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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Lim Myungmuk) 작가가 2026년 1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이란 민주화와 팔레스타인 연대는 양립 가능한가?>라는 글은 중동 정세를 바라보는 한국 시민사회의 '희망 섞인 관성'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사회운동가 전지윤 씨의 기고문*에 대한 비판적 서평 형식을 띠고 있으며, 이란의 내부 민주화 요구와 대외적인 반제국주의 노선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전지윤, “이란 민중에 필요한 것은 제국의 폭격이 아니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756
임명묵 작가는 한국 좌파 담론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 즉 '좋은 가치들을 무분별하게 병렬하는 습관'을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팔레스타인 연대와 반제국주의, 그리고 이란 민중의 민주화라는 세 가지 가치는 각각 떼어놓고 보면 모두 숭고해 보이지만, 실제 중동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는 서로를 부정하는 모순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 필자의 핵심 진단이다. 그는 "좋아 보이는 것을 모두 외친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현장의 복잡성을 거세한 채 '예쁜 동화'만을 소비하려는 태도를 비판한다.
1. 이란의 반제국주의는 '명분'인가 '실체'인가?
글의 전반부에서 필자는 이란의 반제국주의가 단순히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 국가 정체성으로서의 이념
필자가 보기에 이란의 보수파들은 반제국주의 이념에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이들은 서구 중심의 질서에 저항하기 위해 민중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고난의 행군'조차 감수할 만큼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창설하고, 아프리카에 비자본주의 개발 모델을 수출하려 했던 행보들은 이념이 단순한 통치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 그 자체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 방어적 패권과 안보 딜레마
또한, 이란이 지역 패권을 추구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필자는 '방어적 전진'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며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을 때, 이란 지도부가 느낀 공포는 실존적인 것이었다. 결국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후티 반군과 손을 잡은 것은, 공격적인 팽창이라기보다는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전진 방어 기지를 구축하려 했던 안보 딜레마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2. ‘민주화된’ 이란이 팔레스타인을 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
글의 가장 핵심적인 통찰은 이란 내부의 민주화 열망과 팔레스타인 연대 사이의 '피할 수 없는 결별'을 예견하는 대목에서 나온다.
현재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가 외치는 핵심 구호인 "가자도, 레바논도 아닌 오직 이란만을 위하라!"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란의 청년층과 자유주의 세력은 국가의 부가 팔레스타인이나 레바논의 무장투쟁에 쏟아붓느라 정작 자신들의 삶이 파탄 난 것에 분노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무너지고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 정권은 민심을 받들어 가장 먼저 팔레스타인 지원을 끊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선택할 것이다. 이는 이란 민중에게는 해방일지 모르나,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에는 가장 강력한 물적·군사적 후원자를 잃는 재앙이 된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면 팔레스타인과 더 강력히 연대할 것"이라는 서구 좌파들의 기대를 "현실을 전혀 모르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3. 실질적 힘의 실체: 미사일과 연대 사이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중의 연대'가 실제 전장에서 어떤 물리적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임명묵 작가는 매우 차갑고도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는다. 그는 가자 지구의 참혹한 학살을 멈추게 하는 것은 도덕적 비난이나 국경을 넘는 시민들의 마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심장을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총칼과 미사일'뿐이라고 단언한다.
이 대목에서 필자가 강조하는 실질적 억제력의 세 가지 기둥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북쪽에서 끝없는 게릴라전으로 이스라엘군을 괴롭히는 헤즈볼라의 존재이다. 비록 이들이 최근 약체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전면적으로 투입하기 주저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위협임은 분명하다.
둘째는 홍해의 입구를 틀어쥐고 이스라엘의 에일라트 항구와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물류망을 마비시키는 후티 반군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류비 폭등'이라는 경제적 타격은 그 어떤 외교적 수사보다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텔아비브와 하이파에 언제든 미사일을 쏟아부을 수 있음을 증명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이다. 필자는 가자 지구의 아이들이 밤하늘을 가르는 이란의 미사일을 보며 '우리를 구하러 온 천사'라며 환호했던 일화를 언급하면서, 현장의 민중들에게 절실한 것은 추상적인 연대가 아닌 '나를 대신해 싸워줄 물리적 힘'임을 강조한다.
임명묵 작가는 한국의 활동가들이 흔히 말하는 '아랍 민중의 연대'가 실제로는 아무런 힘이 없다고 비판한다. 이미 독립 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기 다른 국가 정체성을 형성한 아랍 국가들에게 '범아랍적 연대'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필자는 우리에게 '호람샤흐르(Khorramshahr) 미사일'을 공부하라고 권고한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파괴적인 무기 체계야말로, 도덕적 당위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진실을 대면하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생존을 지탱하는 이 거친 물리적 힘들이 사실은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는 이란의 신정 독재 체제와 그들의 '저항의 축' 네트워크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이상주의적 연대론이 마주해야 할 가장 뼈아픈 지점이다.
4. 결론: '비극적 선택'을 대면하는 용기
이 글의 결론은 명확하고도 뼈아프다. 세상에 "싸고 질 좋은 물건은 없다"는 것이다.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이란의 독재 체제가 무너지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 체제가 유지해 온 팔레스타인 지원 네트워크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논리적 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결국 필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란 민중의 자유를 위해 팔레스타인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사라지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아니면 팔레스타인의 생존을 위해 이란의 억압적인 신정 체제를 묵인할 것인가? 임명묵 작가는 시민 저항이라는 예쁜 수사 뒤에 숨지 말고, 북한의 기술력에서 이어진 이란의 '호람샤흐르 미사일'이 중동의 평화를 유지하는 역설적인 무게감을 공부하라고 권고한다. 이는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국제 정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의 실체를 파악하라는 냉철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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