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 정치세력화 논쟁]
안길성 (노동운동가)
등록일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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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전략적 연대를 실현키 위한 필수조건

 

첫째, 단일한 이념, 목표, 전략을 가진 부대를 전국 현장에 건설해 가는 것은 지금 노동운동의 최대 현안 문제인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연대를 달성하는데 있어, 그리고 각종 업종과 산별로 분열된 노동운동의 통일과 단결을 이루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당은 필연적으로 공동의 강령과 규약을 승인하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진 당원으로 구성된다. 설령 제반 정파 간의 연합정당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공통적인 이념, 강령상의 일치, 행동 통일을 강제하는 조직 규약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없이는 당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최소한의 공동강령은 반드시 우리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이자 최대 현안인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연대를 포함한 노동자계급의 통일과 단결의 내용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이러한 강령적 내용을 공유하는 당 조직을 전국 현장에 건설해 가는 과정은 당연히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연대를 현실화 하는데  도움이 되며, 사실상 그것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당의 전국적이고 계급적인 성격은 단사주의, 대기업 이기주의와 우월주의, 경제주의의 벽을 뛰어넘어 노동조합 간부, 조합원, 활동가들이 전국적인 전망 속에서 단일한 계급적 대오로 집결하도록 촉진 한다. 


현재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업종·산별 등 수많은 차이로 인해 분열되고 자본의 분할지배 구조 속에 갇혀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은 경우 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정치조직의 부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오직 ‘당’ 이라는 전 계급적 조직을 기반으로 해서만 이 같은 장벽을 뛰어넘어 하나의 단결된 대오를 형성할 수 있다. 이 같은 단결은 현실의 실천적 결과가 말해주듯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같은 상급 조직의 건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왜 그러한가? 


지금의 산별노조와 총연맹(민주노총)은 이 같은 장벽을 철폐하는데 무기력하다. 그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자본과 권력의 갖가지 유혹과 방해 공작, 기회주의와 개량주의 분자들의 농락 속에 그것을  수용하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이 같은 진실을 감추려 하거나 애써 부인하려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금은 오직 강력한 새로운 힘, 정치조직의 결성이라는 새로운 계기를  붙잡는 것으로만 이 같은 장벽을 깨트릴 수 있다. 만약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정치세력화에 나설 경우, 반드시 이 장벽을 깨는 것을 당면 정치세력화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 할 수 있으며, 의회진출 보다도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왜냐하면 비정규직문제는 현 노동운동과 한국사회의 ‘주요모순’이며, 당 건설이란 다름 아닌 이 ‘주요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가 현장 밖에 있는 당 조직에 기반할 경우, 그러한 식의 당 건설은 결코 이러한 주요모순의 해결에 별반 도움이 못된다. 왜냐하면 단사주의, 자본에 포섭된 노동귀족과 관료, 개량주의·기회주의자들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당의 간부와 국회의원과 같은 요직에 진출하여, 자신이 당에 의해 ‘개조’(걸러짐)되기 전에 거꾸로 당을 변질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경험은 이를 잘 말해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노동당은 출세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40% 이상의 노동자 출신이라는 당원 구성이 말해주듯,  민주노동당 내에는 수많은 노동운동 출신 활동가와 노조간부들이 있었으며, 그들이 당의 요직을 차지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하지만 당은 전혀 현장의 절실한 문제들을 반영하지 못했고, 해결하지도 못했다.

 

즉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문제의 해결, 정규직-비정규직 전략적 연대의 실현, 원-하청 연대의 실현을 결코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현장에 기반하지 못한 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장의 역관계를 바꾸고, 경제주의·단사주의, 개량주의와 같이 현재 노동운동을 타락시키고 있는  기회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당이 지원하기 위해서는 당은 반드시 현장에 기반하여야만 한다. 
 

