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렬(전 주앙골라 대사)
등록일 : 2026.09.08
2007년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 지은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서울 하얏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결과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png.jpg
2007년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 지은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서울 하얏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결과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미국에게 한국쯤이야 멋대로 해도 되는 나라다. 실화다. 2007년 3월 30일 서울 하이아트 호텔에서 한미 FTA 마지막 협상이 이루어지던 시점에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이다. 주미 한국대사는 존 맥코믹 대통령 경제 부보좌관과의 면담을 위해 백악관 서관에 도착하지만, 대통령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한국의 정부 부처 국장급:주)  데니스 와일더 사무실로 안내된다. 와일더 방의 벽면에는 인민군 복장에 카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있는 김일성 첫 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둘의 대화다.

 

   ☆ 대사: 이제 48시간 안에 한미 FTA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양측이 아주 근접해 있소이다.
   ★ 와일더: 두 가지 얘기를 하겠소. 먼저, 그렇소, 우리는 아주 근접해 있소. 둘째, 그러나 한국 농림장관은 우리가 필요한 게 뭔지 이해하는 것 같지 않소이다. 우린 아직 아무것도 이룰 수 없소. 쌀은 포함되어야 하오. 우린 큰 거가 아니라 아주 작은 것을 요구하고 있소.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야 우리가 의회를 설득할 수 있소. 포트먼 전 무역대표 얘기가 처음부터 쌀을 포함해서 FTA를 하기로 했다는 얘기요.


   ☆ 한국에서 쌀은 초민감 품목이요.
   ★ 그렇다면 거래는 없는 거고 앞으로 어떤 거래도 안 될 거요. 노 FTA! 한국은 지난 2년간 초민감이라는 얘기만 하고 있는데 우린 이제 신물이 나! (언성을 높이면서) 한국이 미국에 연간 70만대 자동차를 팔면서 우리는 고작 4천대를 수출하는 상황인데, (더 언성을 높이고 대사한테 손가락질을 하면서) 어디다 대고 감히, 아니 도대체 엇다대고 감히, 그런 소리야? 우린 당신들을 전쟁에서 구해주었어. 말도 안 되잖아. 미국은 이거 안 할 거요. 이제 48시간 안에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두 노딜이야! (다소 목소리를 낮추면서) 어제 나온 하원 민주당 지도부의 자동차 서한을 보면, 의회가 얼마나 자동차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소.


   ☆ 한국에서 쌀 등 농업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농림장관도 어려운 입장이요.
   ★ (대사한테 삿대질하면서 큰 소리로) 그럼 그 자를 잘라야지!
   ☆ (약간 표정이 굳어지면서) 너무 나가시는구려.
   ★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한국은 말이야 소고기 문제도 장난질하고 있어. 당신도 여기서 미국 소고기 먹지 않소? (다시 대사 얼굴에 정면으로 손가락을 들이대며) 근데 어디 병든 데 있소?
   ☆ (침착한 어조로) 다시 말하지만, 당신 좀 너무 나가고 있소.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등지며 돌아서면서) 그럼 이만 가시오!
   ☆ 잠시 앉아 보시오.
   ★ (다시 자리로 돌아와 착석)


   ☆ 손가락질 하지 마시오! 이런 면담은 34년 외교관 생활을 통해 처음 있는 일이요.
   ★ (웃기지도 않는다는 식의 야비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그게 문제지!(한국인들은 이런 얘기를 종종 들어야 한다는 의미) 쇠고기 문제하고 관련해서 정상간 통화할 때 노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에 대해 미국은 인상을 못 받았어. 구체적인 일자에 대한 언급도 없이,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로는 우리가 수용할 수도 없고.


   ☆ 노대통령의 언급은 비록 구체일자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최상의 약속이요. 노대통령은 개인적인 성격상 한다면 하는 분이며, 5월중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6월중으로 수입위생 조건을 만들고, 그 후 국내절차를 진행해서 최단시간 안에 수입재개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요.
   ★ (시비조의 억양으로) 우리가 듣기에 노대통령은 그런 말을 안했고, 그냥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말했는데, 그런 정도로는 쇠고기 업자라든가 의회가 수용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해.


   ☆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아마도 9월경이면 수입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오.
   ★ (큰 소리로) “아마도”라니 턱도 없지. 아니 쌀도 안 되고, 쇠고기도 안 되고, 자동차도 안 되는 FTA를 미국에서 누가 찬성하겠는지 생각해 봐.


   ☆ 자동차에 관한 미국의 제안은 불공평한 것이요. 우리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도록 요구하면서, 미측은 승용차 관세를 3년에 걸쳐 철폐하고 트럭관세는 10년간 유지한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요.
   ★ (언성을 높이며) 아니 4천대 수입하고 70만대 팔면서 무슨 불공평을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한국이 수용하더라도 늘어보았자 얼마나 수출량이 늘어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고, 이러면서 한국이 지금 시장개방 한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시 되는구먼.


   ☆ 미국이 수출을 못 하는 데는 미국의 문제도 있소.
   ★ (말을 자르면서) 아니 외국차 점유율이 4%인 나라가 무슨 FTA야?


