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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미국이 공식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면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영역에는 거대한 공백이 생겼다. 워싱턴이 퇴장하자, 베이징은 단순히 빈자리를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공중보건 지원의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바꾸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공여국-수원국’ 시대로부터 ‘인프라-투자’ 모델이 부상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수년간 유럽·북미가 대표하는 서방의 글로벌 보건 모델은 줄곧 자선 프레임에 기반해 작동해 왔다. 즉, 부유한 국가들이 다자기구나 비정부기구(NGO)에 기금을 내면, 이들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백신·모기장·약품 등 물자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전달·수송형’ 모델이다.
반면 중국은 ‘건강 실크로드’ 구상 아래 성격이 다른 접근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본질은 ‘개발(development) 모델’이다. 최근 나이지리아 인슐린 생산시설 건설, 서아프리카 말라리아 치료제 공장 설립 협약에서 드러나듯, 베이징은 소프트한 지원이 아닌 하드 인프라 건설을 우선시한다. 중국 기업이 직접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약품을 생산하도록 돕는 것이다.
ㅡ ‘자선’이 아닌 ‘능력 구축’… 개발도상국이 끌리는 이유
이 같은 전환은 개발도상국들에 매력적이다. 이들은 서방 지원에 늘 따라붙던 ‘가부장적 조건’에 이미 지친 상태다. 중국식 접근은 남남협력과 ‘형제애’라는 틀 속에서, 상업적 파트너십을 통해 주권과 자율성을 구현하면서 의존 구조를 피하려 한다.
보건 안전은 인도주의적 이슈에 그치지 않고, 산업 역량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은 서방이 대체로 간과해 온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바로 “생명을 살리는 약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 중국은 어느 정도 글로벌 보건의 새로운 ‘안정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WHO 분담금을 계속 완납하고 있으며, 2025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WHO 운영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이탈이 혼란을 초래해 WHO가 예산을 줄이고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중국은 체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의 후퇴는 동시에 중국이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글로벌 공공재’를 정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주었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은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규정하고 대량 공급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은 같은 방식으로 공중보건 인프라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 실크로드’의 틀 아래, 중국은 아프리카 질병통제센터에 전문가단을 파견하고, 여러 국가에 의료진을 보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여전히 의회에서 원조 예산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동안, 중국은 국유기업과 민간 선도기업을 활용해 나이지리아 같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지원을 실행에 옮겼다. 이는 더 빠르고, 실효성이 높은 외교 방식으로, 서방의 비대한 의사결정 구조가 도저히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다.
ㅡ 미국 부재 속, 사실상 ‘유일한 길’이 된 중국식 모델
세계는 이제 미국이 마음을 바꾸길 기다릴 여유가 없다. ‘탈퇴’는 이미 지정학적 현실이 되었고, 글로벌 보건 리더들로 하여금 새로운 실용주의 접근을 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물론 ‘건강 실크로드’는 베이징의 소프트파워를 제고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같은 지역에 생명 구하는 약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는 일은, 글로벌 보건 안보 측면에서 분명 이로운 일이다.
서방 국가들에 주어진 과제는, 중국의 이런 기여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하는 것이다. 그것도 ‘더 많은 자선’을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더 나은 현지 의료 역량을 구축하도록 돕는 경쟁이어야 한다.
그때까지는, 베이징이 단지 공백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길 자체를 닦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자리를 비운 지금, 이 길은 사실상 세계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원제: 자선에서 상호연결로, 중국은 어떻게 글로벌 공중보건 질서를 재구성하는가?
출처: 홍콩 ‘아시아타임스’ 온라인 ,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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