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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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베네수엘라 민병대 조직

 

ㅡ 들어가며:  미국의 ‘납치극’과 안개 속의 베네수엘라 정국

 

2026년 1월,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사실상 납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제거되는 충격적인 사태를 겪으며 내전 전야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이 한 국가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진짜 목표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침공 작전의 성공 배후에는 베네수엘라 내부의 협력자들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군 헬기가 베네수엘라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점, 4,000기 이상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과 100개의 지상 기반 방공 시스템이 있음에도 단 한 발만 발사되었다는 점은 내부 배신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대통령 대리)에 취임했지만, 군부와 정보기관을 장악한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이 강력한 항쟁 의지를 표명하면서 권력투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무장민병대 콜렉티보스가 수도에 집결하고, "내전 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세는 이하 4가지 핵심 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첫째, 베네수엘라 민중과 정치 지도부의 항쟁 의지이다. 이는 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주체적 요인으로, 내부 정파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베네수엘라를 지원하는 두 초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다. 이들의 국제 무대에서의 외교적 활약과 실질적인 군사·경제·정치적 지원은 국제 여론 형성과 베네수엘라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의 반미 자주 세력들의 단결이다. 이들의 연대는 미국 중심의 지역 질서에 균열을 내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외적 조건이다.

넷째,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의 견제와 반대 여론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 정책에 대한 국내적 제동 장치로 작용하며, 트럼프가 궁지에 몰려 스스로 후퇴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4가지 요인 중에서도 베네수엘라 내부의 주체적 요인, 즉 민중과 정치 지도부의 항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내적 요인으로 다른 외적 요인보다 사물의 운동에 더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본 분석에서는 베네수엘라 내부 정파 간의 관계, 특히 항쟁파(반미 자주파)와 타협파(온건파)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주목하여 현 사태의 복잡한 양상을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1. 베네수엘라 내부의 항쟁 의지: 항쟁파 vs 타협파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 이후, 베네수엘라는 임시 대통령으로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승계하며 이른바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시작부터 내부의 깊은 균열과 불확실성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는 크게 항쟁파, 타협파, 그리고 친미파로 나눌 수 있는 세력들이 존재하며, 이들 간의 헤게모니 쟁탈이 사태의 핵심이다. 친미파(마차도로 대변되는)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현 지도부 내에서의 항쟁파와 타협파 간의 관계가 정권의 향배와 정책 결정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하 내용은 ‘다극화포럼’ 텔레그램 방에 이해영 교수가 소개한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한 다수의 번역 글을 참조하였다)


1) 권력구조의 복잡성: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
베네수엘라 정부는 단일한 권력 중심이 아니라, 여러 집단이 권력을 분점하는 협약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보안, 군부, 민중 조직(콜렉티보스), 제도권, 사법부, 석유 산업, 기업 등 국가 장치의 서로 다른 부문을 각기 다른 집단이 통제해왔다. 베네수엘라 국내 정치에서는 "대통령은 마두로, 권력은 디오스다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제 권력은 분산되어 있었다.

 

마두로가 납치된 현재,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크게 세 정파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친미파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로 대변되는 야권 세력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권력 집단이나 협력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트럼프조차 마차도를 만난 적이 없고 백악관에 초대한 적도 없다. 트럼프는 마차도가 받은 노벨평화상을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못마땅해하고 있다.

 

둘째, 타협파로 의심받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그녀의 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국회의장)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셋째, 항쟁파(강경파)로서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한 군부 및 정보기관 세력이다.

 

2) 항쟁파의 핵심: 디오스다도 카베요
디오스다도 카베요는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자 정권의 최고 집행자다. 그는 내부 치안을 장악하고 있으며, 경찰 조직과 정보기관, 감시 체계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정치 지도부와 군대 사이를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위 출신으로 장관에 취임한 이후에도 현역 군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마두로 정권의 핵심축 중 하나인 군부 세력의 실세다.

 

