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싱제/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6.01.04

패권 재건.png

 

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80년간 지속된 "장기 평화"가 종말을 맞이할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가?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과 미국 합참의장 전 부의장 제임스 위니필드 주니어는 얼마 전 미국 《포린 어페어스》 격월간지 웹사이트에 공동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장 긴 평화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지난 80년이 로마 제국 이래 강대국 간 전쟁이 발생하지 않은 가장 긴 기간이라고 언급하면서, 동시에 헨리 키신저가 생전에 강대국 간 평화가 한 세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고 경고했음을 인용했다.

 

근현대 국제관계사, 특히 20세기 이후의 국제관계사에서 볼 때, 전후 80년간의 전반적인 평화는 확실히 특별한 것이었으며, 적어도 냉전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평화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날 키신저와 앨리슨과 같은 이들의 세계평화의 취약성에 대한 경고는 기우로 볼 수 없으며,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전후 세계평화의 기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전후 "장기 평화"가 종말을 맞이할 수 있는 원인에 대해, 앨리슨과 위니필드는 다섯 가지 두드러진 요소를 제시했다. 그중 두 가지는 미국의 국내 정치와 외교 현황과 직접 관련이 있다. 하나는 미국 국내 정치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으며, 특히 글로벌 질서를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군사적으로 과도하게 확장되어 있다는 점으로, 21세기 초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연이어 두 차례의 전쟁을 일으킨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다른 두 가지 요소는 강대국 간 힘의 균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국의 시각에서 "경쟁자"들이 전후, 특히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절대적 우위 지위에 일정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수렴 현상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적 우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세계 다극화 추세 속에서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제약하거나 통제하는 능력이 감소했다. 

 

또 한 가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역사적 건망증으로, 강대국 간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 점차 사라지고, 오랫동안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잔혹한 전쟁을 방지하는 복잡성과 어려움에 대한 민감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위의 다섯 가지 요소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모두 미국 패권의 쇠퇴와 관련이 있다. 문제는 제기되었고,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두 저자는 "세계가 경험한 전례 없는 강대국 간 전쟁 없는 특별한 상황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미국이 다시 한번 유사한 전략적 상상력과 국가적 결의를 발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재활성화해야만 "가장 긴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냉전사 학자 존 개디스는 1987년 출판된 《장기 평화》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즉,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체제가 세심하게 설계된 1차 세계대전 평화협정보다 두 배나 오래 지속되었으며, 그 지속성은 기본적으로 메테르니히와 비스마르크의 19세기 국제체제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 체제와 다른 점은, 당시 40년 이상 지속된 후에도 붕괴의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개디스는 주로 미소 진영 대립 상황에서 "장기 평화"를 유지하는 요소들을 요약했다. 상대방의 세력 범위 존중; 직접적인 군사 대립 회피; 핵무기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 예측 불가능한 합리성보다는 "예측 가능한 광기"를 선호하는 등이다. 당시에는 미소 간의 ‘냉전’이 강대국 간 직접적인 열전을 방지하는 주요 메커니즘이 되었다.

 

지금, 냉전 종식 30년 이상이 지난 후에도, 세계의 전반적인 평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당시 개디스와 같은 전략 전문가들이 예상한 시간보다 더 길다. 새로운 역사적 시점에서, 우리는 냉전 시기를 포함하여 이미 80년간 지속된 "장기 평화"를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핵무기와 그 억제 효과가 강대국 간 전쟁을 차단하는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가 되었다. 핵무기가 발명된 후, 단 3일 만에 두 번 사용되었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사용된 적이 없다. "절대 무기"로서, 핵무기는 이미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 핵무기 출현 이후, 강대국 간 전쟁 발발은 점점 더 양측뿐만 아니라 세계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평화는 어느 정도 "핵무기 평화", 즉 핵보유국 간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것이다. 2022년 초, 다섯 개의 핵 강대국은 《핵전쟁 방지 및 군비 경쟁 회피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핵전쟁은 이길 수도 없고 치를 수도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강대국 평화 또는 "대규모 전쟁 없는 세계평화"의 기초이다.

 

둘째, 2차 세계대전은 제국 시대를 종결시켰고, 주권국가가 세계 정치 무대의 행위 주체가 되었으며, 그 수는 50여 개에서 거의 200개로 증가했다. 동시에, 주권국가 간 관계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냉전 기간, 미소는 각자 동맹체제를 구축했지만, 두 진영 외에도 광범위한 "중간 지대"가 있었다. 주권국가 수의 증가는 패권국의 주도적 능력 감소를 의미하는데, 이는 집단행동의 딜레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각 국가는 자신만의 선택 공간을 가지고 있어, 1차 세계대전 이전과 같은 경직된 동맹체제가 형성되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발발 후, 미국과 유럽은 한때 다른 국가들을 통합하여 연합을 형성하려 했지만,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글로벌 차원의 중대한 안보 사건으로 발전하지 않고, 여전히 지역화되거나 국지적인 양상을 보였다. 집단행동의 딜레마는 지역적 위기가 세계적 대전으로 확대되는 메커니즘을 차단했으며, 특히 강대국 정치가 점점 더 지역화되고, 미국이 "서반구 우선"을 내세우면서 다른 지역에서의 동맹 의무를 이양하거나 이전하여 "동맹 연루"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

 

셋째, 냉전 기간 두 개의 상호 평행한 시장체제가 형성되었지만, 냉전 이후 경제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면서 시장경제 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었고, 국제 분업 협력에 기반한 시장체제가 그에 따라 계속 강화되었다. 신흥 시장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집단적 부상을 이루어 경제 세계화에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었다. 광범위한 글로벌 남방 국가들은 보편적으로 산업화와 현대화 실현이라는 긴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국제 분업 체제에 융합되어야만 거대한 발전 공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환경이 필요하며, 이는 "평화와 발전이 오늘날 시대의 주제"라는 전략적 논단이 광범위한 공감을 얻게 된 이유이다.

