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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판적 매체 '언허드(Unherd)'에 실린 토마스 파지의 최근 칼럼이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해 주목받고 있다. 파지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대러시아 강경노선이 EU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ㅡ 폰 데어 라이엔의 위태로운 리더십
파지는 지난 7월 10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불신임 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그 결과는 그녀의 점점 더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에 대한 당파를 초월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불신임 투표에서 폰 데어 라이엔은 360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2024년 재선 당시보다 40명이나 적은 수치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을 포함한 우파 성향의 ECR 그룹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이전에 폰 데어 라이엔의 주요 제안들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기권했다.
"이번 불신임안은 우파 포퓰리스트들만의 주도가 아니었다"고 파지는 강조한다. "좌파 그룹 소속 일부 의원들과,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무소속 좌파 포퓰리스트 의원들도 이 안을 지지했다."
ㅡ 칼라스의 강경 대러시아 노선 비판
파지가 특히 비판의 화살을 겨눈 대상은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다. 에스토니아(인구 140만 명) 전 총리 출신인 칼라스는 2024년 12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임명된 이후 "EU의 무능, 무관함, 그리고 노골적인 어리석음을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파지는 혹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외교정책 중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이 시점에서, 칼라스보다 그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파지는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칼라스는 "러시아에 대해 병적이라 할 만큼의 적개심"을 보이고 있으며, 부임 첫날 키이우를 방문해 "EU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길 원한다"고 트윗해 브뤼셀에서 당혹감을 자아냈다.
파지는 칼라스가 러시아를 여러 개의 '소국가'로 분할하자는 발언을 했고,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1991년 국경 완전 복원을 끊임없이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협상의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ㅡ "단일 이슈 대표"의 위험성
칼라스는 "러시아와의 단절만을 고집하는 단일 이슈 대표"라고 파지는 묘사한다. 그녀의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같은 반EU·반나토 성향 정부뿐 아니라, 나토의 우크라이나 정책에는 대체로 동조하지만 러시아를 EU의 당면 위협으로 보지 않는 스페인·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까지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원래 EU 회원국들의 합의된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지, 초국가적 외교 정책을 자의적으로 펼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파지는 강조한다. "그러나 칼라스는 이 직위를 전혀 다르게 해석해 마치 자신이 모든 유럽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이는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에서 드러나는 권위주의적 흐름의 한 축이기도 하다."
ㅡ 민주적 정당성 부재와 이중잣대
파지는 칼라스가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말하면서도, 현재의 직위에 대해 어떠한 민주적 정당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선출된 바 없으며, 그녀의 정당인 에스토니아 개혁당은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7만 표도 얻지 못했다. 이는 유럽 전체 인구의 0.02%에 불과하다."
또한 파지는 칼라스의 외교적 이중잣대를 비판한다. "칼라스는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에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전쟁범죄(기아, 고문, 무차별 공격, 아파르트헤이트)를 무시하거나 옹호했다. 그녀는 그린란드 병합을 위협한 미국이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에도 침묵하거나 지지를 표했다."
ㅡ 위선 논란과 외교적 실수
파지는 칼라스의 개인적 위선도 지적한다. 2023년, 칼라스가 에스토니아 총리로 재임 중이던 시절, 남편의 운송회사가 러시아 침공 이후에도 여전히 러시아와 거래를 이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에스토니아 주요 신문 3곳이 그녀의 사임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또한 최근 아일랜드의 중립성에 대해 "대규모 강제 이주나 문화·언어 탄압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아일랜드 국민을 크게 분노케 했다고 파지는 전한다. 이는 영국 식민 지배와 북아일랜드 분쟁이라는 아일랜드의 역사에 무지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칼라스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파지는 지적한다. 최근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의 회담에서, 칼라스는 중국이 러시아를 규탄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에 왕이는 중국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적 없으며, 러시아가 패배하면 다음은 중국이 서방의 타깃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ㅡ "문제는 시스템 그 자체"
파지는 EU의 문제가 단지 칼라스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짜 문제는 칼라스가 아니라, 그녀 같은 인물이 EU 최고 외교 책임자가 될 수 있게 만든 시스템 그 자체다. 이 시스템은 가장 큰 소리를 지르는 매파들을 보상하고, 민주주의를 경시하며, 외교적 수완보다 SNS용 발언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파지는 "유럽이 이 길을 계속 간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잃는 것을 넘어 서구 전체의 '악화된 자들이 지배하는 체제(kakistocracy)'의 상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자 토마스 파지는 '언허드'의 칼럼니스트이자 번역가로, 최근 저서로는 토비 그린과 공저한 『코로나 컨센서스』가 있다. 그는 자신을 "남편, 아버지, 저널리스트, 작가, 사회주의자"로 소개하며, '언허드'와 '콤팩트(Compact)' 매체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영국 비판적 매체 '언허드'에 실린 토마스 파지의 2025년 7월 11일자 칼럼을 소개한 것으로, 칼럼의 내용이 본지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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