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6.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하여 발언하고 있다.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하여 발언하고 있다.

 

1. "진보의 수사"로 "자본의 논리"를 감추는 이중구조

 

민주당식 노동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수구 보수 정권의 노골적인 노동 탄압과 다른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명분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압박하는 동시에, 노동운동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리해고와 파견근로법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는 경제위기와 정권교체, IMF 이행 협약의 압박을 이용하여 노동계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제도적인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쓰러지는 상황에서 노사 간 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의 도구로 사용되었고,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들의 양보를 제도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표방하며 진보적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실제 노동정책에서는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켰다. 노무현 정권은 가장 치명적인 노동정책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통과시켜 사용주들이 더욱 짧은 기간으로 노동자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참여와 통합이라는 수사 뒤에 자본의 유연성 요구에 부응하는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감추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이름만 살짝 바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약칭 경사노위)로 개편한 후, 과거와 같은 방식의 사회적 대화를 지속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서 노동계에 일정한 양보를 보이면서, 동시에 허울뿐인 ‘자회사’ 제도를 도입하여 변형된 비정규직을 통해 불법파견에 대한 탈출구를 재벌에게 제공했다. 이는 민주당식 노동정책의 전형적인 사례로,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혜택을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에게 더 큰 이익을 보장하는 구조이다. 

 

이상, 민주당식 노동정책의 핵심은 이하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타협과 양보의 정치학으로 대화와 타협을 종용하는 사회적 여론 조성을 통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는 수구 보수 정권이 사용하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탄압 방식과는 다르며, 도덕적 압박을 통해 노동자들의 저항 의지를 꺾는 정교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IMF 위기 극복 논리, 노무현 정부의 사회통합 논리,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논리는 모두 같은 맥락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배경으로 노동자들에게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고, 동시에 자본에게는 더 큰 특혜를 제공하는 구조로 작동했다.

 

둘째,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 조장 전략은 수구 보수세력이라면 흉내낼 수 없는 더욱 치명적인 민주당식 노동정책의 특징이다. 이는 진보적 수사와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노동계 내부에 친민주당 세력을 양성하는 전략인데, 이로 인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 때 노동계에서 적지 않은 이탈자들이 생겼다. 얼마 전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노조간부 600여명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내부 분열 전략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지지.jpg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노조활동가들

 

셋째, ‘제도적 협의 체계’를 통해 노동운동을 제도권 내로 포섭하고, 투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적극 구사한다. 노사정위원회, 경사노위 등의 기구들은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을 빌려 노동자들의 요구를 희석시키고,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도구로 기능하여 왔다.

 

종합하자면, 민주당식 노동정책의 본질은 자본주의적 착취관계를 감추고 이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진보적인 수사와 일부 양보를 통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자본의 근본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교묘한 메커니즘이다. 이는 보수 정권의 노골적인 탄압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데,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무디게 하고 투쟁 의지를 약화시켜 근본적인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2.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전망
  ㅡ 양대노총 질의서 답변에서 드러난 신호

 

2025년 ‘양대노총 제조연대’가 21대 대선 주요 후보들에게 보낸 노동정책 질의서에서 이재명 후보의 답변은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산업정책 수립 과정에서는 ‘산별노조의 제도적 참여에는 반대’하면서도, ‘기존 협의구조 내 노동계 참여 확대에는 찬성’한다는 그의 입장은 전형적인 민주당식 노동정책의 DNA를 보여준다. 이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권의 노동정책 메커니즘이 이재명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 관련기사: http://www.ulham.net/internalissue/34801. 여기서 ‘양대노총 제조연대’는 한국노총(금속노련, 화학노련)과 민주노총(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이 제조업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과 제조업 발전 정책 마련을 위해 결성한 연대체이다. 2017년 6월 28일 한국노총 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는데, 양대노총 소속의 제조업 산별노조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된 연대기구이다. 

 

양대노총 제조연대.png
양대노총 제조연대

 

ㅡ '제도적 참여'의 허울과 실질적 배제

 

이재명 후보가 "산업발전법, 산업전환고용안정법 등은 산업진흥법으로, 산별노조·연맹의 참여 규정은 법체계상 맞지 않다"며 노조의 제도적 참여를 거부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법체계상의 기술적 문제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계의 실질적인 정책결정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탄소중립위원회, 고용노동부 관련 각종 위원회에 노사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그의 대안은 전형적인 민주당식 방식의 특징을 보여준다. 즉, 기존의 제도적 틀 내에서 노동계에게 일정한 참여의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주도의 정책 결정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노동계를 들러리 역할에 머물게 하는 전략이다.

