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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보좌관 갑질 사건이 드러났을 때, 사회가 분노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이 약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의 작동 방식은 국회 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공공운수노조에서 나와 배우자 양규서에게 가해진 조치 역시 무대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5인 미만 해고, 그리고 10개월 정직...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역할 분담이었다.
나는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인 의료연대 서울지부에서 근무하던 상근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노동법(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해고 제한 규정을 두지 않는다. 이 법은 영세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지만, 현실에서는 해고의 면죄부로 작동하고 있다.
나의 경우 '과도한 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조직이 선택한 것은 조정이나 보호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법적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해고였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다. 계산된 선택이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는 노동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직이다.
그리고 매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구조를 유지한 채 상근자를 해고했다면, 그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서 한 선택이다.
노동조합이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자기 구성원을 제거하는 순간, 그 조직은 더 이상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다.
나는 현재 이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개인의 복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도 사용자라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묻는 싸움이다.
배우자에 대한 10개월 정직
배우자 양규서 조직국장은 공공운수노조 사무처 상근자다.
나는 해고되었고, 배우자는 정직 4개월과 추가 정직 6개월, 총 10개월의 보복성 징계를 받았다.
해고가 가능한 자리에서의 나는 해고를,
해고가 부담스러운 자리에서의 배우자는 장기 정직을 선택한 것이다.
법의 틈을 정확히 계산한, 분명한 역할 분담이었다.
정직 10개월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준한다.
소득은 끊기고, 업무는 배제되며, 조직 안에서는 ‘문제 인물’로 낙인찍는다.
목표는 하나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 제기자를 조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
한 사람은 조직 밖으로, 다른 한 사람은 조직 안에서 침묵 속으로.
이것이 노동조합이 선택한 해결 방식이었다.
징계사유 ① “문제 제기 자체가 질서 문란이다”
양규서 국장의 첫 번째 징계의 핵심은 “왜 문제를 제기했느냐”였다.
산하 조직에서 발생한 과도한 노동, 건강 악화, 회복 요구 거부, 사실상의 사직 압박을 제기한 행위 자체가 문제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버티기 힘들어하는 배우자를 살리기 위한 절박한 옥탑 농성에 대해 ‘조직 질서 문란’, ‘시설관리권 침해’로 규정한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고공농성을 지지해 온 노조가, 자기 자신을 향한 농성만큼은 ‘질서 파괴’로 판이다.
징계사유 ② “사실을 말하면 명예훼손이다”
두 번째 징계 사유는 SNS 게시글과 발언이었다. 노조는 이를 허위·왜곡, 명예훼손이라 주장했지만, 문제 삼은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반박하지는 않았다.
대신, 말한 사람만 처벌했다.
문제는 발언의 내용이 아니라 발언자였던 것이다.
징계사유 ③ 폭염 속 생존 행위를 ‘성적 문제’로 낙인찍다
가장 비상식적인 징계 사유는 이 부분이다. 7~8월 폭염 속 옥탑 농성 중 상의 탈의가 ‘성적 수치심 유발’이라는 이유로 징계되었다는 점이다.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 옥탑에서의 상의 탈의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었으며, 당시 농성장소는 6층 옥상에서도 11M 위의 옥탑이었다.
이를 도덕적·성적 문제로 전환한 것은, 문제 제기자를 '도덕적 흠결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한 낙인찍기' 였던 것이다.
심지어 잠정적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참석 금지는 노동조합 상근자에게 활동가로 존재하지 말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해고가 아니라는 점만 다를 뿐, 효과는 동일하다.
해고된 사람, 정직된 사람...그리고 책임의 부재
나는 해고되었고, 배우자는 10개월 정직되었다.
그러나 조직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가!
왜 상근자의 건강이 무너졌는가!
김병기 사건이 구조의 문제였듯, 이 사건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김병기는 국회 밖에도 있다
권력은 이름만 다를 뿐, 작동 방식은 같다.
문제 제기자를 고립시키고, 법의 틈을 이용해서 제거하고, 남은 사람에게는 침묵을 강요한다.
우리는 법정에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다.
조직 내부의 모든 통로가 막혔기 때문에 간 것이다.
대화도, 조정도 없이 남은 것은 해고와 징계, 그리고 조직 내 괴롭힘뿐이었다.
이 소송의 핵심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 노동조합도 사용자라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 문제 제기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
∙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보복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기록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를 해고하고,
배우자를 장기 정직으로 입막음하는 순간,
그 조직은 스스로 민주노조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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