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재(전 전교조부위원장)
등록일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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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육 교직원 교권보호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교사인권 존중, 악성민원 중단" 구호 외치는 어린이집 교사들 (2023.9.20)(사진=연합뉴스)

 

교권이 먼저인가요? 학생인권이 먼저인가요?
우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교권도 학생인권도 없습니다.

 

교권이 교사의 교육권인가요? 교사의 시민으로서의 권리인가요?
우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교사에게 교육권도, 시민권도 없습니다.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군사부 일체의 가부장적인 교사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교사들은 권력에 의해,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짓밟혀 왔습니다. 교사들에게 책임을 말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교사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사에게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어떤 권한도 없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심각합니다.

 

무너진 교권 회복!
국가 권력이 앞장서서 교사의 권리를 짓밟아 왔음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무너진 교권 회복]

1. 이승만 정권 때부터 교권은 없었습니다. 독재 정권은 교사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리고 무시했습니다.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관권선거에 동원하였습니다. 교사들은 오랜 세월 영문도 모른 채, 반공교육 최전선에서 활용되었습니다.

 

2. 419혁명 직후 장면 정권도, 이후 박정희 군사 독재정권에서 전두환, 노태우 정권,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은 다른 나라들의 교사들이 모두 가진 노동조합 결성권조차 없었습니다. 교사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권이 겨우 인정되었으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없는 식물노조로서만 허용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까지의 현실입니다.

 

3. 교사들은 다른 모든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본권도 없습니다. 국민의힘 정권도, 민주당 정권도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독재 정권 시절의 법과 제도를 고치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단체행동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입을 닫고 살아야 합니다. 시민이면서 정당 활동 등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을 바라볼 뿐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로서 출마할 수 없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 의사 표시도 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한 이유로, 진보교육감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해고됩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을 한 것도 구속과 징계의 사유가 되는 나라입니다.

 

4. 학교에서는 학생들 위에 군림한다고 오해를 받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교에서도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학교장이 왕입니다. 지금은 거꾸로 학교장에게 잘 보여야 담임을 맡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학교장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담임도 맡지 못하던 게 얼마 전까지 일입니다.

 

학교장에게 점수를 잘 받아야 승진도 할 수 있습니다. 점수를 잘 받으려면 학교장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학교의 왕인 학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하수인일 뿐입니다. 독재 학교장, 독재 교육청, 독재 교육부의 억압 속에 살고 있습니다.

 

5. 교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학생 수업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교권 침해가 발생합니다. 교사들은 수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수업에서 어떤 내용을, 어떤 덕목을 가르치고 함께 토론해야 할지 결정할 권한이 하나도 없습니다. 교사들은 오로지 주어진 교과서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욱여넣는 일만 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의 성적 지상주의 교육정책 때문입니다. 일제고사 정책, 대학 서열화 정책, 입시경쟁 정책 등등으로 교사들은 학생들이 더 많이 암기하도록 할 권리만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학생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무턱대고 암기할 것만 강요 당합니다. 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지상과제입니다. 점수가 낮은 학생들은 특히 더 아무런 즐거움이 없습니다. 점수 많이 얻는 학생들을 위해 점수 낮은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조용히 교사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학교의 수업이 교사의 유일한 권리입니다.

 

6. 학생과 학부모만 탓할 일이 아닙니다. 교사들만 탓할 일이 아닙니다.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암기해야 할 지식을 욱여넣을 권리만 있습니다. 학생들은 암기 경쟁을 할 권리만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을 위해 사교육비를 부담할 권리만 있습니다.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학생과 교사 사이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존경과 신뢰가 깃들 여지는 애당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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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 모인 교사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교차로 일대에서 열린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3.9.16, 사진=연합뉴스)

 

7. 교육부가 하는 일 모두가 교사들의 교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듭니다. 교사들은 자기 소신대로 가르칠 권리도 없습니다. 정치적 권리도 없습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없습니다. 평가를 자기 소신대로 할 권리도 없습니다. 교육부가 생활기록부 작성 지침까지 시시콜콜 지시합니다. 학생 성취도 평가를 500자로 하라, 봉사활동 점수는 어떻게 써라, 학교 경시대회 평가는 어디에 써라. 이게 교육부의 지시입니다. 교육부가 아예 학생들 수업까지 할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학교에는 교사들에 대한 존중이 없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존중도 없습니다. 학부모들에 대한 존중도 없습니다. 모두 권력의 하수인일 뿐입니다. 진보교육감이라면 이 같은 무너진 교권 현실을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한가하게 따질 때가 아닙니다.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첫째, 생활기록부 작성 지침, 교원평가, 성과급 등 교육부, 교육청의 시시콜콜한 간섭을 모두 중단해야 합니다.
둘째, 학생 수업과 학생 평가는 교사들에게 믿고 맡겨야 합니다. 학교민주주의 실현이 대전제입니다.
셋째, 교사들은 국가 기관이 오랜 기간 양성, 임용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존중하지 않고 과거에 백인들이 흑인 노예 다루듯이 돈으로 등급을 나누겠다는 발상은 전혀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넷째, 교사들의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을 당장 보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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