 

ㅡ  경사노위 재활용: 문재인 정부 방식의 연장선

 

이재명 후보는 비제도적 산업·업종별 협의구조에 대해 "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 활용"을 언급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경사노위 체제를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사노위는 노사정위원회의 이름만 바꾼 것으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인 포섭 장치다.

 

이 같은 경사노위 체제의 재활용은 이재명 차기 정부가 노동운동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투쟁을 협상 테이블로 무력화시키는 전통적인 민주당식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구사할 것임을 강력히 예고한다. 특히 현재 제조업 위기와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와 "상생협력"의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추가적인 양보를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ㅡ  예상되는 정책 방향: 위기 담론과 고통 분담의 정치학

 

이재명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첫째, 제조업 위기 담론을 활용한 양보의 강요이다. 
현재 국내 제조업의 공급망 위기와 일자리 감소 상황을 배경으로, 김대중 정부의 IMF 위기 극복 논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금인상 자제, 근로시간 유연화, 고용 안정성 포기 등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내 제조업 위기는 공급망 단절, 글로벌 수요 감소, 인구구조 변화 등 복합적인 위기이며, 본질적으로는 후기 신식국독자 축적체제의 위기인데, 재계와 보수언론은 이미 “노동시장 유연화”, “고통 분담” 담론을 재점화하고 있다.

 

물론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뼈아픈 기억 때문에 노동계의 반발과 사회적 저항은 예전보다 더욱 조직적이고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 내부에서도 “노동 친화”와 “실용·타협” 사이의 균형을 놓고 상당한 내적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작금의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이재명 정부는 “고통 분담” 명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임금 및 고용 유연화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 

 

둘째, 선별적 양보를 통한 내부 분열 조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일부 영역에서는 노동계에 양보를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적인 노동권 영역에서는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 간의 이해 차이를 활용하여 노동운동 내부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 예상된다.

 

예컨대,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 일부 업종에 한정된 근로시간 단축, 그리고 공공부문과 일부 대기업에서의 정년 연장과 같은 '당근'을 제시하는 반면, 자본에게는 직무급제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의 유연화,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타임오프제를 유지해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는 것 등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양경수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png.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양경수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3. 주요 노동정책 쟁점별 전망 

 

앞서 분석한 민주당식 역대 노동정책의 기조와 이번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양대노총 질의서 답변을 토대로, 주요 노동 쟁점별 정책 방향을 예측해보도록 한다.

 

1) 노조법 2조 3조 개정: 원칙적 찬성, 실질적 방해
● 예상 정책 방향: 형식적 추진, 실질적 무력화

 

노조법 2, 3조 개정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으로, 이 쟁점은 노동계나 자본 측 모두에게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는 ‘뜨거운 감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재명 정부는 이 문제에 매우 소극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노조법 2조 3조 개정 추진에 대해 전략적 선제 양보를 통해 이후 개혁의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 같다. 즉, 임기 초반에 노동계가 원하는 상징적인 성과를 확실히 안겨준 후, 이를 근거로 향후 직무급제, 노동시간 유연화, 타임오프제 등에서 노동계의 양보를 더 쉽게 이끌어내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법 개정을 ‘선물’로 받은 노동계로선 다른 영역에서의 양보에 대해 저항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고마움’이 비판적 견제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민주당은 "이미 많이 해줬다"는 논리로 향후 더 큰 양보를 요구할 명분도 생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가로막은 노동자 권익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임기 초반 100일 내에 이 법안을 처리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민주당이 두 차례 통과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차적 장애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적폐 청산"의 상징적 의미로 활용하여 민주당은 정치적 개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이 개정안이 가진 구조적 파괴력에 대한 인식이 결여 되어 있다. 예컨대,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삼성전자로 하여금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만들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직접 개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 재벌체제의 핵심 전략인 간접고용을 통한 책임회피 구조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키게 된다. 

 

그리고 노조법 3조 개정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은, 그동안 재벌들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핵심 수단이었던 "파업하면 집과 재산을 팔아서라도 배상하라"는 공포정치를 무력화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실질적인 파업권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다. 이로 인해 재벌들의 비정규직 확대 전략이 무력화되고, 노동통제 메커니즘이 붕괴된다. 현재의 원하청 수직계열화 구조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등 한국 자본주의 구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런 결과를 민주당이 과연 모를까?