   ☆ 미국은 자동차 무역적자에 관한 한 일본, 캐나다 등 국가들과의 적자가 한국 보다 훨씬 크오.
   ★ (다시 말을 자르면서 고성으로) 지금 서울 농업협상에 커트 통이 앉아 있는데, 매일 나한테 전화해서 하는 얘기가 오렌지 등 농산물에 대해 한국 농림장관이 꿈쩍도 안 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여기 의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어.
   ★ (대사가 말을 하려는 것을 자르고, 손가락질과 함께 고함을 치면서) 이제 한국은 영영 중국의 손아귀에서 살아가게 될 거야. 잘 해 보소! (벽에 걸린 북한 여성 투사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우리가 너희들 구해주지 않았으면 지금 저 여자 후손들이 다 되었을 거고.


   ☆ 지나치구먼!
   ★ (대사 말을 자르며 여전히 고성으로) 한국은 친구가 누구인지 몰라. 문제는 노 정권이야. 미국이 세계에서 전쟁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라고 말하는 외교 장관이 있는 정부가 문제야!


   ☆ (차분히) 그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당신도 이해가 된 사항이 아니요?
   ★ (다소 누그러진 어조로) 다시 FTA로 돌아가서, 우리는 투자, 농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쌀이 안 들어가면 FTA는 안 된다는 입장이요.


   ☆ 쌀에 대해서는 미 의회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생각하오.
   ★ (비웃음을 지으며) 당신 제정신이 아닌데다 자기망상이 심하구먼! 미 의회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야!
   ★ (대사의 말을 가로 막으며) 오렌지, 쌀, 투자, 쇠고기 관련 미국입장을 수용 못하면 FTA는 될 수 없어.


   ☆ 쇠고기는 되게 되어 있소. 대통령이 약속했소. 국제수역사무국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대로 수입위생 조건에 합의하고, 국내절차를 거쳐 최단시간 안에 수입을 하겠다는 것인데, 아마도 9월경 늦어도 연말 안에 수입이 될 것이요.
   ★ (언성을 높이며) 턱도 없지. “아마도”는 안 돼. 노대통령은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노력 하겠다”와 “하겠다”는 전혀 다르오. 부시 대통령은 감흥을 못 받았소.


   ☆ “아마도”는 빼겠소. 노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오. 이미 뼈 없는 쇠고기는 수입재개가 되어 있고, 뼈있는 쇠고기는 5월말 국제수역사무국 위생지침이 나오는 대로 양국간 새로 협상을 해서 6월말 이전에 합의를 만들고, 이후 최단시간 내에 국내절차를 진행해서 수입을 하게 될 것이요. 수개월 상관일 뿐이요.
   ★ (계속 비웃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의회 표결을 염두에 두어야지.


   ☆ FTA가 6월말에 서명되면 가을경 의회표결에 들어갈 텐데, 그 이전에 수입절차가 확정되어 있을 것이요. 나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 개월간 노력해 왔소. 동건 그러나 서면보장은 불가하며, 나는 대통령 성명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된다고 생각하오. 그 다음 자동차인데, 승용차의 경우 우리는 즉시 철폐하고, 미국은 3년에 철폐하고, 25% 관세의 트럭은 10년 이상 관세를 유지한다는 제안은 불공평하오. 그리고 한국내 수입차 비중이 4%라는 것은 수량기준으로는 그렇지만 가격기준으로 보면 ...
   ★ (갑자기 말을 중단시키고 오랫동안 억지로 참고 들었다는 표정으로 비웃음을 지으면서) 여보시오. 그만 작작 하시오. 그런 소리 마시지. 1960년대 일인당 소득 100불이었던 한국이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 미국이 구해 주었어. 그렇다면 이제 좀 (세 손가락을 모은 손을 들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요렇게 조금이나마, 우리한테 감사해 해야지 않소? (소리치면서) 아니 한국이 감히 어떻게 미국을 적처럼 대하면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 (차분하게) 왜 내가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고, 당신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소.
   ★ (낄낄거리는 웃음으로) 아니 맥코믹이 당신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나한테 보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군. 이제 떠나시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간단하다. 맥코믹과 와일더가 사전에 담합해서 일을 꾸민 것이다. 협상에서 그토록 일방적으로 뜯어먹으면서도 더 먹지 못해 불만이었던 자들이 한국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불만과 울분을 표출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자기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국이란 기껏해야 식민지 이상은 아니라는 그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고 고스란히 발설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식민지에 무슨 외교적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와일더가 말한다. “아니 한국이 감히 어떻게 미국을 적처럼 대하면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와일더의 말은 “어디라고 한국이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덤비느냐?”라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이 한국을 구해 주었으니 잔 말 말고 대들지 말라는 말이다. 이런 언사들은 와일더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정권에 상관없이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의 틀이다.

 

한국은 미국에 맞장 떠서는 안 된다. 미국 아니었으면 망했을 것이 뻔하니까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죄진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협상 같은 거 하는 거 아니다. 미국이 주면 주는 대로,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챙길 일이다. 호르무즈에 가라면 고분고분 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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