카베요는 마두로 납치 직후 강력한 저항과 동원을 촉구하는 음성 메시지를 충성파 군 장교들과 집권당 인사들에게 보냈다. 그는 "미국의 급습 작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평생 그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전국 생중계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제국주의의 손에 놀아나지 말라"고 호소하며, 미국이 베네수엘라 군부를 분열시키려는 "2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베요는 마두로가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강조하며, "우리의 사령관 차베스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는 전진했다. 우리는 니콜라스를 되찾을 것이지만, 우리 중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카라카스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휘하 병력은 "항상 충성, 배신자는 없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미국 정부는 카베요를 이른바 '태양의 카르텔(Cartel of the Suns)'을 이끌었다는 혐의로 기소했고, 그의 체포로 이어질 정보에 대해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어두고 있다. 미국은 카베요에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질서 유지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차기 제거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카베요에게 이러한 의사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3) 타협파 의혹: 델시 로드리게스의 이중적 행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납치 직후 임시(대리)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녀는 부통령으로서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하며 경제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또한 국가방위위원회(Consejo de Defensa de la Nación) 의장으로서 통합 방위를 담당하는 기관을 이끌고 있으며, 그 안에서 콜렉티보스(무장 민병대)는 무장된 실행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델시 로드리게스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차베스 코드> 저자인 변호사 에바 골린저(Eva Golinger)는 델시 로드리게스와 그녀의 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가 수개월 동안 물밑에서 진행된 트럼프 행정부와의 치밀한 협상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골린저는 델시가 CIA 요원의 입국을 허용했고, 체류도 승인했으며, 미국 대사관이 정보·군사 지원 전부와 함께 복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린저의 분석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남매의 계산은 이러했다. '볼리바르 운동'과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권력과 부의 축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마두로를 희생시키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들이 마차도나 망명 야권에게 권력을 넘길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교체되는 하나의 정부가 아니라 하나의 체제를 대표한다. 그들은 트럼프라는 '사악한 제국'과 협상하고 타협하는 것까지 포함해, 국가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로비는 수개월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 양쪽을 상대로 시작되었다. 델시는 국제 언론에서 '온건파'이자 가장 실용적인 협상 상대로 자리매김되었다. 이는 판이 이미 짜였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마두로가 축출되면, 델시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이동 중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왼쪽부터),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png.jpg
1월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이동 중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왼쪽부터),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국회의원, 그리고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그러나 델시 로드리게스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녀의 아버지는 50년 전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학생운동 지도자였는데, CIA가 지원하는 베네수엘라 비밀정보부에 의해 고문사당했다. 이러한 집안 내력을 고려할 때 그녀가 미국과 협력할 리 없다는 것이다. 또한 델시는 공식 발언에서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고 하면서 확실한 자주적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있다. 지난해 델시는 CIA 요원의 입국을 허용했고, 최근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국가 발전을 위한 공동 의제"를 논의할 용의를 밝혔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가 한편으론 그녀를 위협('말 안 들으면 다시 폭격하겠다')하면서도, 다른 한편 베네수엘라 전통적인 친미세력(마차도)보다 현 로드리게스 정부를 대화상대로 선택한 점이 의심을 증폭시킨다.

 

4) 콜렉티보스(무장 민병대)의 향배가 관건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은 "내전 전야"처럼 느껴진다. 대규모의 차비스타(차베스 지지) 집단들이 수도로 집결했고, 무장한 오토바이 민병대가 거리들을 순찰하며 사람과 차량을 검문하고 있으며, 사실상 경찰을 대체하고 있다. '콜렉티보(colectivos)'로 알려진 친정부 무장 준군사 조직들이 카라카스 전역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순찰에 나서 시민들을 세워 신분증과 휴대전화 검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이 콜렉티보스가 누구의 지휘를 받느냐는 것이다. 콜렉티보스는 대통령 대리(델시)에게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디오스다도 카베요에게도 보고한다. 델시가 공식적으로는 국가방위위원회 의장으로서 콜렉티보스를 통제하는 위치에 있지만, 카베요 역시 내무장관으로서 경찰과 정보기관을 장악하고 있으며 콜렉티보스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델시와 카베요 사이에 권력투쟁이 발생한다면, 콜렉티보스가 어느 편을 선택하느냐가 사태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현재 차비스타 민병대, 군, 경찰 사이에 극심한 불안정과 긴장 상태가 형성되고 있다. 카라카스에서는 미라플로레스 궁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비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혼란이 이어졌고, 카베요가 군 호위 차량 행렬과 함께 미라플로레스를 향해 카라카스 시내를 이동하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지난 4일(현지시각) 친정부 민병대 ‘콜렉티보’의 한 조직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png.jpg
지난 4일(현지시각) 친정부 민병대 ‘콜렉티보’의 한 조직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5) 방공망 무력화의 미스터리: 누가 배신자인가?
미군 헬기가 베네수엘라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점은 가장 큰 의혹을 낳고 있다. 신뢰할 만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방공 부대에는 미국 헬기나 항공기에 대해 사격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군 내부에서 미군과의 광범위한 침투 및 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에는 4,000기 이상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MANPADS)과 100개의 지상 기반 방공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발사 무기 단 한 발만 발사되었다.

 

그렇다면 미군 침공 시 베네수엘라 방공망을 꺼버린 자는 누구일까? 델시인가? 아니면 디오스다도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가면 콜렉티보스는 어느 편인가? 미국과는 과연 어떤 거래가 오갔을까?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전쟁의 안개'로 피아식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델시와 카베요의 옹호자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야 모든 것이 명확히 보일 것이다.

 

2.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 베네수엘라의 생명줄이자 지정학적 지렛대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적인 개입에 맞서 베네수엘라를 지원하는 핵심적인 외적 조건이다. 이들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경제·정치적 지원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고 있다.