 

따라서 집권 후에 좀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 몇 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가능한 시나리오 1: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한 무력화
법 조문 자체는 통과시키되, 시행령에서 예외 사항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 "업종 특성상 곤란한 경우"와 같은 모호한 조항을 삽입해 법의 실효성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사법부의 보수적 해석을 유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법 적용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가능한 시나리오 2: 단계적 시행과 유예
"급격한 변화로 인한 경제 충격 방지"를 명분으로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그 사이 재벌들은 우회 구조를 완비할 시간을 확보하게 되고, 법은 통과되더라도 실질적 효과는 미미한 상태로 안착되게 된다.

 

▶가능한 시나리오 3: 재벌과의 비공식 합의
"법은 통과시키되 실제 적용은 관대하게 하겠다"는 뒷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에게 "경영 애로를 충분히 고려하라"는 비공식 지침을 내림으로써 재벌들이 형식적으로만 법을 준수하고, 실질적으로는 기존 관행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종합하여 이재명 정부는 "점진적 개선론"으로 포장한 실질적 무력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재명 정부는 왜 이런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까?

 

첫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재벌과 전면 충돌할 경우, 정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이 투자 중단이나 해외 이전을 위협하면,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재벌과의 충돌 없이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할 것이다. 이는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와 노조법 강화가 양립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둘째, 현실적 제약 요인이다. 국정원, 검찰, 사법부 등 기존 기득권 카르텔의 조직적 저항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경제 파탄론", "투자 위축론", "일자리 감소론" 등을 앞세운 맹렬한 공세, 그리고 부동산가격 하락과 주식시장 불안정 등과 연결된 중산층의 표심 이탈 우려 등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제약 요인들로 작동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조법 2, 3조 개정과 관련하여 민주당 정부로서는 노동계에 대한 ‘기대 관리’가 핵심이다. 이재명은 "노조법 개정 의지는 확고하다"는 수사적 선언을 반복하면서. 실제로는 재벌체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에는 "여건이 성숙되면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기대를 관리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2, 3조.png.jpg

 

2) 정년연장: 선별적 수용을 통한 세대 갈등 조장
  ● 예상 정책 방향: 단계적·조건부 연장

 

정년연장은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쟁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정년 연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실제 실행에 있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하면서도, “청년 일자리와의 조화, 임금체계 개편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총선공약 및 정책자료와 이번 조기 대선의 공약에서도 일률적인 정년연장 방식이 아닌 “임금피크제와 연계된 정년 연장”을 제시하고, “정년연장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 “노사정 대타협 통한 단계적 추진”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이하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우선 적용: 공무원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되, 민간 부문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장기적인 과제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임금피크제와 연계 추진: 정년 연장을 임금피크제 확대와 연계해 추진하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 청년고용과의 갈등 구조 형성: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리를 방치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결국 정년 연장을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시행되도록 한다.

 

이는 전형적인 민주당식 방식으로, 겉으로는 노동자 친화적 정책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구조이다.

 

3) 직무급제 도입: 자본의 핵심 요구사항 관철
  ● 예상 정책 방향: 경제 상황에 따라서 “적극 추진”

 

직무급제는 이재명 정부가 경제 상황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노동계 질의서에 대해 “직무급제 도입은 노사 자율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노동조건 후퇴가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노동자 보호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표면상으로 민주당은 직무급제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노사 합의 없는 일방적이거나 강제적인 도입에는 반대한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처럼 정부 주도의 일방적 직무급제 확대 정책과는 일단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김대중 정권 때처럼 만약 전면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 이 같은 신중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또한 2024년 12월 19일, 현대자동차의 강봉근·하성근 두 노동자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는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한국 자본가들은 약 7조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한 소송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어, 한국 재벌들은 직무급제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음의 시나리오가 높은 가능성으로 떠오른다.

 

▶공공부문의 선도 도입: 공무원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우선 도입하고,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모델로 활용할 것이다. 2024년 기준,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129개이며, 이는 전체 공공기관의 약 70% 수준이다. 이는 2023년의 108개에서 상당히 증가한 수치로, 직무중심 보수체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우, 87개 기관 중 81개(93.1%)가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기타 공공기관’에서는 직무급제 도입률이 48.5%로 아직 낮은 편이기에, 이 부분으로 확장될 것이 예상된다.

