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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3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노동자민중후보인 권영국 후보는 1차 토론회에 이어 다시 한 번 특유의 날카롭고 절제된, 그리고 서민적 관점에 입각한 발언으로 타 후보들을 압도하며, 민중후보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그는 복잡한 정치적 수사나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서민과 노동자의 삶에 닿아 있는 현실적 문제를 직설적으로 짚어내며, TV토론이라는 제한된 무대 안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대표’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정치의 소중한 자산 임에 틀림없으며, 권 후보의 선전은 진보진영 전체의 자부심이 될 만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가 ‘사회분야’라는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심각한 불평등과 차별, 특히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비정규직과 원·하청 노동자 문제, 그리고 노조법 2·3조 개정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적극적 쟁점화가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 후보가 보여준 선명성과 논리적 일관성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전략적 의제의 부각이 부족했다는 점은 한국 진보정치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1. ‘몰계급적’ 토론의 한계: 계급적 선명성의 약화

 

이날 토론회는 연금개혁, 친환경 에너지 등 사회영역의 일반적 정책을 중심으로 후보자 간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자칫 ‘몰계급적’인 정책경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즉,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 지식과 논리, 재치를 겨루는 장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노동자와 서민에게 ‘계급적 선명성’과 사회구조 변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도 후보자 간의 긴장감은 있었으나, 이를 시청하는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우리의 문제’라는 공감과 교육효과를 크게 주지는 못했다.

 

이는 TV토론이라는 평소 접근하기 힘든 ‘대중적 무대’에서 진보후보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진보정치의 존재 이유는 단순한 정책 대안 제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구조의 근본적 모순과 불평등의 뿌리를 드러내어 대중적 각성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그 핵심이 바로 ‘재벌개혁’과 ‘비정규직-원하청 노동자 문제’라는 전략적 쟁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 비정규직·원하청 문제, 중대재해, 노조법 개정의 적극적 제기가 필요했다

 

한국사회 최대의 사회문제는 명백히 비정규직과 원·하청 노동자 문제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훤씬 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며, 원청-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저임금, 고용불안은 이미 사회적 재난 수준이다. 최근 쿠팡, 현대제철, CJ대한통운 등 산업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들은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의 생명’을 압도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권 후보를 포함해 이 문제를 토론의 중심에 세운 후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노조법 2·3조 개정 문제는 현장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핵심 의제임에도, 이날 토론에서 제대로 쟁점화되지 못했다. 노조법 2조 개정은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노조로 인정받고 단결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3조 개정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해 비정규직·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적 쟁점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것은, 노동자 후보로서의 상징성과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3. 재벌개혁 없는 연금·에너지정책은 공허하다:  구조적 문제의 쟁점화 부족

 

연금개혁, 친환경 에너지 등은 단순한 정책 대안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 대책’이 뒤따라야 하며, 그 재정은 한국사회의 부와 이윤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로부터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연기금의 상당 부분이 재벌기업 주식에 투자되고 있지만, 그 이윤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나 소수 대주주, 총수 일가의 배당, 일감몰아주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복지와 공공서비스 확대, 에너지 전환 등 어떠한 정책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연기금을 통한 재벌 지배구조 개혁, 재벌의 독점이윤에 대한 사회적 환수,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부의 재분배 왜곡에 대한 강력한 규제 등이 병행되어야 비로소 복지 재정의 실질적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현재 재벌 대기업이 하청·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저임금 구조를 통해 혁신 경제의 싹마저 자르고 있는 현실 역시 집중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지점에서 권영국 후보가 ‘재벌개혁’과 ‘노동자 권리’를 연계해 전략적으로 제기했다면, 진보정치의 계급적 선명성과 대중적 파급력은 훨씬 커졌을 것이다.

 

4. 노동자후보의 전략적 역할: ‘구조적 쟁점’의 대중화

 

노동자민중후보가 TV토론이라는 귀중한 자리를 빌려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문제’라는 전략적 쟁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단순히 선거 전술을 넘어 한국 진보·변혁운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는 노동자·서민 대중에게 ‘정치란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임을 각인시키고, 진보정치가 단순히 ‘선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권영국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탁월한 논리와 선명한 태도를 보여주었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재벌개혁’, ‘비정규직·원하청 구조 해체’, ‘노조법 개정’ 등 노동자 민중의 삶을 바꾸는 핵심 쟁점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정책경쟁이 아닌, 계급적 대립과 사회구조 변혁의 필요성을 국민적 의제로 확산시킬 때, 진보정치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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