 

1) 국제적 규탄과 외교적 방패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 이후, 중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사회는 미국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내정불간섭 원칙을 옹호했다.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는 데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안겨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 중국의 ‘지속성 있는 법인격’에 대한 투자: 석유 산업의 핵심

(이하 관련한 내용은 ‘다극화포럼’ 텔레그램 방에 게재된 이해영 교수가 소개한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한 다수의 번역 글을 참조.)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생존에 결정적인 경제적 지렛대를 쥐고 있다. 아메리카-차이나 워처(America-China Watcher)의 분석은 마두로의 제거가 중국에게 5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의미한다는 일반적인 해석을 반박한다. 중국은 해외 이해관계를 개인(마두로)에게 걸지 않고, 법적 실체, 계약, 인프라 시스템, 그리고 수익 흐름이라는 ‘지속성을 지닌 법인격적 존재’인 베네수엘라 자체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대부분의 석유 협정은 구속력 있는 금융 계약이며, 서방 금융기관, 원자재 트레이더, 보험사 등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이 계약들이 파기될 경우, 이는 단순한 중국의 손실을 넘어 글로벌 시스템 차원의 연쇄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운영적 핵심이 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단순한 석유 구매자를 넘어, 정유 기술, 중질유 업그레이드 시스템, 인프라 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예비 부품 물류, 그리고 훈련된 인적 자본을 제공하며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을 중국이 설계한 생태계로 만들었다. 중국인 엔지니어, 기술자, 유지·보수 공급망, 소프트웨어 지원이 제거된다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정상 가동 중인 산업이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다. 중국의 석유 인프라를 ‘몰수’하는 것은 물리적 자산을 장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중국이 구축한 시스템을 미국식 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최소 3~5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력한 실질적 지렛대를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러시아의 군사·정치적 지원
러시아 역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정치적 지지를 통해 미국의 개입을 견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첨단무기 체계를 공급하고 군사 훈련을 지원하며, 유엔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를 옹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러시아의 지원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버틸 수 있는 중요한 버팀목이 된다.

 

3.  남미 반미 자주 세력의 단결: 지역 연대의 힘

 

베네수엘라 사태는 남미 지역의 반미 자주 세력들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의 진보적 정부와 세력들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차베스 혁명 이후 남미 좌파 정부들의 등장은 이러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개입에 대한 지역적 저항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들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미국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맞서 연대한다면, 이는 미국이 라틴아메리카를 ‘겁주어’ ‘미국 쪽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카리브해 보고서에서 카리브해와 중남미가 미국의 뒷마당인가에 이의를 제기했듯이,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중요한 역내 지정학적 파트너이며, 이는 남미 지역의 반미 자주 세력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4.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의 견제: 제국주의적 모험주의의 국내적 한계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책과 군사적 개입은 미국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대와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대법원의 위헌 판단, 국회 내 민주당의 탄핵 추진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 정치적 압박은 그의 대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베네수엘라에 ‘2차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이러한 군사적 모험주의는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과거 이라크 전쟁의 경험에서 보듯이, 일방적인 군사 개입은 막대한 인적, 물적 비용을 초래하고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 특히 민주당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정책이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할 것이다.

 

또한, 에바 골린저가 지적했듯이, 트럼프의 변덕과 전략 부재는 그가 언제든 생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베네수엘라 정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모험주의가 국내적 한계에 부딪혀 후퇴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5. 결론: 베네수엘라 민중의 항쟁 의지와 국제 연대의 시험대

 

현재 베네수엘라 사태는 내부의 복잡한 권력 투쟁과 외부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지역 및 국제사회의 반응이 얽혀 있는 다층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 모든 요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베네수엘라 민중과 정치 지도부의 항쟁 의지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체제가 과연 미국의 압박과 내부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차베스 혁명의 유산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오스다도 카베요로 대표되는 항쟁파가 군, 경찰, 민병대를 결집하여 미국의 개입에 맞서고 있지만,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둘러싼 ‘타협파’ 의혹은 내부 균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누가 ‘배신자’이며, 누가 진정으로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지키려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전쟁의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운명이 단순히 외부 세력의 개입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민중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에 맞서 얼마나 강력한 항쟁 의지를 보여주느냐, 그리고 내부의 항쟁파가 타협파의 유혹과 친미 세력의 준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가 핵심이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지원, 남미 반미 자주 세력의 연대, 그리고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의 견제는 베네수엘라가 고립되지 않고 저항을 이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외적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단순히 한 국가의 내부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에 대한 국제 연대의 시험대로 인식하고 베네수엘라 민중의 자주적 결정권을 지지해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내부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항쟁파가 승리하고, 외부의 연대 세력이 강력한 지지를 보낼 때 비로소 자주와 주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또 다른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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