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하오위(项昊宇) /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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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는 냉전 종식 이래 가장 심대한 구조적 전환을 겪고 있다. 지정학적 충돌이 빈발하고, 진영 대결이 회귀하며, 글로벌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작동 불능에 빠지고 신구 세력이 교체되는 가운데, 국제체계는 뚜렷한 무질서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올해 뮌헨안보회의 '중국 세션'에서 발표한 연설은, 실질적으로 중국 이 다극화 시대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내놓은 하나의 대응적 해설이다.

 

ㅡ  다극화는 어떤 질서로 향할 것인가

 

세계가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진입하면서, 각국이 직면한 핵심 문제는 "다극화가 어떤 질서로 향할 것인가"로 전환되었다. 중국 측 연설이 대응한 것은 바로 향후 수십 년간 국제정치의 향방에 관한 이 핵심 문제이다. 냉전 종식 후 형성된 국제 메커니즘은 본질적으로 대국 간 협력과 제도적 공감대에 의존하고 있었다. 주요 세력 간의 전략적 상호 신뢰가 하락하면, 다자 제도는 조정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제재 수단의 범용화, 경제 의제의 안보화, 과학기술 협력의 정치화 추세가 뚜렷해졌다. 일부 국가가 안보의 이름으로 예외주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본래 보편적 구속력을 지녔던 규칙이 점차 파편화되고 있다. 규칙이 선택적으로 적용될 때, 그 정당성 역시 함께 약화된다.

 

중국의 "역사의 거대한 바퀴를 올바른 항로로 교정하자"는 제안은, 바로 국제사회에 다음 사항을 상기시킨다. 즉 역사적 경험이 반복적으로 증명하듯, 제도적 제약이 결여된 권력 경쟁은 극히 쉽게 충돌의 순환으로 미끄러진다. 다극 구도가 곧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공동 규칙이 없다면 다극 체계는 양극 대결보다 더욱 복잡하고 위험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국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권력 재분배가 아니라, 질서의 재구축이다.

 

오늘날 세계의 또 다른 뚜렷한 추세는 진영 정치의 재부상이다. 군사동맹의 강화, 공급망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가치관 외교의 부상으로 국제관계가 새로운 블록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냉전 시기의 명확한 양극 대결과 달리, 현재의 진영 구조는 좀 더 모호하지만,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지니고 있다. 일부 국가가 '소그룹 메커니즘'을 통해 규칙을 형성하고, 경제 협력과 안보 의제를 깊이 결합시키려 시도하면서, 실질적으로 개방체계의 포용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ㅡ 유엔 중심 국제체계의 수호

 

글로벌 거버넌스 의제에서 중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의 수호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입장의 이면에는 깊은 역사적 논리가 있다. 유엔 체계는 반파시즘 전쟁 승리 이후 탄생했으며, 그 기초는 주권 평등과 공동 안보 원칙이다. 광범위한 개발도상국에게 이것은 국제정치가 다시 강권 논리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제도적 보장이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주요 안보 및 경제 조정 메커니즘이 점점 더 글로벌 기구를 우회하여, 지역동맹이나 가치관 동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나, 규칙의 보편성을 약화시킨다. 글로벌 거버넌스 플랫폼이 계속 주변화된다면, 다극 경쟁은 조절 메커니즘을 잃게 되고, 충돌 위험은 오히려 상승한다. 다극 세계에 필요한 것은 더 적은 규칙이 아니라, 더 포용적인 규칙이다.

 

ㅡ 새로운 안보관: 공동·종합·협력·지속가능한 안보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서 중동 정세에 이르기까지, 현실은 전통적 안보관의 한계를 증명하고 있다. 한 국가가 절대적 안보를 추구하면 다른 국가의 안보 공간이 압축되어, 지속적으로 격화되는 안보 딜레마가 형성된다. 중국 측이 제시한 공동·종합·협력·지속가능한 안보관 견지는, 실질적으로 안보 이념의 구조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이념은 안보의 불가분성을 강조하며, 단순히 군사적 억지력에 의존하여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메커니즘과 이익 조정을 통해 충돌 동기를 줄이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지역 위기에서 정치적 해결 경로를 강조한 것은 이 이념과 일관성을 지닌다.

 

중국 측 연설에서 일본 역사 문제에 관한 부분 역시 중국의 지역 질서관을 반영하고 있다. 전후 아시아 안보 구조의 중요한 기초는 침략 역사에 대한 제도적 반성이다. 역사 문제는 단순히 도의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신뢰와도 관련된다. 역사 문제를 현실 안보와 연결시키는 핵심은 지역 안정의 심리적 기반을 수호하는 데 있다. 역사적 공감대가 흔들리면, 안보 딜레마가 다시 출현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신흥 경제국들이 에너지 시장, 인프라 투자, 지역 협력 메커니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대국 경쟁 밖에서 전략적 자주성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대표성 제고를 강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거버넌스 구조를 소수 국가 주도에서 더 광범위한 참여로 전환시키는 것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래 국제 질서의 경쟁은 실력 경쟁만이 아니라, 제도적 포용성의 경쟁이기도 하다. 더 보편적인 이익 기반의 협력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쪽이, 다수 국가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극 시대의 대국 간 경쟁은 불가피하다. 진정한 차이점은, 경쟁이 반드시 대결로 향해야 하는가에 있다. 국제사회 앞에 놓인 것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경로이다. 즉, 첫 번째는 진영화와 파편화가 끊임없이 심화되고, 안보 불안이 주도하는 국제관계의 동요이다. 두 번째는 경쟁 속에서 협력을 유지하고, 제도적 조정을 통해 충돌의 통제 불능을 피하는 것이다. 중국이 제창하는 것은 후자의 경로이다. 이는 기존 체계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포용적인 다자 협력의 추진을 통해, 다극 세계가 역사상의 정글의 법칙이나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재연하지 않도록 하는데 힘쓰는 것이다.

 

역사의 거대한 바퀴가 새로운 항로에 진입하고 있다. 그 방향을 진정으로 결정하는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고도로 상호 의존하는 시대에, 공동 거버넌스가 대결보다 안전에 더 가까우며,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에도 더 유리하다는 것을 각국이 여전히 믿을 의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저자: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특별 초빙연구원)

 

2026년 02월 24일 

출처:  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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