2. 현장에 기반한 당은 의회사업과 대중투쟁을 결합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 조건을 갖출 때라야 당은 진정한 전체 계급투쟁을 지휘할 수 있는 ‘총사령부’가 될 수 있다


총파업은 노동자계급의 강력한 무기이다. 그것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을 통해서도 경험했다. 만약 당시 지하철노조, 철도노조가 결합했더라면 더욱 위력적인 파업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 전략사업장이 결합하였더라면 윤석열 정권을 좀 더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 사업장이 모두 참여했던 지난 96-97년 40여일 간의 노개투를 통해서  당시 도도한 김영삼 정권을 굴복시킨 경험이 있다.


이처럼 총파업과 의회활동을 결합하면 노동자계급은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다. 노동중심의 정치세력화는 반드시 이 변혁 수단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 기반 하지 않고서 진정으로 총파업(대중투쟁)과 의회사업을 결합시킬 수 있나? 양날개론과 같은 ‘형식적 분업’, 즉 현장투쟁은 노조가 하고 정치는 진보정당이 담당하는 식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이미  민주노동당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자본과 정권은 의도적으로 노동진영과 의회의 일정을 어긋나게 만들 수 있으며, 각자 따로 자신의 현안에만 매몰되도록 갈라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양날개론식 분업관계 하에선 두 영역의 유기적 결합은 한낱 '이론' 내지는 주관적 염원에 불과하다.


오직 현장에 기반 한 당, 현장분회를 중심으로 한 당을 건설할 때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즉  ‘총사령부’인 당은 이 기초위에서만 '정치권력 쟁취'라는 자신의 총체적 계획에 맞춘 노동계의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전평 9월 총파업이 그 대표적 사례다. 비록 조선공산당의 정치방침상의 오류로 인해 실패로 끝나긴 하였지만,  당시 조선공산당은 현장에 기반 한 당 조직을 갖고 있었기에 최소한 자신의 정치일정에 맞춘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었다. 진정한 변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당시의 조선공산당을 뛰어넘는 현장에 기반 한 당 건설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상반기 민주노총 7월 총파업이 보여준 한계는 이 같은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한다.민주노총은 이번에도 산하 산별조직의 ‘시기 집중’ 이상의 총파업을 조직하지 못했는데, 만약 현장에  뿌리내린 당 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3. ‘노동해방’ 사상을 선전하고, 당원을 증가시키는데 유리하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현장에 기반한 당, 즉 조직의 기초가 공장(사업장)에 있는 당의 건설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장이야말로 노동자 대중이 광범하게 존재하는 공간이며 일상적으로 노자 간의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동해방 사상과 사회주의 이념의 전파에 유리하며, 현장에 기반한 당을 건설할 때라야  가장 급속한 확장성을 획득할 수 있다.

 

4. 의회주의와 패권주의의 출현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 민주노동당 시절 패권주의가 출현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의회주의노선에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자본주의 국회에서의 입법활동과 선거를 통한 권력 장악에 지나친 기대를 가졌다. 이 때문에 의회에 진출하기 위한 자리다툼 및 그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주요 당직을 독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패권주의가 나타났다.


둘째는 그야말로 출세주의자들에 의한 자리다툼때문이다. 이들 출세주의자가 눈독을 들이는 국회 의석이라고 해봐야 모두 300석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노동진영과 진보진영의 몫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런 협소한 의석과 당직을 둘러싼 자리다툼 때문에   ‘경쟁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기반한 당을 구축하고 의회사업과 대중사업을 진정으로 결합할 경우, 그렇게 하여 당의 의회사업의 ‘하중’을 줄이게 되면, 이처럼 협소한 자리다툼으로 인한 ‘패권주의’가 출현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현장 내 당 조직의 건설은 자본과의 투쟁에 필요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줄 것이며(이는 많을수록 좋고, 거의 무한하다!), 다른 한편으론 의원들의 당내 권력을 축소시켜 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출세주의자들의 ‘의욕’을 감퇴시켜 경쟁률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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