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통합.jpg

 

지난 9월 1일, 10여 년간 서울역과 수서역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KTX와 SRT가 하나로 합쳐졌다. 즉 SRT가 KTX에 흡수 통합되었다. 같은 달 23일에는 코레일의 5개 자회사가 3개로 재편되는 법인 통합이 단행됐다. 정부는 10월 2일 서울역에서 '철도 통합 기념행사'를 열고 그간의 성과를 발표한다. 승객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의 그늘에는 통합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ㅡ 두 개의 '통합', 전혀 다른 풍경


이번에 추진된 통합은 사실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층위로 나뉜다.

 

첫째는 KTX와 SRT의 운영 통합이다. 2004년 KTX 개통 이후 2016년 SRT가 등장하면서 한국 고속철도는 '서울역 중심 KTX'와 '수서역 중심 SRT'로 이원화됐다. 정부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좌석 부족과 예매 불편을 초래한다고 보고 통합을 추진했다. 지난 9월 1일부터 두 시스템이 하나로 운영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통합 후 9월 1~27일 고속철도 일평균 이용객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한 약 3만 4,000명 늘었다. 특히 예매난이 심했던 수서역은 공급 좌석이 약 30%(1만 6,000석) 확대되고 운행 횟수도 10회 늘면서 이용률이 4%포인트 낮아졌다. 여기서 ‘이용률’은 공급 좌석 대비 실제 이용객 비율(즉, 좌석이 얼마나 꽉 찼는지)을 뜻한다. 수서역에 공급 좌석이 30% 늘어난 반면, 실제 이용객은 27.8%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좌석 대비 승객 비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운임도 약 10% 인하되면서 9월 한 달간 국민 교통비가 약 228억 원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승객 입장에서는 표 구하기가 쉬워지고 가격도 내려간 셈이다.

 

둘째는 코레일 자회사의 법인 통합이다. 정부는 지난 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코레일의 5개 자회사(코레일유통,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로지스, 코레일테크)를 고객서비스, 유통·물류, 유지관리 등 3개 전문회사로 재편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이 합쳐져 10월 1일 '코레일관광네트웍스'가 공식 출범했다. 역무·주차 서비스와 철도관광·승무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 접점을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ㅡ 통합의 그늘: 20년 일해도 신입과 같은 기본급


문제는 여기에 있다. 통합의 대상이 된 자회사 노동자들, 특히 역무원·승무원·상담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는 통합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에는 기본급 인건비로 1인당 245만 원이 지급되는데, 코레일네트웍스에는 202만 원만 지급된다"며 "정규직 식대는 한 달 20만 원인데 비정규직은 14만 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을 받는 구조다.

 

이러한 격차는 2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1월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 소속 20년 차 역무원은 기본급 371만 원에 각종 수당을 더해 월 414만 원을 받는 반면,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20년 차 역무원은 기본급 202만 원에 수당을 더해 217만 원을 받았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연차와 무관하게 기본급이 동일한 구조여서, 20년을 일해도 신입과 같은 기본급을 받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기본급을 216만 원으로, 식대를 20만 원으로 올리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의 총인건비 상한 지침(4%)을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굴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장의 변화는 없었다.

 

ㅡ "통합이 아니라 차별의 재편"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10월 2일 '자회사 통합 기념행사'를 연다는 소식에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3시 30분부터 KTX서울역 맞이방 3층에서 규탄 및 항의 행동을 진행한다.

 

지부는 성명에서 "수십 년간 시민의 발, 철도의 운영을 떠받쳐 온 자회사 노동자들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한 채, '자회사 간 통합으로 덩치 큰 용역회사'를 만들어 놓고 자축 행사를 연다"고 비판했다. 이어 "20년이 넘게 착취당해 온 역무원, 주차관리원, 상담사, 승무원 그 누구의 삶도 바꾸지 못한 상태로 '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덩치 큰 용역회사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4조 2교대 전환, 근속급 도입,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직급체계 일원화, 명절 상여금 지급 등이다. 이들은 자회사 간 수평적 통합이 아니라 원청인 코레일과의 직접 통합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노동자들이 고속철도 통합(KTX-SRT)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1일 통합 기념행사 당시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어떤 항의 행동도 하지 않았다. 고속철도 통합은 자회사 노동자들도 동의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법인 통합의 방식과 그 이후에도 방치된 차별 구조다.

 

정부와 코레일은 "통합 이후에도 노사정협의체를 계속 운영하여 자회사 직원의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협의체가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본다. 오는 10월 2일, 서울역에서는 정부의 자축 행사와 노동자들의 규탄 행동이 동시에 열린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통합'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2026 노동운동 희망찾기 대토론회: 자본 폭주·대전환 격변기, 민주노총의 혁신과 재구성을 향한 격론

2026.10.03

[해설] KTX·SRT 통합 한 달… 승객은 늘었지만, 역무원의 삶은 그대로

2026.10.02

코레일네트웍스지부, 통합 기념행사 규탄…"통합 아닌 용역회사 덩치만 키워“

2026.10.02

금속노조 "한화오션 불법 운운 말라"…고공농성 전면 엄호 선언

2026.10.02

금속노조, 한화오션 고공농성 지원 기자회견…"원청교섭 수용까지 투쟁"

2026.10.02

대통령님, ‘노동 존중’은 법률 문구에만 존재하는 것입니까?… 고공농성 노동자가 던진 ‘3가지 질문’

강인석 지회장, 고공농성 돌입과 함께 3중 호소문 발표… “법은 바뀌었는데 현장은 그대로”

2026.10.01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크레인·공장지붕서 동시 고공농성 돌입

천막농성 218일째…“법 개정에도 현장은 그대로”

2026.10.01

[속보] 남대문경찰서의 야만적 봉쇄… 고공농성 양규서 국장, 물·약·음식 끊긴 채 5끼째 기아 상황

2026.09.26

민주노총 ‘연대 파기’ 노동자연대, 철도노조 집회서 깃발 들어… 문제 제기한 전교조 조합원 폭언·강제 퇴장 수모

2026.09.24

한국지엠지부, 사회연대기금 1,500여만원 부평비정규직지회에 전달… “3년 연속 사회연대 실천”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