원이라는 사용자를 상대로는 노동자 편에 서서 "가해자를 현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자신이 사용자인 관계에서는, 산재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 배우자를 16개월 무급정직으로 짓밟으면서도, 6년째 진상 규명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이게 위선이 아니면 무엇인가.
노동조합은 '노조'의 자격으로 사용자를 향해 "당신들의 태움을 멈추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용자'이기도 한 순간에는, 그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지금 의료연대 서울지부가 하고 있는 것은 정의의 언어를 빌려, 자신이 사용자로서 저지른 일을 가리고 있다. 아니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의 힘으로 나의 입을 막아 죽이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묻고 싶다.
당신들이 규탄하는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나는 구조', 그거 지금 당신들이 사용자로 있는 조직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아닌가.
당신들이 요구하는 '진상 규명과 가해자 배제', 그거 사용자인 당신들 자신에게도 적용해 줄 수 있는가.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노동조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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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운 날씨에 서울대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함계남국장 (2023.12.20)

 

죽지 않고 살아서 6년째 싸우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계속 외면당해야 하는가.
죽지 않고 살아서 6년째 싸우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계속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적어도 노동조합이라는 명함을 내밀고 싶거든,

당신들이 사용자에게 요구했던 그것에 대해 이제는 정확히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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