 

▶노조 간 갈등 조장: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이해관계를 대립시키면서, 노조의 통일된 반대를 어렵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유사한 접근 방식: 당시 문재인 정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워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하향 조정하거나, 신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임금 격차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사실상 하향평준화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이 노동자 간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기보다는, 임금 수준을 낮추고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데 기여했다. 직무급제 전환 역시 이러한 방식과 유사하게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재조정하거나,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자본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면서도, 겉으로는 공정성과 평등성을 내세우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직무급제 반대.jpg
2019년 1월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공공서비스노동조합 투쟁선포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4) 법정 노동시간 단축: 형식적 양보, 실질적 유연화
  ● 예상 정책 방향: 제한적 단축과 유연화 확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주 36시간)”, “주 4일제(주 32시간)” 등 장기적 목표로서의 추가 단축 논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단계적 도입과 사회적 합의, 노동시장·산업별 여건 등을 중시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2024년 총선공약과 이번 조기 대선 공약에서도 “주 4.5일제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하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주 40시간에서 36시간(주 4.5일제)으로 점진적 단축: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이는 매우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설정되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유연근무제 확대와 연동: 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재택근무나 선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노동시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노동 강도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업종별 차등 적용: 제조업은 기존의 노동시간 체계를 유지하면서, IT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적용해 노동계 내부의 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

 

▶연장근로 상한선 유지: 주 52시간 상한선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총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5) 노동시간 유연화: 자본의 요구를 부분적 수용
  ● 예상 정책 방향: 예외적·부분적 가능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대폭 확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따라서 노동계와의 관계, 당내 진보적 기반, 청년·중도층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식 유연화”를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다만 산업별 특수성(예: IT, 반도체, 연구개발 등)이나 노사 합의가 명확할 경우 “부분적·제한적 확대” 논의가 나올 수 있다.

 

6) 타임오프제: 노조 무력화의 주요 도구, ‘폐지’에 소극적
  ● 예상 정책 방향: 현행 유지 또는 완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그간 윤석열 정부의 타임오프제 강화와 노조 회계공시제 확대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노조 자율성과 단결권 침해”, “노조활동 위축” 등을 우려의 근거로 들고 있다. 2024년 노동계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도 “노사 자율 원칙에 동의한다”,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 “노조 감시·통제식 행정명령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임오프제의 폐지나 대폭적인 완화를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제도 강화나 확대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노동계와의 관계, 당내 진보적 기반, 정치적 명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민주당은 타임오프제의 현행 유지나 완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정 ‘당근’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7) 종합 전망: 선별적 양보와 핵심적 기득권 보장의 정교한 조합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노동자에게 주는 당근

-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
- 일부 업종에 한정된 근로시간 단축
- 공공부문과 일부 대기업에서의 정년 연장
- 타임오프제 완화

 

● 자본에게 주는 실질적 선물

- 노조법 2, 3조 개정 무력화
- 직무급제를 도입으로 임금체계의 유연화
-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이러한 정책 방향은 "노동 존중 사회"라는 수사적 표현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실질적 이익이 공존하는 이중구조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식 노동정책의 완성형이라 평가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 내재된 모순과 한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4. 결론: 민주당식 방식의 완성형, 그러나 한계는 더욱 명확

 

이재명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민주당식 방식의 완성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대노총 질의서에 대한 그의 답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제도적 포섭과 실질적 배제, 선별적 양보와 핵심적 거부의 이중구조는 더욱 정교하게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당식 방식의 한계 또한 더욱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 위기와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인 양보만을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며, 이는 민주당식 개량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시기는 한국 노동운동과 진보 변혁진영에 있어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민주당식 방식의 본질을 명확히 폭로하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민주당의 포섭 전략에 굴복하는 투항주의 세력과는 명확한 선을 긋고 원칙적이고 일관된 투쟁 노선을 유지하여야 한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오피니언

“민주당식 노동정책”과 이재명 정부 하의 전망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2025.06.05

한찬욱의 총반격

내란 종식에 중립은 없다.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2025.06.02

오피니언

[논평] 중국의 현급(县级) 경제발전과 한국의 지역 격차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2025.06.02

오피니언

의료연대 갑질에 침묵하는 진보진영, "집단적 도덕 불감증" 우려된다

안길성 (노동운동가)

2025.06.01

오피니언

[해설] 아세안-중국-GCC 정상회의: 국제 질서 재편의 신호탄

울산함성 편집위

2025.05.26

오피니언

조기대선 쟁점과 이후 전망 ㅡ 압도적 정권교체론과 압도되는 주체역량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25.05.25

함성논평

[함성논평] 권영국 후보의 선전과 노동자민중정치의 과제: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2025.05.24

오피니언

노동자ㆍ민중의 자주적ㆍ변혁적 정치세력화 열망은 어디 가고, 압도적인 이재명 지지 웬말인가?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25.05.12

오피니언

소년공은 없다 민주정부 수립과 내란 청산의 실내용은 무엇인가?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25.05.10

오피니언

트럼프발 관세폭탄 반대투쟁에서 자주권과 국제주의는 대립되지 않습니다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