 

넷째, 기술과 산업의 가속화된 변화는 국가, 기업, 개인 간 상호작용의 능력과 수요를 크게 향상시켰으며, 세계 상호연결 네트워크는 더욱 촘촘해져 평등한 협력에 대한 인식과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추세는 전통적인 강대국 정치의 내재적 논리를 변화시켰다. 협력과 상생 네트워크의 구축과 유지는 강대국의 종합적 힘과 영향력의 중요한 표현이 되었으며, 국가 간 관계는 요소적 의존에서 과정적 상호의존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중미 관계의 중요한 표현 중 하나는 공급망 측면에서의 긴밀한 연계이다.

 

다섯째, 소셜 미디어는 즉각적인 정보 영역을 창조했으며, 일시적으로 조화로운 윤리 규범을 형성하기는 어렵지만, 도덕적 윤리가 그 안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평화, 번영, 공정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 열망은 분쟁이나 전쟁에 대한 소프트한 제약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 군사적 분쟁이나 대규모 전쟁을 모순과 차이를 해결하는 수단이나 국가 통치 전략으로 삼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 비판을 받는 행위이다. 냉전 기간, 미소 양국은 "민심을 얻기 위한" 많은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초강대국조차도 체면과 명예에 신경을 써야 함을 보여준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전략적 수축의 징후를 보이는 것은 확실히 국제 질서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여기에는 국제 공공재 제공 능력과 의지의 추가적인 하락이 포함된다. 이런 점에서, 앨리슨과 같은 이들의 "장기 평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그러나 패권의 낡은 서류 더미로 돌아가 현재의 "장기 평화"를 유지하는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아마도 남쪽으로 가려고 하면서 북쪽으로 향하는 수레와 같은 헛된 추구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평화에 대한 주요 위협은 이미 변화한 세계와 여전히 경직된 세계관 사이의 모순에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 학자 존 개디스는 역사는 그 미래 방향을 예측하려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세계가 전반적으로 지속적인 평화를 유지하려면, 평화의 기둥을 유지하고 강화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관리하고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png

 

국제 안보 체제는 강대국 간 조정과 합의에 의존하며, 강대국 관계는 국제정치의 "기둥과 들보"를 구성한다. 글로벌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대외 전략 조정은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전략계의 일부 인사들은 "세력 범위" 이론을 다시 언급하며, 강대국이 "세력 범위"를 재건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은 세계화 시대의 국제정치 구도와 명백히 융합되기 어렵다. 현재, 미국은 여전히 냉전 시대에 남겨진 동맹체제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동맹체제는 방대하고 무거워서, 관련 조정과 전환 자체가 이미 국제 질서와 세계 평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발전과 평등한 상호 이익은 세계평화의 물질적 기초이다. 경제 세계화는 전례 없는 부를 창출했지만, 분배 단계에서 충분히 공정하고 효과적이지 못했으며, 이는 서로 다른 국가 간, 그리고 일부 국가 내부의 빈부격차를 특징으로 하는 이중 "중심-주변부" 구조를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질서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하고, 국가 내부 거버넌스 차원에서 분배 등의 단계가 더욱 합리적이 되도록 추진해야 하며, 이민 제한이나 관세 부과와 같은 수단에 단순하게 의존하는 것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인류의 생존 상태를 재구성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모두 인류가 제2차 산업혁명이 방출한 거대한 에너지를 인식하고 통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현재 인공지능, 신에너지 개발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사회 각 층의 전환과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로 과거 산업화 시대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이 새로운 힘을 통제할 수 있을까? 키신저는 사망하기 전까지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매우 우려했다. 결국, 국제관계사에서 볼 때, 유럽의 30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20세기의 두 차례 세계대전은 모두 파괴적 기술이 인류 사회에 미친 충격과 관련이 있다.

 

백년 대변혁이 가속화되는 큰 배경 속에서 사고의 속박을 깨고,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를 깊이 인식하고 파악하며, 안보, 발전, 문명 등의 측면에서 난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만 세계평화를 공고히 할 수 있다. 패권으로의 회귀나 추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배에 새긴 칼로 배를 찾는 것(刻舟求劍)’과 같은 헛된 행동이다. (저자는 중산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교수)

 

출처: 환구시보 , 2025-12/30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PkJ3Up93rC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핫이슈 Q&A|미국이 마두로를 강제 납치한 이유는?

2026.01.05

패권 재건은 결코 "장기 평화" 지속의 해답이 아니다

2026.01.04

미국, 베네수엘라 군사 타격으로 마두로 대통령 체포... 中 등 국제사회 강력 규탄

2026.01.04

디지털 위안화의 주요 조정, 개인과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6.01.03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2026.01.02

알제리 의회, 프랑스 식민지배는 '범죄'...사과·배상 요구 법안 통과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5.12.31(685)]

2025.12.31

가자 정착촌, 아랍-이스라엘 공존 난제 해결 어려워

2025.12.30

 "라이칭더 탄핵" 제안 통과, 민의를 거스를 수 없음을 증명하다

2025.12.30

5억명 관광객! 빙설 소비 열기 속 점차 완성되어 가는 ' 동계 산업체인'

2025.12.27

EU의 '내연기관차 금지령' 완화, 의미하는 바는?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